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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티브 잡스 같은 성격은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

[취재파일] 스티브 잡스 같은 성격은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하나?
스티브 잡스는 인성에 문제가 있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로는 사회성이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인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스티브 잡스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성이 좋지 않은만큼 대학에 들어갈 때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교육부는 지난해 연말, 각 대학에 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의 인성부분을 평가해 잘 반영하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올해 대입전형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 사립대학은 구체적인 인성 평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인성 평가라고 돼있던 부분을 올해부터 성실성, 적극성, 팀워크, 시민의식 등으로 평가항목을 정해 점수화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대학 측은 출결사항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함께 학생부에 교사가 적어놓은 특기사항, 또 행동특성과 종합의견 등을 면접관들이 읽어본 뒤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성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아이가 성실하고 팀워크가 좋고 시민의식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될 경우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력이 뛰어난 데다 인성까지 좋다면 무얼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인성이라는 것을 과연 말 몇마디로 과연 평가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대학입시와 관련된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연 학생부에 적힌 글 몇줄과 짧은 면접을 통해 제대로 된 인성을 파악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면접관들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하기 때문에 한 마디 하는 말만 들어봐도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떤지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학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 착해보이게 해줄 수 있다
 
인성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해줄 수 있다는 한 사설학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면접 등에서 어떻게 답변하면 좋을 지 매번 주제를 정해 연습을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학원 측은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거나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하면 교육을 받으라고 권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거나 착하게 바꿔줄 수는 없어도 착해보이게 할 수는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또 다른 학원에서는 한달 정도 연습하면 습관화가 된다면서 인성면접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샘플을 보여주고 계속 실제 모의 면접을 반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예로 든 상황들은 자기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가장 힘들었던 일, 그 힘들었던 일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걸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부모님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 등이었습니다. 또 그런 질문들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학교측에 어필할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인성을 좋아보이도록 교육을 받기 위해선 한시간에서 두시간 수업에 10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인성까지 사교육을 통해 좋아보이도록 훈련받고 있는 세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더 많은 대학들이 인성을 평가해 점수화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보다 더한 상황도 예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취재파일
 
학교와 대학에서 인성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쁜습관을 고치는데는 100일이 걸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66일이 걸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 그것을 반복해 듣고 교육을 받다보면 비뚤어진 인성이나 그리 좋지 않았던 인성이 좋아지는 경우 분명히 효과가 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인성을 평가해 점수화한다는데에는 좋은 영향보다는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인성이 좋은 사람만 대학에 들어가는데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고교시절까지 적극성이나 팀워크가 좀 부족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모든 대학생이 반드시 좋은 인성을 가져야 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인성교육진흥법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에 들어갑니다. 이 법의 제1조를 볼까요?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취재파일

인성교육진흥법은 국가와 사회가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인성이 초래한 갖가지 대형사고에서 유래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법이라고 봐야 할까요? 이 법을 근거로 초중고에서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시행해야 하고 예비교사인 교대와 사범대생들은 인성관련 과목을 필수로 수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시행할 지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법까지 만들어 야심차게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준비없이 진행되는 인성교육이 벌써부터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교육이 될까 근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과목이라도 '인성' 두 글자만 붙이면 혹시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 "착해 보이게 만들어드려요"…인성교육도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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