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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700MHz는 정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인가?

[취재파일] 700MHz는 정말 '정치적 흥정'의 대상인가?
미래창조과학부가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108MHz 폭 가운데 일부를 지상파 방송의 UHD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에 대해 IT 전문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언론들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회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권력에 떠밀려 700MHz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를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도 이런 논리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700MHz를 이동통신사에 경매했을 때 국가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수조 원에 달한다며 세수가 극도로 부족하니 조금이라도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돈을 내는' 통신사에 이 주파수 대역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통신 옹호론자들이 이야기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권력'이란 게 요즘 같은 뉴미디어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대단한 실체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좋습니다. 맨날 여야로 나뉘어 티격태격하는 국회의원들이 700MHz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주파수 소위원회'에서 특이하게도 한 목소리가 되어 700MHz 주파수의 '일부'를 지상파 UHD에 할당하라고 요구하는 게 일단 '정치적'이라고 해 두죠. 하긴 어느 행동인들 정치적이지 않은 게 있겠습니까만.
 
700MHz 주파수 문제를 논의하면서 일부에서 '정치적 흥정'이라는 표현을 꺼내고,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그 '정치'라는 것에 백일 하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이득이 있고, 그걸 서로 나누자니 뭔가 신경이 쓰이고, 표정 관리를 하며 겉으로는 고상해야 하는 '장막 뒤의 짬짜미'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치 과거 이른바 '보스정치' 시절 통용되던 '정치 9단'이라는 표현에서 쓰인 '정치'와 비슷한 개념이죠.
 
그러나 생래적으로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주파수 이슈에서 지상파 방송의 편을 들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그들이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유권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좋아하는 것,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감각적으로 파악하는 데 능합니다. 정치인들은 통신이 그동안 어떻게 이용자(유권자)들의 주머니를 노려 왔는지를, 그래서 이용자들이 통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그리 너그럽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진짜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700MHz를 둘러싼 이슈에서 어떤 이들은 지상파의 낮은 직접 수신율을 전가의 보도처럼 수시로 꺼내 들며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수신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상파가 나오지 않는 유료방송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겠습니까. 유료방송이야말로 그동안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면서, 다시 말해 지상파의 콘텐츠에 올라 타 성장해 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금의 방송 시청 행태가 유료방송 위주로 변질된 것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려는 건 아닙니다. 지상파도 숱한 시행착오와 실수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책임은 있으니까요. 그러나 어느 순간 유료방송이 이런 저런 핑계로 월 이용요금을 훌쩍 올리고, 유/무선 결합상품의 할인율을 낮추고, 5G니 기가 LTE니 하면서 무선 통신의 가격까지 올리고, 그게 싫어진 이용자가 깔끔하게 결합상품을 해지하고자 해도 약정에 따른 위약금에 발목이 묶여 한 사람당 몇만 원이 훌쩍 넘는 요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부담해야 한다면, 그때는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실내외 안테나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 TV 플랫폼의 본질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주파수 700메가헤
 
지상파 방송 플랫폼은 수십 년 동안 아날로그였다가(손잡이 드르륵 돌리는 옛날 TV 기억하시나요?), 최근 10여 년 사이 HD로 발전했고, 이제 UHD로 이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TV 수상기의 성능이 발전해 화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건 분명히 바람직한 현상이고, 이런 추세를 지상파가 따라가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게다가 현재 지상파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은 이미 UHD 방송을 상용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유료방송에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지상파 방송이 UHD를 하지 못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유료방송의 대표주자였던 케이블TV가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최근 몇 년 사이 IPTV가 급성장한 지금에 와서 유료방송은 사실상 거대 통신 재벌과 동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상파 방송이 과거 아날로그 방송 때 사용하다가 반납한 700MHz 주파수 대역에서, 국가재난안전망에 할당된 20MHz 폭을 제외하고, 얼마나 부족한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모바일 광개토 플랜'으로 통신용 주파수가 부족하다고 하는 통신사들에게 경매로 할당하기로 결정한 몇 십 MHz의 대역도 제외하고, 그 나머지를 지상파 방송이 UHD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여야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요구입니다. 이걸 '정치적 흥정'으로 매도하는 건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주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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