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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집에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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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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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치매를 앓고 있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두 식구뿐인 단출한 가정이지만, 유일한 수입이었던 폐품 수집만으로는 빠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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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소중한 가족이 더 있습니다. 바로 강아지 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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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저, 그리고 똘이는 어디든 늘 함께였습니다. 가진 건 별로 많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서로 각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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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잔인한 5월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못난 아들을 낳은 죄로 호강 한 번 못 누린 어머니는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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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보잘 것 없지만 유일한 쉼터였던 저희 집에 화마가 덮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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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보금자리는 한순간에 잿더미가 돼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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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는 제 건강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불길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이 온몸에 전신 2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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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고 터전을 잃은 것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터질 지경인데 화마가 남긴 화상은 그 이상 고통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힘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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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날, 한 방송팀이 절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게 영상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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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멍해졌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머릿속이 선명해졌습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살면서 똘이를 잊고 지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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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화면으로 만난 똘이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게다가 한쪽 다리는 제대로 딛지도 못 했습니다. 불길에서 똘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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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슴이 아팠던 건, 상처투성이의 똘이가 폐허가 돼 버린 집터를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는 제작진의 말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달려가 똘이를 끌어안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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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똘이가 밥도 먹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잔인한 5월은 똘이에게마저 큰 고통을 남겼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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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속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는 똘이를 위해 저는 목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익숙한 제 목소리가 똘이에게 고통을 견뎌낼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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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제 목소리를 듣은 똘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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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월은 저희 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똘이도, 저도 이 상처가 낫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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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똘이와 함께 다시 행복을 찾아갈 겁니다. 어차피 저에게 ‘행복’은 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까요.



이 기사는 지난 6월 21일 SBS 'TV 동물농장' 719회에 출연한 이성순 씨의 시점에서 작성됐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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