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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신부 못생겼다!' 결혼식 박차고 강물 투신

- 중국의 심각한 루키즘(lookism)

[월드리포트] '신부 못생겼다!' 결혼식 박차고 강물 투신
1천5백 년 전 당나라 때부터 중국은 '신언서판'이라고 사람을 뽑을 때 적용하는 선발 기준을 갖고 있었습니다. 외모와 몸가짐을 뜻하는 신(身)이 가장 앞서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 있어서 남들이 주목하는 빼어난 외모는 한마디로 '대체불가'의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삼국지를 비롯해 숱한 고전과 병서에 등장하는 각종 미인계(美人計)나 미인을 둘러싼 쟁탈기가 그 증거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깊이와 심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판에 박힌 이론일 뿐 현실의 '외모지상주의'와는 늘 큰 괴리를 가져왔던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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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언제나 미녀들 주위에 영웅호걸들이 모여들고 거기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게 중국의 역사이자 현재입니다.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기간 중에도 중국 언론들은 양회 취재하는 '미녀 기자', 기자회견 시 통역을 담당한 '미녀 통역관', 행사 진행을 돕는 '미녀 도우미' 등 이른바 '미녀 마케팅'에 상당한 기사를 할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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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식당에서도 여종업원을 미녀란 뜻의 '메이뉘(美女)'라고 부르는 게 예의로 통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 한 방송에는 미녀한테는 돈을 안받는 이색 음식점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매장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스캔한 이미지를 성형외과로 전송하면 성형외과전문의들이 바로 미모 성적표를 보내줍니다. 일정한 점수를 넘겨 미녀로 공인받으면 식사비는 무료입니다. 밥값도 밥값이지만 자신의 미모를 한 번 테스트해보려는 자칭 '얼짱녀'들이 몰리면서 음식점은 하루아침에 그 지역 명소가 됐습니다.

미녀를 위하는 사회, 중국에서 미녀가 아닌 여성들의 소외감과 수난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지난 27일 후베이성 스옌시에서 일어난 자살 소동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33살 적지 않은 나이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하게 된 캉 모씨 이야기입니다. 캉 씨는 부모님이 점 찍어 둔 세 살 연하의 나 모 여인을 신부로 맞아들이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상 신부감을 사전에 직접 보지도 못 한 채 결혼식장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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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에 들어서 신부의 얼굴을 처음 마주한 순간 캉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었지만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신부가 박색이었던 모양입니다. 크게 실망한 캉은 신부에게 다가가 "도저히 안되겠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길로 식장을 뛰쳐나갔습니다. 돌발 상황에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무엇보다 신부인 나 씨는 수치심에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랑 캉은 결혼식장 앞에 흐르는 강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박색의 신부감에 대한 실망과 그녀와 맺어주려 한 부모에 대한 분노를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한 겁니다. 다행히 캉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됐지만 신부와 그녀의 부모는 정신적 충격으로 앓아 누웠다고 합니다.

사건 하나 더! 24일 푸젠성 션후시 공안국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걸어 온 21살의 젊은 여성은 한 남자로부터 이유없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그녀는 출동한 공안에게 억울하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놨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밤새 울었는 지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습니다. 그녀는 지난달 위쳇을 통해 한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채팅을 하며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 남자는 그녀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부끄러운 나머지 그녀는 자기 사진 대신 인터넷에서 검색한 한 연예인 지망생의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사진을 받아든 남자는 여자에게 만나 달라고 애걸했습니다. 요리 빼고 조리 빼고 며칠을 버티던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만남을 허락했습니다.

비오는 날 서로 파란색 우산을 받쳐 들고 서로를 알아보기로 약속했습니다. 낭만적일 것 만 같았던 이 만남은 그러나 볼썽사나운 매 타작으로 끝이 났습니다. 파란 우산으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온 초면의 남자는 그녀의 맨 얼굴을 보자 기겁을 하며 물러섰습니다. 그리고는 "사진 속의 여신은 어디로 갔냐?"며 손찌검을 했습니다.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그녀도 지지 않고 응수했습니다. "너도 만만치 않아!"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더욱 미친 듯이 그녀를 때렸습니다. 공안에 붙잡혀 온 남자는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냐는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2백 위안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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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모 중시하는 중국인들도 외모만큼은, 아니 외모 가꾸는 솜씨만큼은 한국이 한 수 위라고 인정하는 가 봅니다. 한류 드라마 주인공들이나 아이돌 스타들을 동경하며 그들과 닮게 자신을 바꿔보고자 매년 5만 명이 넘는 중국여성들이 한국으로 원정 성형을 오고 있습니다. 내노라하는 유명 방송 앵커들도 휴가철이면 한국행 비행기 티켓 예매하느라 정신없습니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한국을 성형왕국이라고 비아냥댑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성인 여성들은 어릴 땐 없었던 쌍꺼풀을 갖고 있고, 여대생들의 얼굴은 판에 막힌 듯 다 비슷하다고 꼬집곤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는 남에 대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특유의 '멘쯔(面子)', 자존심 문화와 맥이 통하는 가 봅니다. 그런데 이게 어쩌면 중국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쁜 여자가 '착한 여자'고 외모가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서슴없이 떠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루키즘(lookism)' 또한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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