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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말뚝 박고 통행료…현대판 '봉이 김선달'

<앵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입니다. 마을 곳곳을 연결하는 이 골목은 수십 년 동안 주민 모두가 사용했던 길인데요, 갑자기 어느 날 이 길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렇게 도로에 말뚝을 박고 도로 사용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는 글을 도로 곳곳에 새겨 넣었습니다.

심지어 멋대로 도로에 주차선까지 그리기도 했는데요, 이런 황당한 일의 배경이 뭔지 한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용한 서울의 한 주택가가 올해 초부터 시끄러워졌습니다.

[이모 씨/동네 주민 : 길에다 막 써놓잖아. 말뚝을 박고… 이런 놈이 어디 있느냐고 세상에 사기꾼이지.]  

도로 주인이라는 사람은 길에 말뚝을 박아 통행까지 방해했습니다.

[이성기/빌라 건축업자 : 교행이 불가하게 양쪽에다가 한 1m씩 여유를 두고 쭉 말뚝을 박으니까.]  

심지어 주인 허락 없이 길을 파고 상하수도 공사를 했다며 신축 빌라의 준공을 막기도 했습니다.

[이성기/빌라 건축업자 : 무단으로 굴착을 해서 우리 빌라에 수도관을 연결해줬으므로 이것은 위법이다. 준공검사를 내주면 안 된다고 민원을 냈어요.]  

소동을 일으킨 땅 주인은 지난 2007년 이 부근 도로 4천 제곱미터를 산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이 일대에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모 씨/도로 주인 : 여기를 개발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도로가 그냥 일반 대지로 변하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신축 건물이 자꾸 들어서면 재개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사를 방해했다는 겁니다.

이 땅의 형태는 도로지만 등기상 지목은 대지입니다.

재개발 사업을 하게 되면 도로 전체가 대지로 인정받아 중형 주택 45채의 가치를 갖게 됩니다.

관리를 맡고 있는 지자체는 잦은 분쟁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구청 직원 : 지방자치단체에서나 여기서 규제해서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법이 없어요. 민사로 가면 전부 져요. 사유재산권 보호 때문에…]  

정부가 이런 사유 도로의 전국적 현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 재산권 행사를 빌미로 길을 막고 돈을 벌려는 신종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 범, 영상편집 : 김흥기)  

▶ [SBS 뉴스토리] 길 막고 돈 버는 ‘길선달’…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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