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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780억 야구장' 前 시장 인터뷰 "땅 샀으니 야구장 지어달라"

[취재파일] '780억 야구장' 前 시장 인터뷰 "땅 샀으니 야구장 지어달라"
● 노루가 뛰어노는 허허벌판 야구장, '천안 야구장'

 780억 원짜리 야구장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사진 먼저 보고 가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이제 막 첫삽 뜬 공사현장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축포까지 쏘아올리며 완공식을 치른 완성된 야구장이 맞습니다.

 사실 야구장이라고는 쓰지만, 야구장이라 읽기는 민망합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운동경기장의 기본인 스탠드나 벤치 하나 보이지 않고, 요즘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깔려있는 잔디 한 포기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허허벌판인데 780억 짜리랍니다. 기둥 몇 개, 그 기둥에 걸린 그물망, 부채꼴로 나열된 정원용 펜스, 불펜을 대신할 개조된 컨테이너 상자 십여 개, 가로등 몇 개, 간이 화장실, 그리고 바닥에 흙을 깔아 평탄화 작업을 한 비용. 딱 여기까지입니다.

 비용이 드는 배수시설 같은건 제대로 만들지도 않아서 물만 오면 땅이 논처럼 변합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전문가는 이 정도 시설이면 사실 20억 원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780억 원 짜리랍니다.

● 토지보상비만 620억…아직 끝나지 않은 '매머드급 보상'

 '780억 야구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지만, 실제 780억원을 다 쓴 건 아닙니다. 이 야구장 총 예산이 780억이고, 실제 지금까지 쓰인 돈은 620억 정도 됩니다. 워낙 큰 돈인데 천안시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보니 아직 전체 예산 780억 원을 다 확보하지 못한 겁니다.

 하지만 이미 지급한 620억 원도 사실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도대체 어디에 쓰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시설비로 37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기둥, 펜스, 그물망, 컨테이너 상자 등등의 시설에 37억원이 들었단 얘깁니다. 그리고 540억 원은 땅 보상금으로 나갔습니다. 4만1천평에 540억 원 보상이 나갔으니 평당 평균 131만원 정도 되는 겁니다. 나머지 40여억 원은 지장물(나무, 잔디 등) 보상비와 수수료 등 기타 부대비용으로 나갔습니다.

● 보상 직전 140% 폭등한 땅 값

 야구장이 들어선 곳은 천안시 남쪽 외곽의 녹지 지대입니다. 이 곳의 땅이 처음부터 이렇게 비쌌던 것은 아닙니다. 야구장 부지 내 필지의 실거래가를 살펴봤습니다. 사진에 나온 땅의 경우 2006년 평당 55만 원정도 거래가 되던 것이 4년후인 2010년 감정평가를 할 때 평 당 122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땅값이 140%나 치솟은 겁니다. 물론 땅 값이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싼 곳은 55만 원정도 하지만 비싼 곳은 70만 원 정도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평균 보상가가 평당 131만 원이기 때문에 대부분 2배 이상 땅값이 뛴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보상이 나가고 난 뒤에는 거짓말처럼 이런 상승률이 보이지 않습니다. 2010년 야구장 부지의 토지보상이 모두 끝난 이후 4년간 상승률을 살펴보니, 고작 6.3%에 그쳤습니다. 토지보상가를 정할 땐 140%나 치솟았던 땅 값이, 보상이 끝나고 난 뒤엔 6.3%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겁니다.

● 보상 전 녹지를 주거지로 용도변경

 왜 보상비를 책정할 시점에 공교롭게도 갑자기 땅값이 치솟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알고보니 '공교로운' 일이 아닌,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야구장부지의 토지보상비를 감정평가 한 것이 2010년 6월. 그런데 감정평가를 하기 1년 반쯤 전인 2008년 12월에 천안시청은 느닷없이 야구장 부지 주변 땅의 용도를 변경합니다. 자연녹지였던 것을 2종보통거주지로 변경한 것입니다. 

 아파트를 세울 수 있게 되면서 당연히 주변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땅값이 오르니 야구장 부지 땅값도 덩달아 같이 올랐습니다. 참 이상한 대목입니다. 야구장이 천안시 삼룡동 이 위치에 들어서기로 결정 된 것은 이미 한참 전인 2004년. 천안시는 이 땅을 사들이기로 이미 계획이 돼 있었습니다.

 상식적인 행정 절차라면, 땅을 사들일 때는 최대한 싸게 사들이려 노력합니다. 설사 주변을 개발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땅값이 오르는 것을 우려해 시가 땅을 사들인 다음으로 개발을 미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정 반대였습니다. 이미 야구장이 들어서기로 결정 된 상황에서, 그것도 감정평가를 겨우 1년 여 앞둔 시점에 굳이 녹지를 주거지로 바꿔 준 겁니다. 급하게 아파트가 들어설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아직도 이 땅은 녹지상태 그대로입니다.

 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야구장 주변 부지가 거주지로 용도변경이 된 이후 2013년도 실거래가를 보면, 필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당 대략 110만 원 선에서 보통 거래가 됐습니다. 그런데 천안시는 2010년 주거지보다 가격이 더 싸야 마땅한 야구장 부지를 평당 평균 131만 원에 사들인 겁니다.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된 주거지 땅보다도 야구장 부지를 더 비싸게 사들인 겁니다.

●  540억 보상금 절반, 단 두 명에게 쏠려

 이상한 일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그렇게 540억 원이라는 막대한 땅 보상금이 지출이 됐는데, 이 54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0억 원이 원 모 씨와 서 모 씨라는 두 일가족에게 쏠린 겁니다. 특히 원 모 씨의 경우는 당시 야구장 계획을 처음 수립해 강력하게 추진한 성무용 전 천안시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천안에선 특혜가 있는게 아니냐는 뒷얘기까지 나오는 판입니다.

 취재진은 야구장 건립을 강력하게 추진한 성무용 전 천안시장과, 220억 원이라는 최대 보상금을 타 간 원 모 씨를 각각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 220억 보상자 인터뷰: "나는 손해를 보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 220억 원 보상금을 받은 원 모 씨는 억울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자신은 야구장이 들어서는것도 나중에 알았으며 그저 시가 책정한 금액을 보상하는대로 받기만 했을 뿐인데 괜시리 의혹의 핵심에 서게 됐단 겁니다. 게다가 아직 보상비도 다 받지 못해서 손해가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미집행 된 보상비가 10%정도 되는데, 시가 땅은 땅대로 점유하면서 돈은 돈대로 주지 않고 있어서 손해가 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평당 131만 원이라는 보상 금액에 대해선 "그정도면 됐다(적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레 자신의 뜻을 밝혔습니다.

● 前 천안시장 인터뷰: "땅은 우리가 샀으니 기업이 야구장 지어줘야"

 야구장을 강력히 추진한 성무용 전 시장을 안 만나 볼 수 없었습니다. 성 전 시장은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구장 부지 선정은 공무원들과 야구 동호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야구장부지선정 위원회'에서 회의 끝에 그 자리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선정하고 나서 보니 자신과 친분이 있는 원 모 씨의 땅이 절반 정도 되더라는 겁니다. 감정보상비도 시에서 책정한 것이 아니라, 감정평가사를 불러다 땅 값을 책정했기 때문에 시에서 비싸다, 싸다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감정사가 평가한 가격대로 줘야한다는 겁니다. 토지 보상 직전에 주변 땅의 용도를 변경한 것 역시 우연이라고 합니다. 원래 천안시가 남쪽으로 주거시설을 확대해 나갈 토지발전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그에 맞춰 녹지를 주거지로 바꾼 것일 뿐 야구장 보상 문제와 연계해서 생각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 "정부가 예산 지원을 안 해줘서…"

 그러면서 오히려 정부 탓을 했습니다. 성 전 시장은 원래는 제대로 된 야구장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천안시 예산 780억 원, 국가 예산 300억 원, 충남도 예산 120억 원을 합쳐서 1만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경기장을 짓자는 사업안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검토 끝에 '부적정' 판정을 내렸고, 국비와 도비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보통 이 쯤 되면 다른 사업계획을 찾아보거나 했어야 하는데 성 전 시장은 그대로 천안시 예산 780억 원만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애초 사업 계획에 예정했던 예산을 다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추진한데다 땅 값을 너무 비싸게 보상하다보니 결국 땅만 사들이고는 야구 시설은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본말이 전도 된 기형적인 야구장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성 전 시장은 마지막으로 본인이 땅은 다 사 놨으니, 이제 야구장만 만들면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성무용 前 천안시장: "땅은 우리가 사놨으니까, 미집행된 토지보상비 69억 원만 마저 주면 거기다 제대로된 야구장을 만들 수가 있죠."

기 자: "69억 원을 정부가 줘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성무용 前 천안시장: "아, 69억원만 주면 부지는 이제 보장이 됐으니까. 그곳에 빨리 새롭게 좋은 야구장 하나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부 보다는 민간 자본이 들어와야 돼요. 민간 자본이 들어와서 1만3천 석 되는 야구장하나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혈세로 야구장 사업 아닌 땅 사주기 사업" 비판

 성 전 시장의 이 발언대로라면, 결국 천안시는 야구장 건립 사업을 한 것이 아닌, 혈세로 남의 땅 사주기 사업을 한 셈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예산으론 땅 사는 것 밖에 못하니, 실제 야구 경기장은 민간 자본이든, 중앙정부든 나서서 좀 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 능력도 안되는 사업을 무리하게 시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야구장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천안시의회는 평당 131만 원으로 보상가를 책정한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감사원 자체적으로 만 5년이 지난 사건은 감사를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토부에 보상가가 적정했는지 다시 한번 검토를 해달라며 타당성 검사를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국토부는 이걸 다시 한국 감정원에 맡겼고, 한국 감정원은 5월 말 쯤 이미 결론을 내려서 다시 국토부에 통보한 상태입니다.

 만약 평당 131만 원이라는 보상액이 너무 과하게 책정됐다라고 결과가 나온다면 시의회는 성무용 전 시장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야구장 부지 선정 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다시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여전히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이상 쉬쉬하며 질질 끌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부분은 있는대로, 없는 부분은 없는대로 잘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게 납세자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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