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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식물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

[취재파일] 온난화…식물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
지구온난화로 지구평균기온이 점점 상승할 경우 러시아나 캐나다 북부 지역에 있는 언 땅이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기름진 땅으로 바뀔 수 있을까? 특히 온도가 올라가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져 식물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여러 가지로 조금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것은 물과 햇빛, 토양 그리고 양분이다. 광합성을 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도 필요하고 각각의 식물마다 성장에 알맞은 온도도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점점 상승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햇빛이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고 해서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햇빛의 양까지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 햇빛을 받는 양은 그 지역에 끼는 구름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수는 위도다. 근본적으로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은 위도에 따라 결정된다. 저위도는 햇빛을 많이 받고 고위도 일수록 적게 받는다. 지구온난화로 고위도 지역의 언 땅이 녹더라도 부족한 햇빛이 식물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적도지역의 경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온은 현재 살고 있는 식물이 견딜 수 있는 온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정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집중호우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구 전체적으로 봤을 경우 기온이 상승한다고 해서 곧바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승하는 기온뿐 아니라 들어오는 햇빛의 양과 토양수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나 늘어날까? 아니 어느 정도나 줄어들까?
 
미국 하와이대학교와 몬태나대학교 공동연구팀은 기온뿐 아니라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토양수분과 햇빛의 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100년까지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근호에 실렸다(Mora et al., 2015).
 
논문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8.5) 2100년까지 고위도 지역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영상에 머무는 기간이 7%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식물이 성장하는데 적합한 기간은 11%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고위도 지역에서 기온이 영상에 머무는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햇빛의 양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기온 상승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북부, 캐나다의 경우 기온 상승으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조금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들어오는 햇빛의 양에는 변화가 없어 기온 상승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적도지역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현재 살고 있는 식물이 견딜 수 있는 온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데 이 때문에 2100년까지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간이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30% 정도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일부 적도지역의 경우 2100년까지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간이 1년에 최고 200일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년 중 절반 이상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현재 살고 있는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가 된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식물은 생태계, 특히 인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인류는 식물에서 식량과 연료를 얻고 일거리와 경제적인 수입까지도 얻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후가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다.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식물 생산량 또한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식물 성장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수십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 특히 생산량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적도지역의 사람들은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것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이들의 경우 현재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아무런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하거나(RCP2.6)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RCP4.5) 2100년에도 식물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기간이 현재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 특히 인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결과는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 Camilo Mora , Iain R. Caldwell, Jamie M. Caldwell, Micah R. Fisher, Brandon M. Genco, Steven W. Running. 2015: Suitable Days for Plant Growth Disappear under Projected Climate Change: Potential Human and Biotic Vulnerability. PLOS Biology, June 10, DOI:10.1371/journal.pbio.100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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