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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기업 배급사는 극장 편? 제작사 편? ③

[취재파일] 대기업 배급사는 극장 편? 제작사 편? ③
사실 이 글은 'CGV.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제목을 좀 바꿨습니다. 앞서 1편과 2편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CGV와 롯데시네마 측의 '자사 영화 밀어주기' 수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엔 극장이나 투자배급사가 아닌, 영화제작사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작사 입장에선 더 많은 상영관을 잡아줄 수 있는 배급사를 선호하게 마련입니다. 공정위 의결서에는 이런 진술서가 나옵니다.
[취재파일] 최호원
  그런데, 영화제작사들이 무조건 CJ E&M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제작사들은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이 원칙적으론 자신들의 편에 서야 하는데, 너무 대기업 극장 측과 친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불만을 이해하려면 우선 영화상영의 수익배분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려면 우선 1) 제작사가 시나리오와 감독 배우들을 섭외해 패키지안을 만듭니다. 2) 이 패키지를 보고, 투자배급사는 투자를 결정합니다. 이후 3) 투자배급사는 투자자들을 모우고, 제작사는 투자배급사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영화를 만듭니다.

  제작기간 2년 정도를 거쳐 이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영화표 1장이 1만원이라고 하면 부가가치세 10%+영화발전기금 3%를 뺀 8700원의 수입을 [극장]:[투자배급사+제작사]가 각각 4350원씩 50:50으로 나눠갖습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단순화해 설명합니다.) 100만명이 봤다면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43억5000만원의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비용을 뺍니다.

 순제작비, 배급수수료, 관리수수료, 마케팅기획비, 마케팅배급비, 기타비용, 배우감독 인센티브 등입니다. 남은 돈이 순이익입니다. 순이익을 높이려면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순제작비는 개봉 전에 이미 모두 지출했습니다. 비용 가운데 상당수는 극장 내 광고판 설치나 전단지 배치, 그리고 가상 프린트비(VPF) 등을 극장에 지불해야 합니다. 할리우드 직배사나 중소 투자배급사들은 극장 측과 협상을 벌여 이 비용을 낮추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제대로 된 협상도 하지 않고 쉽게 극장 측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제작사들의 불만입니다. 극장의 부당한 대우 등에 별달리 항의도 하지 않습니다. 제작사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파일] 최호원
  급기야 제작사들은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에 반발해 2013년 10월 자신들이 직접 '리틀빅픽쳐스'(위 사진)라는 배급사를 설립합니다. 리틀빅 픽쳐스는 그동안 '카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화장' 등을 배급했죠. 아직 이렇다고 할 흥행작은 없습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의 힘이 여전하기 때문에 제작사 대부분이 주요 영화들의 경우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최근엔 조금씩 변화가 보입니다. 중견 투자배급사 NEW가 극장체인을 끼지 않고도 CJ E&M이나 롯데 보다 더 많은 흥행작을 탄생시킨 겁니다. 지난 1월에는 증시에도 상장됐죠. 그러자, 돈있는 중견기업들이 투자배급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수그룹 계열의 이수C&E, IT기업인 다우기술의 시네그루다우기술, 3위 극장체인인 메가박스의 메가박스플러스엠 등입니다. 제작사로서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함께 일할만한 투자배급사들이 늘어난 겁니다. 극장들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이후 노골적으로 자사 영화 밀어주기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대기업 극장과 대기업 배급사들 사이의 밀어주기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국내 양대 투자배급사인 CJ E&M과 롯데엔테테인먼트도 이제 더 이상 극장 형님들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정정당당한 배급 경쟁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근간이 아니겠습니까?

▶ [취재파일] CGV·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 ①
▶ [취재파일] CGV·영화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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