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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민지를 위한 '감동의 세리머니'를 기대합니다

[취재파일] 여민지를 위한 '감동의 세리머니'를 기대합니다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여자축구대표팀이 어제(20일) '월드컵 장도'에 올랐습니다. 대표팀은 미국에서 최종전지훈련을 갖고 여자축구 FIFA 랭킹 2위인 강호 미국과 평가전도 치른 뒤(오는 31일) 다음 달 4일 결전지인 캐나다에 입성합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남자축구대표팀이 떠났던 때와 비교하면 참 '조용한' 출국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인천공항 입국장이 취재진과 팬들의 환영 열기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10년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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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과 가을, 대한민국은 여자축구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한국 여자축구는 독일에서 열린 FIFA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쓰더니 (최종 순위 3위),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U-17(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FIFA 대회 우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태극소녀들은 말 그대로 '금의환향'했고,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는 2010년 영광의 주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지메시' 지소연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MVP에 뽑힐 정도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U-17 월드컵 우승을 일구며 득점왕과 MVP까지 3관왕의 영예를 안았던 여민지 선수는 이번에 빠졌습니다. 파주에서 연습경기를 하던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출국을 이틀 앞두고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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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U-17 여자월드컵 당시 여민지 선수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8골과 도움 3개로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특히 나이지리아전에서는 혼자 4골을 몰아치면서 FIFA 대회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단 투표에서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여민지 선수의 활약상을 소개한 SBS 8시뉴스 리포트입니다.           

▶여민지 골 퍼레이드…'3관왕' 최고 스타로 등극 (동영상 클릭)   

일본과 영국 무대를 거치면서 더욱 성장한 지소연과 달리 여민지는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며 날개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2011년 무릎 십자인대 수술, 2012년 발목 부상으로 1년 가까이를 통째로 쉬었고, 유럽 진출의 꿈도 멀어져 갔습니다. 대학팀(울산과학대)을 거쳐 지난해 여자실업축구 대전 스포츠토토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예전만큼의 기량과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 했습니다. 2014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로도 뽑히지 못 했습니다. 

여민지는 꿈에 그렸던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또 부상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월드컵 출정식 날,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여민지는 의연했습니다. 동료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자신의 SNS를 통해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하지만 마음 만은 늘 함께 하고 있다"며 "나로 인해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TV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동료들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오뚝이처럼 일어설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여민지 선수는 올해 22살입니다. 당장 내년 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이 있고, 또 4년 뒤 프랑스 여자 월드컵도 있는 만큼 여민지는 한국 여자축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입니다. 본인의 말처럼 빨리 상처를 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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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땀 흘리고 고생했던 동료들에게는 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 월요일 월드컵 출정식에서 지소연 선수는 여민지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민지의 부상을 가슴 아파했고, 월드컵 가서 꼭 민지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여민지를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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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대표팀은 시상식 도중 아주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대회 직전 부상으로 제외된 마르코 로이스의 이름과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꺼내들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한 겁니다. 우리 여자대표팀도 이번에 월드컵 사상 첫 승, 그리고 16강 진출을 이룬 뒤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다음 달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여민지 선수를 위한 감동적인 세리머니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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