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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험사 가라사대 "암이 아니다" 하니, 암이 아니게 되다

[취재파일] 보험사 가라사대 "암이 아니다" 하니, 암이 아니게 되다
● 배 아프던 30대 남성, 알고보니 '대장암'

언젠가부터 배가 아팠던 남성, 이렇게 큰 병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진단을 받곤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대장암이랍니다.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암 치료에 있어선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립 암센터. 이 곳에서 조직검사를 다시 받았지만 역시 암이랍니다. 더군다나 주치의는 대장암 센터장,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크기는 작았습니다. 4mm, 대장암 1기였습니다. 그렇게 받은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무사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일을 대비해 암보험을 들어놨다는 겁니다. 벌써 12년 째, 매달 13만원씩 꼬박꼬박 납부를 한 게 드디어 빛을 볼 때가 된 겁니다.

● 암 판정보다 더 청천벽력.."암 보험금 못 드립니다."

하지만 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하면서부터 일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보험사로부터 암 진단 때보다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암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분명히 국립암센터 전문의가 끊어준 진단서에도 '암'이라고 돼 있고, 소견서에도 '암'이라고 돼 있고, 지금껏 '암'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보험사 직원은 '암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의사가 발급한 '암 진단서'는 틀렸으며, 진짜 병명은 '경계성 종양'이라고 주장합니다. 

● 보험금 깎는 마법의 단어 "경계성 종양"

'경계성 종양'. 이건 보험사에게 일종의 마법의 단어와 같습니다. 종양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고 주위 정상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 악성종양, 즉 '암'입니다. 반면 전이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양성 종양, 쉽게말해 혹입니다. 이 악성종양(암)과 양성종양(혹) 중간 즈음에 있는 것이 바로 '경계성 종양'입니다. 수술을 하면 제거는 할 수 있지만, 전이가 되기 때문에 지켜봐야하는 종양입니다.

이 '경계성 종양'이 왜 중요하느냐, 바로 보험금 수령액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계성 종양'으로 판정이 날 경우 보험금은 '암'일 경우 지급되는 보험금의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환자가 경계성 종양 판정을 받는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그만큼 돈을 덜 줘도 된다는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보험금을 못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 암 전문의 진단서도 '꽝'! 보험사 직원의 무기는?
김종원취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보험사는 암 전문의가 낸 '암 진단서'를 정면 반박할 수 있는 걸까요? 분명 보험사도 뭔가 근거가 있을 겁니다. 바로 종양의 크기였습니다. 앞에 등장한 남성의 직장 속 종양 크기는 4mm였습니다. 보험사는 1cm가 넘지 않았기 때문에 암이 아니라고 주장한 겁니다. 이 크기 기준은 뭘 보고 정한 걸까요? 보험사는 7년 전 대한병리학회가 발행한 학술지 내용 가운데 다음과 같은 문구를 근거로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직장 속 유암종 크기가 1cm 미만이고, 침윤이 없을 경우 형태학적 분류 M8240/1, 한국질병사인분류 D37.5(경계성 종양)으로 본다."

2008년 대한병리학회는 크기가 1cm가 넘지 않는 직장 유암종은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으로 보자고 일종의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학술지 역시 어디까지를 대장암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의학계 학설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닌 겁니다. 실제로 대한병리학회와는 다르게 세계보건기구 WHO는 크기와 상관없이 직장 내 유암종을 암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암협의회 AJCC역시, 1cm가 넘지 않더라도 전이성 등을 근거로 직장 내 유암종을 암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 등장하는 국립암센터의 주치의는 실제로 이 미국 암협의회 AJCC의 기준에 자신의 소견을 덧붙여 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처럼 수많은 학설과 기준을 '참고'한 뒤, 여기에 향후 전이될 우려가 있는지, 재발할 위험은 없는 지 등의 임상학적 판단을 더해 진단을 합니다. 보험사의 주장처럼 단순히 크기만을 보고 암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이지요.

보험사 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장암에 대해서는 대한병리학회의 2008년도 학술지를 근거로 암이다 아니다를 따지고 있지만, 병리학회 학술지만 옳고 미국암협의회나 WHO의 학설은 틀린다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어떤 학설을 기준 삼을지는 의사의 재량입니다. 보험사가 계속 내세우는 대한병리학회의 1cm 암 기준을 따라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 보험사 직원이 의사 찾아가 '진단서 틀렸다' 입씨름까지….

하지만 보험회사는 병리학회 학술지의 이 문구만을 계속해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심지어 직접 소견서를 받겠다며 의사 진료실을 찾아간 보험사 직원이 이 문구를 들이밀며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으로 봐야하지 않느냐'고 암 전문의에게 재차 되묻는 일까지 수차례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한 보험사 직원은 의사와 진단서 내용을 놓고 실랑이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의사의 진료실 안에서 벌어졌던 내용을 녹취록을 토대로 재구성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의사에게 소견서를 써달라며 소견서 양식과 함께, 보험사가 소송까지 가서 승소한 판례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보험사 직원: "소견서를 쓰실 때 참고하세요."
의사: "이런 건 안 봅니다. 승소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면 패소 사례도 함께 보여줘야지요. 왜 이런 행동을 하십니까?"
보험사 직원: "병리학회 학술지에 의하면 암이 아니라 경계성 종양입니다."
의사: "그건 하나의 학설일 뿐입니다. 제 소견은 대장암입니다."
보험사 직원: "그렇다면 그건 선생님 본인의 생각인 것이죠?"
의사: "저만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저와 저희 국립암센터의 의견입니다."
보험사 직원: "그렇다면 이 병원만의 의견이란 것이죠?"
의사: "일반적 대형 병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보험사 직원: "하나의 의견일 뿐이죠."
의사: "자꾸 싸우려 들지 마세요."


암 전문의, 그것도 국립암센터의 대장암 권위자를 찾아가 진단 내용을 정면반박하는 보험사 직원, 상식적으로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취재를 하다보니 이런 일이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올 1월엔 보험사 직원이 경찰을 사칭해 환자를 수술 중이던 병원을 급습, 진료기록 등을 허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져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런 일이 상당히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의사가 전문지식을 가지고 소신껏 내린 진단에 대해 보험사가 자사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간섭을 하는 것은 심각한 '진료권 침해'이라고 밝혔습니다. 의사가 받는 압박감도 이럴진데, 이걸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보험 가입자의 압박감은 이루 말로 하지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행여 소송이라도 가게 될 경우, 수많은 자문 의사와 법무팀을 가동하는 보험사와 이에 맞서는 소비자 개인의 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보험금 한 번 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희생이 그만큼 더 커지는 겁니다.

● 약관에도 없는 내용 강요…의사가 아닌 판사에게 병명 판정
보험약관 캡쳐_64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솔직히 어려운 내용입니다. 병리학회 학술지니, 경계성 종양이니, 질병 코드가 C니, D니.. 평소 들어보지 못하던 생소한 의학 용어가 난무합니다. 아니, 보험금 한 번 타는데 이런 의학 용어와 의학 지식을 알아야만 하는 걸까요? 날 진찰한 의사가 내려준 진단서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검증을 해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보통의 보험 가입자는 전문적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개 그렇습니다. 아파서 병원을 찾았고, 진료 결과 '암'이라고 진단을 받습니다. 걱정을 하며 수술을 하고, 상황에 따라 항암치료를 계속 받기도 합니다. 의사가 암이라고 하니까 암이라고 믿는 것이고, 진단서에 암이라고 써 있기 때문에 암보험을 신청하는 겁니다.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매달 보험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이렇게 일이 생겼을때 대수롭지 않게 보험금을 탈 수 있을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상식적 수준에서의 보험금 수령 방법, 이는 보험 약관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살펴 봤습니다.

[보험금 등 청구시 구비서류]
1. 청구서
2. 사고증명서 (병원 또는 의원에서 발급한 것 ex> 진단서 등)
3. 보험증권
4. 신분증
5. 기타 수익자가 보험금 등의 수령 또는 보험료 납입면제 청구에 필요하여 제출하는 서류


그렇습니다. 2번 문항에서 보이듯, 자신의 병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는 병원이 지급한 진단서만 있으면 되는 겁니다. 아무리 훑어봐도 진단서 이외에 학회 학술지나, 전문가의 논문, 의사들 사이 통용되는 의학 학설 등을 함께 첨부하라고는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 문구가 있다면 아마 그 암보험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보험사가 '진단서가 틀렸다'고 주장하고 나올 때, 평범한 보험가입자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답이 없습니다. 보험사의 주장대로라면, 결국은 자신이 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의사의 진단서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또 다시 증명을 해야하는데, 일반인이 해내기 불가능합니다. 약관에도 나와있지 않은 의무를 보험가입자에게 떠넘기는 겁니다. 결국 소송을 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암 진단을 병원이 아닌 법정에서, 의사가 아닌 판사에게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약관과 맞지 않는 보험사의 주장은 또 있습니다. 바로 '어디까지를 암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경계성 종양으로 볼 것이냐'를 판단할 근거입니다. 약관은 다음과 같은 경우 '암'을 인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암" 및 "기타피부암"의 정의 및 진단 확정]
암 진단 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검사, 미세침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중략).. 임상학적 진단이 그 증거로 인정 됩니다.


앞서 보험사는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2008년 발간된 대한병리학회의 학술지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약관 그 어디에도 병리학회 학술지를 근거로 결정한단 말은 없습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자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한 '임상학적 진단이 그 증거로 인정된다'라고도 돼 있습니다. 바로전문의의 진단서를 뜻하는 겁니다. 보험사가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 바로 그 '암 진단서' 말입니다.

● 환자 동의 없이 '자문병원'에서 재검사 받아 온 보험사

다시 대장암 판정을 받은 남성의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는 10분의 1정도의 보험금만 주겠다고 계속 압박을 해 오던 보험사는 어느날 문서 하나를 들고왔습니다. 이 문서를 살펴 본 남성은 몹시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 문서는 다름아닌 이 남성의 조직검사 분석지였습니다. 남성이 기존에 받았던 조직검사 결과지가 아닌, 새로 발급된 검사지였습니다. 보험사가 남성의 종양 조직과 진료 기록을 가져다가 자신들이 지정한 자문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재 판정을 받은 거였습니다.

남성은 보험사가 자신의 의료기록을 갖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조직검사를 벌인다는 사실을 이 결과지를 받아보기 전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통보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자신들의 자문병원에서 새로 받아왔다는 조직검사 결과지에는 아니나 다를까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보험사는 자신들의 자문의사 역시 경계성 종양이라고 판단을 했으니 더더군다나 자신들은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는 보험금만 지급하겠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자문병원과 자문의사가 어디인지, 누구인지는 고객인 남성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종이 한 장 떨렁 보여 주면서 우리 결과는 이러하니 이에 따르라는 일방적 통보나 다름 없었습니다. 남성은 이를 크게 문제삼았습니다. 첫째, 당사자인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신의 의무기록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제 3의 병원에 맡긴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이자 환자 비밀보호 침해라는 겁니다. 두 번째, 보험사의 자문병원이라 함은 보험사와 거래가 있다는 뜻인데, 중립성이 의심되는 보험사 쪽 자문 병원에서 받아온 결과지를 자신의 주치의의 '암 진단서'보다 우선한 증거라 얘기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주장이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결국 개인정보 무단 유출 부분때문에 보험사는 이 남성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고, 자문병원에서 받아온 결과지는 폐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여전히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성이 보험사와 함께 제 3의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는다는 데에 동의를 해야지만 암 보험금이든, 경계성 종양 보험금이든 지급을 하겠다는 겁니다.

● 보험금 주지 않기 위한 검사에 서명하라는 보험사…"횡포"

보험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일련의 과정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보험사의 횡포라고 지적합니다. 만약 의사의 진단서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을 했다면, 해당 의사를 허위진단서 발급으로 검찰에 고발을 하면 될 일이지 왜 의학적 지식이 없는 가입자에게 증명의 의무를 떠넘기고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하느냐는 겁니다. 가입자는 의사가 암이라고 했으니까 약관대로 암 진단서를 제출한 것 뿐인데, 그렇다면 소비자의 책임은 끝이라는 것이지요. 이 이외에 더이상 어떻게 자신의 질병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보험사가 자신들의 자문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아야지만 보허금을 주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 횡포라고 지적합니다. 보험가입자를 데리고 자신들의 자문병원에서 재검사를 한다는 건 보험금을 주기 위한 재검사가 아닌,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한 재검사입니다. 애초 보험사 자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균형에 맞지 않는 겁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 '보험금 주지 않기 위한 재검사'에 소비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는 아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데, 이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불공정 행위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럴거면 아예 약관에 '보험사의 자문 의사가 암이라고 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라고 표기를 해 놓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 보험 아무도 들지 않겠죠.

● 보험사 관계자 "아픈 것도 때 맞춰 아파야 보험금 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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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요. 솔직히 보험사 직원은 자기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의사를 직접 찾아가 진단서를 바꾸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은 도대체 왜 일까요. 저희는 취재를 하면서 보험사 근무 경험이 있는 취재원과, 보험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손해사정사들을 만나 보험사 내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보험사의 왜곡된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영업사원들은 분기별, 반기별, 연도별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 금액이 있습니다. 이건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있어서도 이와 비슷하게 목표 금액을 정해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얼마 이상 지출하면 안된다라는 한도액이 있는 겁니다. 이걸 넘을 경우 해당 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걸 많이 남길 경우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되는 구조로 보험사가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언제 아프냐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00보험사 한 지점의 분기 지급 목표액이 50억 원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50억 원을 넘어서 보험금을 지급하면 해당 지사 직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49억원까지 지급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암보험을 달라고 보험금을 신청하면 앞선 사례와 같이 갖가지 이유를 빌미로 보험금 받기가 무척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 반대로, 보험금이 20억 정도밖에 나가지 않아서 아직 한도액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이 때 누군가 암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금 신청을 했다, 그러면 그 사람은 큰 문제 없이 수월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고쳐야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 보험사 "지금 현재의 크기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보험사는 이렇게 말 합니다. 수많은 암 환자들을 상대하는 보험사로선, 지금 현재의 상태를 가지고 병세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자신들은 의사가 판단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암 여부를 판단한단 겁니다. 조직검사를 하면 암의 크기와 위치, 전이 정도 등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 얼마나 심각해 질 것이냐, 좋아질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들어가 있지 않은 지금 현재의 객관적 상황입니다.

보험사는 바로 이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암으로 볼 것인지 경계성 종양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한다는 겁니다. 병원의 주치의처럼 앞으로 시간이 흘러 미래에 어떻게 전이가 될 것이며, 어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까지 임상학적으로 분석을 해서 일일이 암 여부를 따질 수가 없단 것이지요.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정말로 경계성 종양인 경우에도 암 보험금을 내줘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험금 지급액을 감당하기 힘들어 진단 겁니다.

● 말기 암 환자만 보험금 탈 수 있나? 암 보험의 모순

 하지만 이 보험사의 이 말엔 또 다른 모순이 있습니다. 우리가 암 보험을 왜 듭니까.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커져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그 때 보험금 타려고 암 보험 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치료 가능한 초기 단계에 암을 발견했을 경우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암 보험을 드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실제 암보험 회사들은 TV광고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암 치료비를 암 보험금으로 감당 하라고요.

그런데 보험사의 현재의 행태를 보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이 돼 전이도 많이 되고 크기도 상당히 커져서 누가 봐도 의심의 여지 없이 암이라고 보일 경우에만 암 보험금을 깔끔하게 탈 수 있어 보입니다. 1기, 2기의 초기 암 환자는 크기가 작다, 전이가 덜 됐다 하면서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치료비 충당하려고 든 암 보험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입니다.

●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의 소송전…금융감독원 나서야
금융감독원 캡쳐_6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가 자신들의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1,002건에 달했습니다. 그 전년도에 비해 70% 넘게 높아진 겁니다. 보험사는 자문 의사도 많고 법무팀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기면 보험금을 안주게 되는 것이고, 진다고 해도 원래 줘야 할 보험금 주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게 아니죠. 아는 의사도 없고, 아는 변호사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보니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약관을 지켜서 보험금 신청을 해도 소송까지 가고 보자는 보험사의 이런 행태는 분명 점검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입니다. 하지만 정작 금감원은 늘어나는 보험사의 소송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권익이 크게 침해되는 건 아닌지, 이제라도 엄정한 감독에 나서야 합니다. 

▶[8뉴스] 암 수술 했는데 암 아니다? 보험사 황당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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