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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해군 음악회, 적절한가

[취재파일]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해군 음악회, 적절한가
내일(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470 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또 올해는 해군 창설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해군으로서는 기념할 만한 해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해군에게 창군 이래 가장 수치스런 한 해입니다. 해군 참모총장이 전역하자마자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전 참모총장 한명도 방산 비리 혐의로 철창에 갇혔습니다. 지금도 많은 현역 해군 장교들이 정부 합동 방위사업비리 수사단에서 조사받고 있고 몇몇 장성들은 성 추문에 휩싸여 있습니다.

해군은 자중하고 또 자중해도 모자란데 큰 잔치를, 그것도 세월호 합동 분향소가 차려져 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하고 있는 광화문에서 엽니다.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충무공 동상 앞에서 대형 음악회를 개최하는 겁니다. ‘방산 비리 태풍’을 촉발시킨 통영함이 버린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신나는 공연을 벌인다는 계획입니다.

●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펼쳐지는 해군 음악회
[취재파일]
해군은 이번 공연이 충무공의 호국 정신과 초대 해군 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의 창군 정신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나라 사랑 호국 음악회입니다. 공연 장소는 충무공 동상 앞입니다. 탄신 470주년 생일상을 차려 올린다는 의미입니다. 군악대 130명, 의장대 20명, 합창단과 한국 무용단 150명 등 300명이 공연에 나섭니다. 유명 가수와 성악가도 참가해 흥을 돋울 계획입니다.

오후 7시 30분부터 90분 동안 진행될 음악회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한다지만 사전 행사로 시끌벅적하게 해군 군복 패션쇼와 해군 특수부대의 대테러 시범 등도 펼쳐집니다. 새로 작곡되고 편곡된 군가를 비롯해 신나는 행진곡풍 음악들이 주로 공연될 예정입니다. 해군에서는 정호섭 참모총장을 비롯해 현역 장성 20 여명이 음악회에 참석합니다. 국방부와 합참 소속 장성들도 여럿 공연을 즐길 계획입니다.

● 충무공 동상 주변 세월호 유가족들은....
[취재파일] 김태훈
공연이 진행되는 충무공 동상 주변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도 오늘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5월 1일까지 대통령이 나서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해결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선 것입니다. 세월호 분향소도 공연이 열리는 이순신 동상 앞에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이들 앞에서, 아이들을 구하러 가지 못한 통영함 탄생에 책임이 있는 해군 고위급들이 군악과 패션쇼로 여흥을 즐기는 장면이 내일 오후 펼쳐집니다. 해군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반성하면서 영해 수호의 의지만 다져도 모자랍니다. 광화문 공연으로 고양하겠다는 충무공의 호국 정신과 손원일 제독의 창군 정신에 되레 큰 흠을 낼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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