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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명적 위협 2차 교통사고…현실적인 예방 방법은?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거나 차가 갑자기 멈춰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특히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 위라면 어쩌시겠습니까?

● 치명적 위험…2차 사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뒤따라오던 차에 더 큰 위험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일반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11.2%인데 비해 2차 사고의 치사율은 62.4%에 달합니다. 치사율이 6배나 높은 겁니다.

특히 고속도로의 경우는 더 무섭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도로 종류별 2차 사고 치사율 통계를 보면, 일반국도가 14%, 특별시와 광역시도로가 10.1%인데 고속국도의 2차 사고 치사율은 무려 67.6%입니다. 고속도로 같은 데서 2차 사고가 나면 10건 중 7건은 사망 사고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례1>

취재 중 만난 이 모 씨는 올해 초 아찔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고속도로 커브를 도는데 갑자기 눈 앞에 멈춰 선 차와 한 무리의 사람이 보였던 겁니다. 급히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사고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결국 전치 16주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로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들은 접촉사고를 낸 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던 중이었습니다.

<사례2>

경기도 오산에 사는 홍 모 씨는 지난해 10월 두 아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아들들은 서울 목동에서 야구를 본 뒤 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로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들이 탄 차가 고속도로 1차로에서 무언가에 부딪힌 뒤 3차로로 튕겨져 나갔습니다. 3차로에서 시속 120km로 달려오던 외제차가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둘째 아들은 목숨을 잃었고, 큰 아들은 겨우 살아 남았습니다.

처음 부딪힌 것은 검정 승용차였는데, 사고가 나서 도로 역방향으로 차가 멈춰 서자 운전자가 그대로 두고 자리를 뜬 것이었습니다. 하필 전원이 모두 끊어져 깜빡등도 켜놓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깜깜한 밤에 검은 승용차가 불빛도 없이 서 있던 것이었습니다.
홍순준 뉴스토리용

● 2차 사고에 노출된 '후방조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사고가 나서 차가 멈춰 서면 뒷쪽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손수건을 흔들거나 수신호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뒤에 오는 차에게 위험을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도 2차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해봤습니다. 같은 코스를 시속 80km와 120km로 각각 달려봤습니다. 돌발 장애물이 나왔을 때 시속 80km 상황에선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시속 120km 상황에선 알면서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보통 시속 80km로 달릴 때 갑자기 차를 세우려면 54m를 더 달려야 하고, 시속 120km에선 최소 100m를 더 나가야 차가 멈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속도로에선 앞에 무언가 있다는 걸 알고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100m 안쪽에 있는 것은 치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밤이라면 더욱 심각해지겠죠. 우리나라에선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주간에는 100m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밤이라면 이보다 100m 더 뒤쪽에 붉은 빛이 나는 불꽃 신호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운전자가 과연 있을까요?

취재 중 만난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아찔한 순간이라며 블랙박스 화면을 전해줬습니다. 1차로의 사고현장에 도착한 순찰대원이 사고차 뒤쪽에 삼각대와 불꽃 신호기를 설치하고 뒤돌아 서는 순간 검은색 차량이 순찰대원 몇 미터 앞까지 달려들었습니다. 순찰대원은 급히 중앙분리대로 올라가 목숨을 건졌고 뒤에 달려오던 차는 사고 차량에 부딪혀 멈춰 섰습니다.

당시 상황을 접했던 설의환 경기경찰청 순찰대원의 말입니다.

" 현장 사진 한 번 찍고 뒤로 돌아보는 순간 검은색 차가 브레이크도 안 밟고 달려온 거죠. 중앙분리대에 올라가서...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어요. 그래서 마주보고 올라가서 이젠 살았구나... 느꼈죠"

● '후방조치 조항' 실효성 있나?

교육받은 경찰들도 이 정도인데 일반인이 후방조치에 대한 규정을 지킨다는 건 아무래도 실효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운전자 대부분이 사고가 난 차가 뒤쪽에 후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만약 자신이 1차 사고를 낸 운전자라면 후방조치를 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뒤에 오는 차에 위험을 알리는 건 중요합니다. 외국에서도 후방조치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차가 도로에 멈췄을 경우 영국은 모든 차량이 45m 후방에, 미국은 트럭과 버스만 30m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은 일반도로에만 해당될 뿐 고속도로에선 이런 의무조항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도 '후방조치 조항'이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실효성 부분에 대해 경찰청 해당부서에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희가 봐도 (삼각대)100m, (불꽃신호기) 200m 이런 규정은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해서 교통공단 측에 근거가 뭐냐고 했더니... 근거가 전혀 없는 겁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지 몇 십 년이 됐는데 이 규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저희도 알고 있고... 저희 쪽에서도 오히려 불꽃 신호기를 200m씩이나 갖고 내려가게끔 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야간의 경우 목숨을 걸고 운 좋게 후방조치를 했다고 해도 삼각대는 야광이기 때문에 전조등에 반사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전조등이 비추는 거리가 50m에서 100m인 점을 감안하면 야광빛이 눈에 띄는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고속도로에선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불꽃신호기는 이게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운전자 9명 중 3명만 그 의미를 알고 있었습니다.

● 일반도로와 다른 고속도로

고속도로는 일반도로와 다릅니다. 그런데 운전자는 사고가 나면 일반도로와 똑같이 행동하려 합니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는 게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의 지적이었습니다.

설의환 대원의 말, 들어보시죠.

"트렁크를 열거나 여러 가지 조치가 있는데 그런 걸 잘 못해요. 보험사에 전화하고 갓길에 그냥 서 있고... 그런 사소한 대처가 큰 사고로 이어지거든요.

사고를 겪어본 사람은 좀 알지만 처음 겪는 사람은 당황합니다. 어떤 분은 사고가 났으니까 차를 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해요. 보험사 올 때까지 현장 보존을 해야 한다고... 가면 뺑소니 아니냐는 겁니다..."


● 차가 멈췄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고속도로에서 내 차가 멈췄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갓길로 차를 뺍니다. 여유가 있으면 조심해서 갓길 뒷쪽에 삼각대 설치나 트렁크 열기 등의 안전조치를 합니다. 그리고 가드레일 밖이나 사고 차량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112나 119에 신고를 합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말입니다.

"내가 살아야 다음에 오는 차를 살릴 수 있습니다. 내가 탈출해 있어야 뒤에 오는 차에 위험을 알리고 신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야 2차, 3차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내가 탈출하는 게 비겁한 짓이다? 그게 아닙니다.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행동입니다"
홍순준 뉴스토리용
불꽃 신호기가 있다면 멀리 가서 세워 피울 필요 없습니다. 그냥 불을 붙여서 뒤쪽으로 힘껏 던집니다. 여러 개일수록 좋습니다. 사고 차가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알리느냐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피할 곳도 없이 차 안에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안전벨트를 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놓습니다. 뒤차가 와서 2차 사고가 나도 앞으로 밀리는 게 나한테는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2차 사고가 설마 나한테 일어나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뒤차 입장에선 과속을 하지 않아야 하고, 전방 주시를 잘해야 합니다. 그래도 불가항력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게 2차 사고입니다. 사고는 언제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절대 잊어선 안됩니다. 또 운전대를 잡으면 반드시 사고 뒤 행동요령을 되짚어 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2차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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