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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세월호에 갇혀있는 내 딸,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 대담 :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님

▷ 한수진/사회자:
1년 전 오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 세월호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25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단원고 2학년 1반 교실, 주인을 잃은 한 책상 위에는 이런 메모가 놓여 있습니다. '너 진짜 계속 결석할 거니? 제발.. 은화야'
사고 이후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 조은화 양, 바로 그 조은화 양을 향한 친구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쪽지입니다. 어서 빨리 은화 양이 가족들 품에 안기도록 해야 할 텐데요. 세월호 사고 1주기 아침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님, 나와 계시지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 나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어머님. 지금 팽목항에 내려가 계시다고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팽목항 빨간 등대에 나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언제 내려가셨어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저희 어제 내려왔고요. 한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내려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매주 또 찾고 계시는군요. 실종자 가족 분들, 여전히 함께 하시는 거죠?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 그럼요.

▷ 한수진/사회자:
그 분들도 매주 그렇게 또 내려오시는 거고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예. 오늘 내려오시는 가정도 있고요, 어제 또 내려와 계신 가정도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예. 아.. 참 많이들 힘드실 것 같습니다. 지금 1년이 지났는데요. 어머님 사실 많이 힘드시죠?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많이 힘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예. 참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참 죄송한데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사고로 따님과 생이별한 것도 기가 막힌데, 바다 속에서 꺼내주지도 못하고요.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님 심정 어떻게 좀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은화가 바다 속에 있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근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는 것밖에.. 은화가 정말 바다 속에서, 세월호 속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그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정신없이 은화가 세월호 속에 있다고 알리고 다니고요. 그 기간이 좀 짧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렇게 1년이 지났네요.
아.. 은화 양이 생전에 그렇게 사랑스럽고, 뽀뽀도 많이 하고 아주 살가웠던 딸이라면서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양 어머니
아침에 일어나서 뽀뽀부터 했던 아이고요. 하루에 문자나 카톡 그런 걸 갖다 몇 통씩 했던 아이입니다. 근데 아직도 1년째 문자도 없고, 전화도 없고, 카톡도 없고.. 은화도 안 보이네요.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서 ‘꼭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은화를 안아보고 싶다’ 그런 말씀 하시더라고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은화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나도 정말 안아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꿈꾸고 있는 것 같고요.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믿어지지 않는다.. 예.. 수학여행 떠나면서 ‘수학여행비가 너무 많다. 32만7천 원이나 된다.’ 그렇게 엄마아빠한테 미안해했다면서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그러게요.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애가 좀 철이 빨리 들어서 그런 걱정을 갖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전화를 받고서 왜 그 걱정을 네가 하냐고..

▷ 한수진/사회자:
음.. 그래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그렇게 얘기를 해줬죠.

▷ 한수진/사회자:
수학여행 떠나기 전에 그런 대화를 나누셨던 거예요. 그리고 참 여쭙기 죄송한 말씀이지만, 꼭 1년 전 오늘 아침에 세월호가 잠겨 들어갈 때 또 통화를 하셨다고요.
세월호 1년 진도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8시 51분에 통화를 했는데요. ‘엄마 배가 이상하다’고.. 파도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 큰 배가 이상할 리가 없는데.. 그래놓고 9시 12분에 또 전화가 와서 ‘엄마. 배가 45도 기울었는데 물건이 다 쏟아져 있다’고 한쪽으로..
그래서 ‘선생님 뭐라 그러시니?’ 그랬더니 ‘저희가 움직이면 배가 위험하다고 엄마, 그냥 선생님이 가만히 있으래,’ 그리고 구명조끼 입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은화 친구가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어요. 15층에 살고 있거든요. 저희가 21층인데.
근데 이번에 같이 수학여행을 갔는데, 9시 58분에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더라고요. ‘거기가 어디냐’ 그랬더니 다른 방에 있다고..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리고 전화가 끊긴 거예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예.

▷ 한수진/사회자: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 자.. 그래서 그 이후에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꽃다운 생명들이 희생을 당하고, 1년이 넘도록 지금 은화양이 아직도 저 진도 앞바다에 있는데 말이죠.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그러니까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아홉 분 실종자 가족들 중에서는 무인도를 헤엄쳐가서 살아있는 꿈.. 실종된 그 가족이요. 또 학생이, 선생님이. 이런 꿈같은 것도 많이 꾸고 그런다는 말씀도 제가 들었는데요. 은화양 어머님은 어떠신가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우리 은화가 어디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실종자 부모들이요, 실종자 가족들이 아마 같은 마음일 겁니다.
‘어디서든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지막 바람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은화 양이 어머님 꿈에 좀 찾아오기도 하나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딱 한 번 꿈을 꿨습니다. 네. 교복에 막.. 가방 메고요. 옷 입고 들어와 갖고 문 열더니 엄마 나 안 보고 싶었냐고.. 그래서 제가 은화를 끌어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엄마가 너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엄마가 너 정말 사랑한다고.. 둘이 끌어안고 한참 울다 가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학교에서 돌아오는 꿈. 보고 싶었다.. 그리고 꿈에서는 꼭 안아주셨군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예.

▷ 한수진/사회자:
자, 은화양 어머님. ‘‘실종자 가족’이라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아프고 싫다.’
이런 말씀하셨더라고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그렇죠. ‘실종자’라는 게요. 정말 마음이 아픈 석자더라고요. 그리고 은화가 지금 세월호 속에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떤 부모가요, 어떤 가족이요, 세월호 속에 있는 걸 뻔히 아는데.. 못 찾고, 떠나는 가족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갖다 은화가요, 세월호 속에 있는 게 너무 싫고요. 우리 은화를 갖다 보내주고 싶습니다.

아마 모르실 겁니다. 세월호 속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얼마나 찌그러져 있는지.. 그리고 저는 지금도 제가 바다를 보고 있으면 바다가 물 색깔이 맑지가 않습니다. 너무 지저분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있는 우리 딸이 너무 아플 것 같고요. 너무 무서울 것 같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우리 딸을 갖다 꺼내주는 게 실종자라는 이름을 지우는 거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바다가 지금 너무 흐리고 무섭다.. 우리 은화가 얼마나 무서울까.. 그 속에서.. 꼭 세월호를 꺼내 달라, 인양해 달라. 이런 말씀이시네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네네.

▷ 한수진/사회자:
다른 가족 분들도 다 같은 바람이신 거죠?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그럼요.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지금 인양 문제 관련해서 의견이 좀 일치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자꾸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안타까움이 많이 크셨겠어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안타까움이 되게 크죠. 왜냐하면 이주영 전 장관님이 ‘인양 또한 수색의 한 방법이다’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아마 실종자 가족들은 바로 인양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지금 수색 종료 이후로 사실상 6개월째 아무도 답을 안 주시잖아요.
근데 거기에다가 부모, 형제, 자식을 이렇게 속에 있는 걸 아는데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의 마음이 어떨까. 아마 죽지 못해서 살고 있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예. 그렇죠. 참 1년 동안 생업도 이어나갈 수 없는 형편이었고..
뭐 대학생 오빠가 있는데 은화 양에게, ‘사고 충격으로 학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없었다’ 하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모두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은화 양을 다시 가족의 품에 안는 것.. 그래서 꼭 인양을 바란다 하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예예.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제가 앞서서도 2학년 1반 교실 은화양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메모 읽어드렸는데요. ‘너 진짜 계속 결석할 거니? 은화야 제발’ 하는 이 메모.. 은화 양에 대한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들 모아서 정말 어서 빨리 은화 양 찾았으면 좋겠네요.

▷ 한수진/사회자:
어머님, 오늘 은화양 어머님과 실종자 가족 분들 함께 하시는 추모의식 준비돼있다면서요?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아. 사실은 아까 유가족 분들이 어제 현장을 나갔다 왔습니다. 근데 추모제를 하는데요.. 은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요. 은화 가까이 가려고, 배를 타고 들어가려고 생각을 합니다. 잠시 뒤에. 근데 많은 힘든 일이, 힘든 마음이 있는데.. 은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저희 방송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정말 마음으로 위로의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어머님.

▶ 이금희 님/세월호 실종자 조은화 양 어머니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실종된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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