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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저임금 댓글 배틀에 참전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②

최저임금 팩트북

[취재파일] 최저임금 댓글 배틀에 참전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②
- 1편에 이어 -

5.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 소비가 늘어난다?

통계청이 작성한 <2014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의 <소득계층별 소비성향>을 보면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인 <소득 1분위>의 소비성향은 104.1이고, 소득이 가장 많은 계층인 <소득 5분위>의 소비성향은 61.6입니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소비성향이 높습니다. 소비성향이 높다는 건 늘어난 소득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즉 저소득층은 소득이 들면 곧바로 소비로 이어져 경제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겁니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더 늘어도 저축이나 자산투자에 쓰이거나 사치재에 지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유발 효과도 작습니다.

이건 올해 최저임금을 도입한 독일의 사례에서도 증명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22일 독일의 시장조사 업체 GfK를 인용해 "(최저임금 도입 이후) 독일 소비자들의 가계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8% 늘었는데, 구매 욕구는 무려 26.5%가 늘었다"면서 "소비 성향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독일뿐만이 아닙니다. 브라질 사례도 있습니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03년 집권한 직후 저소득층 지원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 (Bolsa Familia)를 시행합니다. 월 소득이 120헤알 (약 7만1500원)미만인 가구에 소득의 절반 이상인 70헤알 (약 4만1700원)을 직접 지원했습니다. 2010년까지 1280만 명이 볼사 파밀리아의 혜택을 봤습니다. 그 결과 브라질은 살아난 내수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룰라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왜 부자를 이롭게 하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저소득층을 이롭게 하는 것은 '비용'이라고 하는가"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집니다. '나만의 비용'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투자'입니다.

6.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

중소기업중앙화와 경총이 지난 3월 전국 중소기업 429개 업체를 설문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고율로 인상될 경우 신규채용 축소와 감원 등 고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55.4%였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이것은 '설문 조사'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대규모 실직이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폴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3월 2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 이를 반박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최저임금 액수가 조금씩 다른데,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면 "최저임금이 높은 주에서는 대량실업이 발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겁니다. 그러면서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역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도 말했습니다.

앞서 인용한 6월 21일 조선일보도 "독일이 올해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후 우려했던 대량 실업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독일의 지난 4월 실업률은 EU 회원국 최저인 4.7%를 기록했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월 450유로 이하를 받는 미니잡 (mini-job)은 23만개 정도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런 초단기/초저임금 일자리는 중장기적으로 줄여 점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영국 최저임금위원회 (Low Pay Commission)의 2003년 연구나 "최저임금 고용효과" (김유선, 2014),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채용 억제효과" (김대일 2012) 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축소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거나 미미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증명돼 있습니다. <"최저임금 적정수준과 고용효과"- 김유선,2015 에서 재인용> 

이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에 따라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경영을 효율화 하거나 수익률을 다소 낮추는 방식 등으로 그 부담이 대부분 흡수돼서 고용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도리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의 생산성과 충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춰 기업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독일처럼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생산을 늘리는게 이익이기 때문에 고용 역효과가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소비가 우리나라 총 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55.2%의 고용을 유발한다고 돼 있습니다. 수출은 26.1%, 투자는 18.7%니까 소비가 고용을 늘리는데 훨씬 효과적인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면 고용이 늘어날 여지도 있는 겁니다.
 
결국 중소기업과 일부 자영업자들의 설문 조사 결과는 당장 늘어날 인건비 부담에 대한 과도한 우려때문로 해석됩니다.
현금 관련

7. 최저임금을 올리면 물가가 오른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전 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991년 14.5%를 정점을 기록했다가 현재는 약 10% 내외로 낮아졌습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도 인건비 비중이 10% 안팎입니다. 이는 임금이 10%가 올랐을 때, 임금상승분에 대해 기업이 이익 삭감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부 물가에 전가한다고해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10 즉 1% 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월 급여 120만 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가 약 450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25% 즉 약 1/4여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줄어듭니다. 즉 1%의 1/4이니까 0.25%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임금 상승분 10%를 기업 이익 축소나 경영 합리화등으로 완충하지 않고 모두 물가에 전가한다고 해도 이 정도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고 과장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8. 무엇을 할 것인가?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현재 5580원인 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결코 인건비 때문만이 아닙니다.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한 거래행위와 상가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 영업비용 증가, 과도한 프랜차이즈 수수료와 인테리어 교체비용 등이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소비가 늘면 대기업 역시 수혜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대승적인 '투자' 관점에서 대기업과 대형 금융사들이 가져가는 몫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현재 연 매출 2억 원 이하인 카드수수료 할인점을 연 5억 원까지 상향한다거나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고 공적 보증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금융비용을 지원하거나,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영업점당 이익을 합리적인 선으로 낮춘다거나 하는 대안들이 야당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저임금만 올린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최저임금 5580원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이 227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2.1%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최저임금 미달은 최저임금 액수가 높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의 위법  행위와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전향적인 관리감독 강화가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불공정한 거래 관행 개선 등 적절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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