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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죽음' 쉽게 잊는 사회…기억해주세요

<앵커>

혹시 길거리에서 이런 비석들을 본 적 있으신가요? 다른 사람들을 돕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평범한 시민들을 기리는 추모비입니다. 당시엔 잠시 떠들썩하긴 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SBS 연중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3일)은 무명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2001년 1월 27일 SBS 8뉴스 : 한국 청년이 어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 사람을 구하려다 그만 열차에 치여서 함께 숨졌습니다.]

2001년 도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 씨.

이 씨의 부모는 부산에 만들어진 아들의 묘를 거의 매일 찾습니다.

[신윤찬/故 이수현 씨 어머니 : 점점 더 아이가 보고 싶고. 자기 또래 사람들이 아기 데리고 다니는 거 보면 (너무 보고 싶어져요.)]

그 세월을 견뎌낼 수 있는 건 아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 덕입니다.

[이런 꽃 같은 거 갖다 놔 주시고 그런 분들 보면 '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하죠.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죠.]

특히 일본인들의 이 씨에 대한 추모 열기는 지금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노치환/故 이수현 문화재단설립위원회 : 만약 (한일 관계라는 특수성 없이) 우리나라에서 이수현 사고가 났더라면 우리들은 조금 가볍게 넘기지 않았을까.]

[1997년 1월 11일 SBS 뉴스 : 한 의로운 시민이 오늘 경찰을 도와 소매치기들과 격투를 벌이다가 흉기에 찔려서….]

1997년 명동 상인이던 이근석 씨는 소매치기를 붙잡으려다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이 씨가 쓰러진 명동 거리엔 추모비가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이 씨의 추모비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명동 행인 : (지나오시는 길에 비석 하나 보셨어요?) 못 봤는데. (저기 있는데, 바로 뒤에.) 못 봤어요.]  

그 사이 이 씨는 잊혀지고 있습니다.

[명동 상인 : (이근석 씨라고 혹시 그분 아시나요?) (예전에) 요만한 공간에서 옷 장산가 뭔가 했어요. (사장님처럼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나요?) 없을 거예요, 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 다른 사람도 모르지. 내가 여기서 제일 오래됐는데.]

버스 탈취범을 쫓다 숨진 신형수 씨, 성폭행 당한 여성을 돕다 목숨을 잃은 최성규 씨,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다 희생된 최원욱 씨, 이들의 죽음도 비석만 남긴 채 잊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는 그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성대/故 이수현 아버지 : 사실은 (의사자가 되는 건) 가족들에겐 큰 고통이지요. 사회 차원에서 (희생을) 기억해주고 그분들을 조금 북돋아 주고, 이런 게 필요하지요.]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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