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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뉴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요?

하현종 기자 mesonit@sbs.co.kr

작성 2015.05.15 14: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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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뉴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요?
국토부가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가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서울 대림동, 신당동 등 수도권 4곳에 총 5529호를 짓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퇴거 걱정 없이 8년 동안 살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중산층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해왔습니다.

뉴스테이는 당초 치솟는 전셋값과 급속한 전세의 월세 전환 등 점차 불안정성이 커지는 중산층 주거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입니다. 그런데 뭔가 핀트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는 정책 대상과 수요, 정책 목표와 기대효과가 분명해야 합니다. 뉴스테이가 정말 ‘중산층’을 위한 것인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외로 뉴스테이를 추진 중인 국토부가 스스로 내놓은 공식자료에 답이 있습니다.

● ‘중산층’은 정말 월세를 원하나

우선 중산층을 정의해야 겠습니다. 학자에 따라 이론에 따라, 나라에 따라 중산층의 의미는 다소 달라집니다. 국토부가 내놓은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이른바 ‘중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중소득층은 소득분위 5-8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으로 우리 국민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2%가 여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1-4분위는 저소득층, 9-10분위 는 고소득층으로 분류됩니다.)

2014년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이사를 계획하는 전체 가구가 희망하는 주택 점유형태는 자가가 47.7%, 전세가 37.3%입니다. 합쳐서 85%입니다. 월세를 희망하는 사람은 11.4%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뉴스테이의 주 타겟으로 잡고 있는 중산층 즉 중위 소득 계층만 따로 보면 자가 또는 전세 희망 비율이 86.6%로 더 높고, 월세 희망 비율은 11.2%로 더 낮습니다. 중산층 가운데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1명 꼴에 불과하다는 얘기 입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너무 당연한 현상입니다. 현재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6% 정도고 예금금리가 2% 미만이니까 어림잡아도 3배 이상 높기 때문입니다. 목돈을 빌리는 값이 싼데 비싼 월세를 선호할 리 만무합니다. 중산층의 대다수는 월세를 바라지 않습니다.

● ‘중산층’은 월세를 감당할 수는 있나

그렇다면 그 중산층은 뉴스테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걸까요? 역시 국토부 주거 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중산층의 가구당 주거면적은 2014년을 기준으로 평균 72.7m² 입니다. 이는 실사용면적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발표한 뉴스테이와 비교해보면 서울 신당동의 전용면적 59m² 또는 서울 대림동의 44m² 짜리 뉴스테이와 엇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도량형으로는 25평형 아파트 정도 됩니다)

그런데 서울 신당동 59m²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100만원입니다. 서울 대림동 44m²는 보증금이 1천만원에 월세가 110만원입니다. 여러 언론 보도에서 지적했듯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비쌌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통상 10-20만원 드는 아파트 관리비도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 말대로 단지내 조식 서비스, 보육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등 부대 서비스가 포함된다면 이에 대한 서비스료가 추가되면서 관리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보증금, 관리비 다 빼고 월세만 따져보겠습니다. 국토부 주거 실태조사는 2014년 가계수지에 따라 세금 등을 제외한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우리 나라 국민들의 전체 평균 소득을 280.7만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중산층 즉 중소득층의 평균 소득은 291만9천원입니다. 여기서 월세로 1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면 소득대비 임대료 비중 즉 RIR 지수가 34%가 나옵니다. 110만원의 경우에는 37%까지 치솟습니다. 보증금에 관리비까지 환산하면 RIR 수치는 더 높아질 겁니다. 2014년 주거 실태 조사를 보면 현재 우리 나라 국민들의 평균 RIR는 24.2%이고 중산층의 경우에는 23.1%인데 이보다도 훨씬 높은 겁니다. OECD가 권고하는 적정 RIR 지수가 20% 이하이고 선진국에서는 RIR 지수 30% 이상인 계층을 주거빈곤층으로 보고 정책 대상으로 삼는 걸 고려해본다면 말이 안되는 임대료 수준입니다.

현실적으로 월 소득이 3백만원인데 소득의 1/3인 1백만원을 월세로 내면서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소득이 4백, 5백 만원이라 하더라도 사교육비 부담이 높고, 노후가 불안정하며, 물가가 비싼 우리 사회에서 저 정도 월세를 선뜻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한국도시연구원의 최은영 연구위원은 “뉴스테이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은 소득분위 10분위의 최고 소득층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런데 현재 발표된 뉴스테이 지역이 우리 나라의 최고 소득층이 딱히 선호하는 곳도 아니라는게 참 아이러니입니다.)

● 뉴스테이, 정책 목표는 제대로 설정된 것인가그래픽_월세아파트국토부는 뉴스테이의 정책 목표로 ‘양질의 월세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려 가격 경쟁을 통한 월세 임대료 하향 평준화’와 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에서 중산층의 주거 안정성 향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와 고속 성장, 고금리 등 특수한 경제 상황에서 유효했던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전세 제도는 앞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건 이미 일반적인 전망이 됐습니다.)

그런데 전세난 등 현재 중산층이 마주하고 있는 주거 불안의 원인이 월세 주택의 물량 부족해서일까요? 2014년 주거실태조사의 전국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전.월세 비중을 보면,  보면 이미 월세가 55%로 전세 45%를 역전했습니다. 수도권은 월세 비중이 46.1%로 아직 전세를 추월하진 못했지만 해마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서 곧 전세를 따라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시중에 월세 공급량이 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월세 임대료가 안정되고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중의 월세 가격은 전셋값에 강력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면 그에 따라 월세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급 부족이 원인이 아닌데, 월세 물량을 늘려서 임대료를 하향 안정화 시키고 중산층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건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입니다. (그것도 1년에 수십만호도 아니고 꼴랑 1만호 정도 공급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국토부 관계자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뉴스테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사실 없습니다.)

뉴스테이는 싸고 좋은 전월세집이 필요하다는데 난데없이 비싼 월세 아파트 들이미는 격입니다. 자다가 봉창도 이런 봉창이 없습니다. 지금도 비싼 월세는 넘쳐납니다. 일선 공인중개사무소에 가보면 80만원, 100만원 하는 반전세 매물은 차고 넘칩니다. 네이버 부동산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 그러라고 쥐어준 공공 자원이 아닐텐데...
아파트 전세 월세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주택 임대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거야 시장 원리에 따라 알아서 하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공공 자원까지 투입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에게 총 3천억원 규모의 국민주택 기금을 출자 형식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자는 4% 정도로, 조달금리에 빌려주는 융자보다는 다소 비싸긴 합니다. 그런데 ‘융자’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출자’는 부채로 잡히지 않습니다. LH 공사의 부채 140조 원 가운데 적지 않은 액수가 국민주택기금의 ‘융자’로 인한 회계상 부채인 점을 감안해보면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LH공사의 융자를 출자전환 해서 회계상 부채를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통해 공공 택지 우선 공급과 각종 세제혜택 등 공적 지원을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중입니다. 그러면서도 초기 임대료 규제 등 공공 자원 투입에 대한 반대 급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습니다.

주택 시장은 특히 시장 실패가 자주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시장 원리가 잘 안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국토부의 역할은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시장 실패를 막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 실패를 막으라고 쥐어준 공공 자원과 정책 수단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한다는 게 고작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가격 안정화라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월세 임대 주택 시장이 그 자체로 사업성이 있다면 정부가 말려도 민간 기업들이 알아서 사업에 뛰어들 겁니다. 반대로 월세 주택 공급 확대가 절실하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뛰어드는 사업 주체가 없다면 공공 자원을 투입해 수지를 맞추는 시도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걸 민간에 맡길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LH 공사나 SH 공사에게 맡기면 됩니다. 단순 계산해봐도 3천억원에 이르는 주택기금 출자에 대한 이자 4%와 건설회사에게 약속한 마진 5% 만 빼도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임대료를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 뉴스테이, 도대체 왜 하는 건가요.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자주 등장하는 국토부의 뉴스테이 광고에는 ‘중산층’이라는 굵직한 문구와 함께 밝게 웃고 있는 ‘중산층’ 이미지(?)의 광고 모델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뉴스테이와 관련해서 말끝마다 중산층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뉴스테이에서 중산층은 안 보입니다. 정책 수요도, 대상도 핀트가 안 맞고, 정책 목표와 효과도 불분명합니다.

뉴스테이가 정말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면 정책이 잘못 수립된 겁니다. 그게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아니, 국토부만의 중산층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택 시장의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직접 조사해서 발표한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정작 국토부가 안 읽어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중산층이 원하지도 않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도 없는 뉴스테이, 도대체 왜 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