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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면초가 '국세청'…"되는 일이 없어요"

[취재파일] 사면초가 '국세청'…"되는 일이 없어요"
사면초가. 요즘 국세청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말입니다. 출입기자가 봐도 별로 되는 일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세청 대변인의 흰머리는 볼 때마다 늘어갑니다. 국세청의 고민을 정리해 봤습니다.

첫 번째 세수 문제입니다. 올해도 세금이 잘 안 걷히고 있습니다. 1월 세수 진도율은 11.6% 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11.7%보다 0.1%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수가 '펑크'났는데, 이러다 올해도 '펑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 국세청의 야심작,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TIS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겁니다. 지난달 23일 오픈한 TIS는 기존 홈택스와 현금영수증 등 8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합한 서비스로, 국세청이 총력을 기울인 사업입니다. 그런데 오픈하자마자 시스템 오류나 접속지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2천억 원을 투입한 버그덩어리'라든가 '액티브X의 종합판'이라는 식의 오명을 뒤집어 썼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 큰 오류는 바로잡았다고 하지만 아직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납세자들은 물론 일선 세무공무원들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요. 이달 말 법인세 납부가 1차 고비, 그리고 5월말 종합소득세 납부가 최종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여기까진 어쨌든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된 얘기입니다. 세금이야 불경기 영향이 있는 것이고, TIS는 20년간 써온 시스템을 바꾸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오류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TIS 담당 공무원은 밤 12시 전에 집에 간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차원이 아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건들도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국세청 간부들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진 지 얼마 안 돼 뇌물 비리 의혹이 터져나왔습니다. 경찰이 25일 서울국세청과 일선세무서 5곳을 압수수색한 겁니다. 세금을 덜 내게 해주겠다며 성형외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세무사가 있었는데, 이 세무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무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 건 말고도 세무공무원이 뇌물 비리에 연루된 사건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금 걷는 국세청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기가 태생부터 힘든 기관인지도 모릅니다. 세금 좋아하는 사람 없을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최근들어 불거진 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국세청이 이런 불신을 더 키운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내가 세금을 내는 기관이 완벽히 투명하고 공평하기를 바랄 겁니다. 그래야 나만 바보같이 따박따박 세금 다 낸다는, '억울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억울하다는 생각 하지 않는 국민들이, 새로운 국세청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세금내는 환경이 조성되면 국세청의 근원적 고민, 세수확보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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