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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저씨 혼내주세요"…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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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갈래, 갈래, 갈래.”

눈을 감는다. 그 애의 모습이 눈에 박힌다. 너무나 의연했던 내 아이 태완이…. 어제의 그 길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데, 그 아이만 없다.

집에서 나가 엄마 눈에서 벗어난 지 10여 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몸서리쳐진다. “태완아!” 하고 부르니 “뜨겁다”고 했다.

아이가 고통으로 헤맨 그 골목을 기었다. 땅바닥에 있는 이상한 모든 것에 입을 대어봤다. 시큼한 그 맛을 확인하기 위해, 그 범인의 행적을 찾기 위해. ... 미친 듯이 온 동네를 뒤졌다. 쓰레기통도 뒤졌다.

아빠가 말했었다. “태완아, 아빠가 나쁜 사람 잡아서 꼭 혼내줄게.” 태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엔 진실로 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은 없는 건가? 죄에 대한 벌은 어떤 형식으로든 받는다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억울함보다는 어린 내 아이, 그 영혼에 대한 죄스러움이 밀려온다. 

- 실제 故김태완 군 어머니가 쓰신 병상일지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중 일부

16년 전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학원에 가던 6살 태완이는 참혹한 일을 당했습니다. 누군가 태완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입을 벌리게 한 뒤 얼굴에 황산을 부은 겁니다.

코와 입안이 모두 녹아내렸고, 두 눈까지 잃었습니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채 어른도 버티기 힘든 치료를 견뎌낸 태완이, 결국 49일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태완이는 사경 속에서도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태완이의 작은 손을 붙잡고 꼭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습니다. 

태완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은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지 못한 채 결국 수사는 종결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태완이와의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것이 됐습니다. 이 사건이 영구 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막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 일명 '태완이 법'이 통과되면 태완이 사건의 공소시효 역시 자연스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만 허망하게 흘렀고, 바뀐 건 없습니다. 현재 '태완이 법'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고, 지난달 대법원의 결정으로 태완이 사건은 영구 미제가 됐습니다.

공소시효는 끝났습니다. 수사도 할 수 없고,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6살 태완이를 잃은 가족의 슬픔은 끝나지 않습니다.

태완이를 아프게 한 나쁜 사람을 혼내주겠다던 약속, 결국 지키지 못 했습니다. '태완아, 미안해...'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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