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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변호사법 위반 논란' 변호사 신임 법관으로 임용

"법관 신뢰 잃는다면 법원 전체의 모든 것 잃을 수도"

[취재파일] '변호사법 위반 논란' 변호사 신임 법관으로 임용
"헌법은 국민 개개인의 운명을 좌우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국가권력의 하나인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입법부나 행정부와는 달리 선거로써 구성되지 않는 법원에 사법권을 부여한 것은 다수의 일방적 지배 아래 소수자와 약자의 의사가 외면되거나 종속되어서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인 법의 지배를 구현하기 어려우므로, 선거에 의해 다수가 지배하는 기관보다는 공정한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사법권을 맡기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이른바 헌법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사법권을 가진 법원의 존립 근거가 바로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제(1일) 오전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 법관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37명은 법학전문대학원 1기 출신으로 새로운 법조 인력 양성제도를 거쳐 법관이 된 첫 사례다. 그런데 바로 이 로스쿨 출신 법관 임명을 두고 '현대판 음서제', '후관 예우', '부적격자 선발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비판 내용은 대법원장의 말과 상반되게 법관 선발 과정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 '변호사법 위반 혐의' 신임 법관 고발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인 변환봉 변호사는 신임 법관 임명식이 끝난 뒤 신임 법관으로 임명된 판사 한 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해당 판사는 2012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구지방법원과 대구고등법원에서 임기제 공무원인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재판연구원 근무 당시 속해 있던 재판부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을 수임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임을 제한하고 있는데 바로 이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사건은 부동산 매매업 등을 하는 회사가 세무사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인데, 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지만 해당 판사가 원고 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린 항소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 났고 확정됐다. 물론 해당 판사의 사건 수임이 판결 결과 변경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신뢰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결격 사유는 아니다"

대법원은 임명장 수여식 하루 전인 6월 30일 법관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판사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법관 인사위원회는 우선 해당 판사가 재판연구원 근무 당시 소속 재판부에 배당돼 있었던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하거나 담당한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관 임명 인사발령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며 예정대로 임명 절차를 진행했다.

법관이 아니라 지시를 받은 사건에 관해서만 직무권한을 가진 재판연구원이었고, 재판연구원 근무 당시 문제가 된 사건에 실제로 관여한 사실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재판연구원 퇴직 변호사가 소속하였던 재판부의 사건을 수임하거나 담당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재판연구원 퇴직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재판연구원 퇴직 변호사가 법관임용을 지원할 경우 심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저해하지만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을 국민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만난 해당 판사에게 직접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 밖에 듣지 못했다.

● 법관에 대한 신뢰

대법원 스스로도 재판연구원 근무 당시 재판부에 배당돼 있던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법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관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인데 해당 판사의 법 위반 여부를 떠나서 '신뢰를 저해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법관이 신뢰를 잃는다면 단순히 그 법관 개인에 대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법권의 존립 기반이 허물어져 법관과 법원 전체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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