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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실가스 감축…기아(hunger)인구 10% 이상 늘어난다

[취재파일] 온실가스 감축…기아(hunger)인구 10% 이상 늘어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전 세계에서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인구는 7억 9천 5백만 명이나 된다. 현재 전 세계인구가 72억 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9명 가운데 한 명 정도가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해 생활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이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배출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각종 정책을 시행할 경우 기아인구수는 과연 늘어날까 아니면 줄어들까?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과 기아와 무슨 관련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한국과 일본 공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RCP2.6)와 감축 없이 온실가스를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배출하는 경우(RCP8.5) 각각에 대해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수가 어떻게 달라지고 또 1인당 섭취하는 열량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정량적으로 산출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과학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와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기아인구수와 영양 섭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기후변화가 전 세계 곡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 곡물가격이나 곡물 재배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이오 연료의 수요,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데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등을 따져보는 연구를 했다.

연구팀이 곡물 생산량을 우선 따져본 것은 곡물 생산량이 곧바로 기아인구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작물은 생육에 적당한 온도가 있는데 기온이 올라갈 경우 작물이 고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자라는 동안 폭염이나 가뭄, 집중호우, 슈퍼태풍 같은 각종 재앙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취재파일]기후변화와 오존…식량안보 위협 참조).
 
두 번째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문제다. 바이오 연료는 당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체제로 넘어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연료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고 있는 바이오 연료는 콩과 옥수수 같은 곡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가 줄어들고 식량 가격 또한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억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현재 사용 중인 시설이나 장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물건 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특수 장치를 부착한다면 전기 생산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전기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로 인해 먹을 수 있는 곡물이 줄어들거나 가격이 상승하고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기술이 도입되면서  각종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비용과 상승하는 곡물 가격, 떨어지는 농업 생산성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부족하고 한정된 재원으로 살아가는 경우라면 늘어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 특히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구입할 수 있는 식량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기아로 고통 받는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모형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성 감소와 바이오 연료의 수요 증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늘어나면서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면 감출할수록 기아인구수는 더 늘어나고 1인당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열량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정책 실행으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이 기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2050년에는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할 때보다 기아인구수가 12%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정책을 실행할 경우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열량도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할 때보다 23킬로칼로리(kcal)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많이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인도에서 기아인구수가 크게 늘어나고 영양 섭취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영향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나 사람이 있고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국가와 사람이 있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기후변하나 온실가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반드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나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과는 별 관계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 남태평양 작은 섬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비용 상승을 비롯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실행하는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완화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후변화 완화 정책으로 인해 기아인구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방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과 함께 그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굳이'기후 정의'라는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반드시 기후변화 완화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시행돼야 한다.

<참고문헌>
* Tomoko Hasegawa, Shinichiro Fujimori, Yonghee Shin, Akemi Tanaka, Kiyoshi Takahashi, Toshihiko Masui. 2015: Consequence of Climate Mitigation on the Risk of Hunger.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DOI:10.1021/es505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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