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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어가는 낙동강…이대로는 안 된다

[취재파일] 죽어가는 낙동강…이대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대형보가 설치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 온 어민들이 난리입니다. "강이 이상하다"고. "쳐 놓은 통발에서 물고기가 죽은 채 올라오고 고기도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 저층에서 무슨 기포 같은 것도 올라오고 썩은 냄새도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행 취재해 보기로 했습니다.

● 도동 서원 앞 낙동강 중류…잉어 한 마리 수확. 물고기 절 반 가량 죽은 채 나와
 
먼저 낙동강 중류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에서 30년간 통발어업을 하고 있는 허규목 씨 부부를 따라 나섰습니다. 이곳은 낙동강이 마을을 끼고 돌아 아름다운 곡선을 간직한 곳입니다.보 건설 전에는 수초도 많고 물이 맑아 토종 어류들이 많이 잡히는 산란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통발을 쳐 놓은 곳을 보니 오염된 청태가 곳곳에서 번식해 있고 물도 혼탁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3일 전에 쳐 놓은 통발 50여 개를 두 곳에서 건져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매일 통발을 쳤지만 요즘은 고기가 잡히지 않아 3~5일에 한 번씩 끌어 올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발을 올리자 그물에는 온통 오염된 물에서 생기는 푸른색의 이끼, 청태와 거무튀튀한 뻘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썩은 냄새도 납니다. 청태와 뻘을 털어 내고서야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통발 구멍을 막고 있었습니다. 허 씨는 4대강 보 건설 이후 물 흐름이 거의 없다 보니 강물이 오염되고 각종 오염물질이 저층에 쌓여 통발이 이렇게 됐다고 말합니다. 보 건설 전에는 이런 현상이 아예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물고기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통발을 건져 올린 지 20여 분 만에 물고기 한 마리가 나옵니다. 생태교란 외래종인 배스입니다. 조금 뒤 사료용으로 쓰이는 동자개 몇 마리와 민물새우 4마리도 나옵니다. 마침내 어른 팔뚝만한 잉어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죽어 있습니다. 조금 뒤 조금 작은 잉어 한 마리도 죽은 채 나왔습니다. 결국 두 곳에서 두 시간 동안 작업해 얻은 성과는 잉어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그 많던 붕어와 메기, 숭어 등 토종 민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배 기름 값도 나오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였습니다. 허 씨는 어도가 막혀 물고기들이 산란 터를 잃고 치어를 생산할 수 없다보니 토종 물고기들이 씨가 마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신 생명력 강한 외래종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낙동강 하류 구포~양산 본포에서도 절반이 죽은 채 올라오고 외래종이 대부분

며칠 뒤 낙동강 하류 구포~ 양산 본포 구간에서 민물장어를 잡는 어민 조 형욱씨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조 씨는 이곳에서 40여 년간 장어 잡이를 해 왔다고 합니다. 장어는 주낙으로 잡습니다. 전날 주낙 2000여 개를 6km가 넘는 강바닥에 내려놓았다고 하는데 오전 5시부터 작업에 나섰습니다. 조 씨는 장어를 잡기 위해 먹잇감으로 민물새우 15만 원 어치를 샀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민물새우를 이곳에서 잡아 사용했는데 요즘은 민물새우가 많이 사라져 자체 공급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주낙을 끌어 올린 지 5분 만에 동자개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그러나 죽어 있습니다. 두 번째 동자개는 살아 있습니다. 외래종인 블루길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역시 죽어 있습니다. 기다리던 민물장어는 주낙을 끌어 올린 지 50분이 지나서야 잡혔습니다. 간간이 장어가 잡혀 올라왔지만 생태교란종인 블루길과 배스, 그리고 강의 포식자로 육식종인 강준치 등이 계속 걸려 올라옵니다. 조 씨는 작업구간이 민물장어의 주서식지이자 산란처로 한 때 엄청나게 많이 잡혔지만 이제는 과거의 추억일 뿐이라고 한숨짓습니다.

조 씨는 강이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물속에서 가스 같은 것이 차서 그런지 고기가 아예 흔적도 없고 냄새도 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3시간 동안 작업한 성과는 이렇습니다. 배스 6마리, 블루길 3마리, 강준치 4마리, 치리 1마리, 동자개 8마리고 절반 가량이 죽은 채 올라왔습니다. 그나마 돈 되는 민물장어는 9마리가 고작입니다.

그런데 낙동강의 토종 터줏대감인 붕어와 잉어, 메기, 숭어 등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씨는 육식인 강준치와 블루길, 배스 등이 토종 민물고기의 치어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버리고 더구나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을 깊게 하면서 수초를 거의 없애 버려 산란처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물고기들이 잡힌 곳은 그나마 수초가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조 씨는 요즘은 장어가 잘 잡히지 않아 2, 3일에 한 번씩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이곳에서 조금 위에 있는 밀양시 수산다리 주변에서 새우잡이 통발 23개를 걷어 올렸는데 새우가 노랗게 변색된 채 죽어서 올라왔습니다. 어민 정한수 씨는 이곳에서 3대 째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데 "잡힌 새우 4kg 대부분이 죽은 채 나왔다"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어민들 "낙동강 보 수문 열어라" 주장, 시위까지 벌여

지난달 21일에 부산 경남지역 낙동강 어민들이 모여 해상 시위를 벌였습니다. ‘낙동강 보 수문을 열어라’는 요구였습니다. 어민들은 갈수록 낙동강에 토종 민물고기의 씨가 말라가고 외래종만 득실대고 있으며 물고기가 죽은 채 나오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며 원인규명과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낙동강 생태연구에 바쳐 온 노학자인 부경대 환경공학과 박청길 명예교수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단언합니다. 박 교수는 물을 가두는 하구언이나 대형보 등 구조물을 설치하게 되면 결국은 부영양화가 심화돼 강물과 토양이 썩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물이 썩게 되면 강 아래층에 산소가 결핍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동이 자유로운 어류는 다른 곳으로 피신할 수 있지만 통발에 갇힌 어류들은 도망을 갈 수 없어 죽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또 빈발하고 심화되는 녹조 등 여러 오염물질이 죽어 뻘 층에 퇴적되면 강바닥도 썩어 생태계 파괴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부에서 나서야 합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주장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보다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원인 분석을 통해 죽어가는 낙동강에 대한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낙동강은 7백만 영남권 주민들의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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