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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구온난화는 지속 중"…'멈춤' 없었다

[취재파일] "지구온난화는 지속 중"…'멈춤' 없었다
'지구온난화 멈춤(Global Warming Hiatus)', '지구온난화 정지(Global Warming Pause)', 지난 1998년부터 15년 이상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던 지구온난화가 당초 예상과 달리 속도가 둔화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지 않고 제 자리 걸음을 한 것을 말한다 ([취재파일]지구온난화 멈췄나?(2014.9.11) 참조).

기후변화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지난 2013년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지난 1998년부터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지구 평균기온은 상승하지 않고 15년 이상 제 자리 걸음을 하면서 지구온난화에 회의적인 그룹에서는 지구온난화 이론이 허위라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근 들어 겨울철에 자주 나타나고 있는 기록적인 북극한파 또한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던 많은 학자들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대기가 잡아 두는 열이 늘어나는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해서 지상 기온에서는 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이른바 '잃어버린 열(missing heat)'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맬 수 밖아 없었다.

캐나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마치 지구온난화가 멈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래 지구 기온이 자연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부분이 있는 데 자연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온난화로 상승하는 기온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고(Lovejoy, 2014), 스위스 연구팀은 이런 자연적인 변동뿐 아니라 1998년에 발생한 20세기 최강의 엘니뇨현상과 최근 태양흑점활동의 변화, 2010년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에서 발생한 화산 같은 대형 화산의 영향, 그리고 지구 평균기온 산출 시 북극처럼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의 자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 등 다양한 원인을 내놓기도 했다(Huber and Knutti, 2014).

하지만 그동안 '지구온난화 멈춤'의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연구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PCC도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는 최근 나온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지구온난화 멈춤'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Karl et al., 2015).

연구팀은 그동안 관측한 다양한 자료를 다시 분석한 결과 최근 15년 동안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적어도 지난 20세기 후반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보다 결코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15년 이상 진행된 것으로 생각했던 '지구온난화 멈춤'이나 '지구온난화 정지'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도 계속해서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관측 자료를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보완한 부분은 특히 바다 관측 자료에 대한 부분이다. 육상에서 기온을 재는 것에도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바다에서 기온을 측정하는 것은 육상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 바다에서는 육상에서처럼 많은 관측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바다 자료가 전체 자료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바다에서 기온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지나가는 배가 재거나 바다 여기저기에 띄워놓은 부이(Buoy,부표)라는 장비가 재는 것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배가 지나다니고 아무리 많은 부이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육지에서처럼 조밀하게 관측을 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바다에서 관측한 재료는 관측기기의 특성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한 보정뿐 아니라 넓은 바다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가중치를 줘서 전 지구 평균기온 산출에 이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던 바다 자료의 보완 방법을 개선해 평균기온을 산출했다. 최근 들어 다른 지역보다 2배 정도나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극 지역의 자료를 보완한 것도 이번 재분석 자료의 특징이다.

연구팀이 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해 전 지구 평균기온을 다시 산출한 결과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속도는 10년에 0.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50년~1999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10년에 0.113℃씩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기온 상승 폭이 20세기 후반의 기온 상승폭보다 오히려 더 큰 것이다. 20세기 최강의 엘니뇨현상이 발생한 지난 1998년부터 계산을 하더라도 최근의 기온 상승 속도는 10년에 0.10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생각했던 지구온난화 멈춤이나 지구온난화 정지 현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취재파일

하지만 반론도 있다. 우선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굳게 믿던 층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지구온난화는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어' 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열을 찾은 것에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은 미 국립해양대기국이 자료를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정 자료에 가중치를 많이 줘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혹시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관측 자료가 많지 않은 바다 자료 특히, 관측 방법이 서로 다르고 관측 장비가 서로 다른 자료를 같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가중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 국립해양대기국이 그동안 만들어온 결과를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에 대해 허탈해 하는 학자들도 많다. 지구온난화 멈춤이나 지구온난화 정지라는 말이 생긴 것도 어찌 보면 그동안 미 국립해양대기국이 만든 자료 때문이었고 특히 지구온난화 정지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노력과 돈, 시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열을 찾게 됨으로써 지구온난화가 허위라든가 지구온난화 예측 모형이 틀렸다든가 하는 주장은 앞으로 더욱 더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혹시나 지구온난화 속도가 조금은 느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류의 희망은 사라지게 됐다.

<참고문헌>

* Thomas R. Karl, Anthony Arguez, Boyin Huang, Jay H. Lawrimore, James R. Mcmahon, Matthew J. Menne, Thomas C. Peterson, Russell S. Vose, Huai-Min Zhang. 2015: Possible artifacts of data biases in the recent global surface warming hiatus. Science, DOI:10.1126/science.aaa5632

* [취재파일] 지구온난화 멈췄나?(2014.9.11)
//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577259&oaid=N1003011920&plink=TEXT&cooper=SBSNEWSEND

* Lovejoy S., 2014 : Return periods of global climate fluctuations and the paus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 10.1002/2014GL060478

* Huber M. and R. Knutti, 2014: Natural variability, radiative forcing and climate response in the recent hiatus reconciled. Nature Geoscience, published online August 17, 2014. DOI:10.1038/NGO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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