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누구를 위한 인사 잡음인가?

국립오페라단장 선임을 둘러싼 억지 주장들

[취재파일] 누구를 위한 인사 잡음인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이 많아 문체부 산하 기관장을 선임할 때면 인사 잡음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예술위원회는 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장관의 측근 인사 중용이니 전문성 부족이니 하는 논란에 휩싸였고 다른 산하 기관 역시 조금씩 사정은 달랐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된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 국립 오페라단장에 김학민 교수 선임…오페라 연출 전문가

이번엔 공석중인 국립오페라단장 선임을 둘러싸고 또 잡음이 불거졌습니다. 문체부는 7월 1일자로 경희대 연극영화과 김학민 교수를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오페라 연출 실기로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나비부인', '리골레토', '세비야의 이발사' 등 굵직한 오페라 연출과 대중적인 오페라 안내서로 호평을 받았던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를 저술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입니다.

● 김학민 단장 내정을 반대하는 주장들…그러나 빈약한 논리

그런데 김 교수의 국립오페라단장 내정 사실이 발표되던 날, 오페라융성위원회라는 단체가 토론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통해 김 교수의 단장 선임을 반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여명의 오페라계 인사들이 참여한 모임인데, 이들은 김 교수의 오페라단 선임을 반대하며 이런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장관의 측근인사로 오페라계와 상의없는 일방적 인사이며, 음악인들을 무시한 처사다. 문화예술계를 이끌 수장직을 뽑을 때는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일부 참여자는 오페라 단장은 연출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 3자들이 보기에도 오페라 융성위측의 반대 주장은 대단히 빈약하고 근거가 희박해 보입니다. 우선 김학민 교수가 김종덕 장관의 측근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몇몇 인사를 둘러싸고 김 장관의 홍대 인맥 중용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김학민 교수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와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홍대 출신에 서울대 언론 정보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김 장관과는 아무련 관련이 없습니다. 이후 사회경력으로 봐도 김 장관은 광고계에서, 김 단장 내정자는 오페라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입니다.

오페라계와 상의없는 일방적 인사라는 주장 역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국립오페라단장에 대한 인사권은 분명 문체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물론 장관이 관련 문화예술계의 평가나 평판을 넓게 반영해 인사결정에 참고하고 소통할 수는 있어도 "이 사람이면 되겠습니까?"라는 식으로 오페라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장 자리가 연출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라는 반대 논리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에 전력해 온 성악가들보다는 무대 시설과 연출, 오페라단 운영 실무에까지 두루 책임지기에는 오히려 연출가 출신이 적역 아니냐는 반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긴 말 할 것 없이 만약 영화사 사장 자리에 감독 출신은 안되고 꼭 배우 출신들만 앉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이처럼 국립오페라단장 내정을 둘러싸고 다소 억지스런 주장을 펴며 잡음을 일으키는 일부 인사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장 자리를 전유물처럼 여겨온 일부 오페라계 원로들과 그 주변 인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 차원에서 외부 인사 내지 비주류 인사들에게 부당한 낙인 찍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김학민 교수의 국립오페라단장 선임을 반대하는 토론회 발언자 가운데는 자신이 과거 오페라단 단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도 있고, 반대 모임을 주도해 온 인사와 추문에 휩싸인 인물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화예술계 일각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비판적 분위기에 편승한 기득권 지키기는 그만둬야

박근혜 정부 들어 문체부 산하기관 인사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지적돼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전문성이나 능력과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나 측근 중용 등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이 가해져야 하고 또 고쳐야 할 제도적 절차가 있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예술계 안팎의 비판적인 분위기를 악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무분별하고 근거없는 비판을 제기하는 게 과연 문화예술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될까요? 국립 오페라단은 지난 2월 24일 한예진 전 예술감독이 임명 53일만에 사퇴하기 이전에도 예술경영전문가 출신인 김의준 전 단장이 사퇴하면서 10개월 동안 수장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전문성과 경력 면에서는 김학민 단장 내정에 반대하는 인사들 조차도 뚜렷하게 비판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국립 오페라단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오페라계 일각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스스로 거둬 들이는 게 순리라고 보여집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