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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한 달' 대청병원장 "지옥 같은 터널 빠져나와"

"지옥 같은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1983년 개원한 서부외과의원을 모태로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대청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초기 바이러스 감염 경로의 한복판에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했던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월 31일 이후 대청병원은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첫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 의료기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수정 병원장은 오늘(2일) "5월 21일 개원식을 하고서 2주도 채 안 돼 병원 문을 걸어잠그고 격리 조처에 들어갔다"며 "(경영을 위해) 준비할 게 많은 상태였는데, 우리 병원에서 막자는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고난은 한꺼번에 찾아왔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외래 환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병원 직원 10명 중 1명은 사직서를 냈습니다.

종합검진센터에 1만 명 넘게 찼던 예약자 수는 며칠 만에 '0'이 됐습니다.

"어쨌거나 의료진이나 직원 모두 메르스 말고 다른 걸 돌 볼 정신이 없었어요. 51병동의 환자와 간병인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대청병원 '51병동'은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니다.

이곳에 있던 고령의 환자와 간병인을 중심으로 모두 137명이 병원에 격리 조처 됐습니다.

"처음엔 의료진도 51병동에 섣불리 접근하는 것을 꺼렸다. 당연하지 않나"고 운을 뗀 오 병원장은 "일부 의사와 수간호사들이 자청해 병동으로 들어가면서 병원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의료진과 간호인력은 동료 40여 명이 자가격리돼 일손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방역복을 입고 환자 치료와 수발을 도맡았습니다.

일반 직원들도 하나 둘 소독과 청소 등 잡일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빠듯했던 상황에서 숨통이 트인 건 국군의무사령부에서 24명의 인력을 지원하면서부터였다"는 오수정 병원장은 "사명감이 투철한 병원 의료진, 직원, 군 지원단원 덕분에 보루를 지킬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 숨을 거둔 환자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오 병원장은 침울했던 심정을 전했습니다.

그는 또 최근 자신에게 연락해온 '슈퍼전파자' 16번 환자에게 '고의로 다른 환자를 감염시킨 게 아닌데 어쩔 수 있겠느냐'는 말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감염 피해자이기도 한 16번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이틀 전 퇴원했습니다.

그는 '다른 환자 치료를 위해 항체가 형성된 내 혈액이라도 제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오 병원장은 덧붙였습니다.

대청병원에서는 16번 환자와 밀접 접촉했던 병동 환자와 간병인 외에 의료진 등 다른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태 초기 지역 전파는 막겠다는 생각에 방역 당국과 협의하며 선제로 격리 조처한 게 효과가 있었다"는 오 병원장은 "모범적인 선례가 돼 이후 전국 많은 병원에 이상적인 격리 기준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 이후입니다.

차츰 정상을 되찾고는 있으나, 환자는 이미 급감한 상태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병원 경영 상태에 대한 질문에 "힘든 게 사실"이라고 답한 오 병원장은 "메르스도 극복했는데 다른 이유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지역사회만큼은 지키자는 심정으로 한 달을 보냈다"는 병원장은 "시민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이어 "메르스를 극복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모든 직원이 정성으로 환자를 돌보겠다"는 말했습니다.

오늘 현재 대전 지역 누적 메르스 환자는 27명(금산·부여·논산·계룡·옥천 주민 포함)입니다.

지난달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72번 환자 이후 추가 확진자는 없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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