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외국인 떠나라" 남아공, 약탈·폭력 확산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5.04.24 12: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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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군중이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칼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외국인을 공격하자 경찰이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섭니다.

폭동은 이달 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항구도시 더반에서 시작됐습니다.

[외국인 혐오자/남아프리카 공화국 : 외국인은 떠나야 합니다.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외국인은 비자를 받고 들어와야 합니다. (그들이 떠나지 않으면요?) 떠나지 않으면 이 타이어 조각처럼 될 겁니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에 대한 약탈과 방화가 자행됐습니다.

에티오피아인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숨졌습니다.

5천 명의 외국인들이 정부의 보호시설로 긴급 대피했습니다.

서둘러 남아공을 떠나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스바 무함마드/상점 운영 외국인 : 폭도들이 가게물건을 강탈해 갔습니다. 어젯밤 너무 무서워서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남아공의 외국인은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이 나이지리아와 짐바브웨, 말라위 같은 주변의 아프리카 인들입니다.

시위대는 아프리카 이주자들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남아공 흑인의 일자리를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25%에 달합니다.

[외국인 혐오자/남아프리카 공화국 : (아프리카) 외국인들은 하루에 6달러나 7달러를 받고 일합니다. 그래도 충분합니다. 자기 나라에선 많은 돈이니까요.]

이달 초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의 굿윌 즈윌리티니 왕이 외국인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연설한 게 폭력사태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줄루 왕은 뒤늦게 자신의 말이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굿윌 즈윌리티니/줄루족 왕 : 남아공이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선 모든 외국인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더반에서 300명이 체포된 가운데 불씨는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로 번지고 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사태 진정을 위해 군병력 투입했습니다.

2008년 일자리 부족을 빌미로 62명의 아프리카 외국인의 생명을 앗아간 폭동 이후 7년 만입니다.

아프리카 각국은 인종분리 정책 때 남아공 흑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형제 나라의 은혜를 남아공이 저버렸다며 비난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용서와 화해를 강조한 넬슨 만델라의 숭고한 이념은 경제난에서 비롯된 폭력과 약탈로 남아공에서 그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