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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잠재우고 떠난 '하얀 장화' 사나이

[스브스] 활어차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한 지하차도 입구에서 1톤 트럭에 불이 붙었습니다.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인데도 불길은 점점 커지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트럭의 운전자는 순식간에 불이 붙어서 진화하기 매우 어려웠고, 급한 마음에 발로 밟아서라도 끄려다 신발이 다 녹을 지경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때 슈퍼맨처럼, '하얀 장화' 신은 사나이가 나타났습니다. 이 의문의 사나이는 트럭의 불을 꺼준 뒤, 어떤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트럭에 불붙은 운전자 : 진짜 고맙다고 사례를 하고 싶은데 (경황이 없어서) 얼굴도 생각이 안 나요.]
[스브스] 활어차
도로 한복판에서의 급박했던 화재 상황에서 소방차보다도 먼저 나선 '하얀 장화' 사나이.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활어차 운전자 김동호 씨였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활어를 싣고 도로를 달리던 김 씨는 반대편 도로에 불이 난 차를 발견했습니다. 방향도 다르고 차도 빨리 달리는 곳이라 그냥 지나치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김 씨는 유턴을 해서 불이 붙은 차량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김 씨는 자신의 활어차를 세우자마자 뒤 칸 수조에 연결된 호스를 잡고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다 쓰면 수조 안에 있던 활어가 죽을 수도 있고, 바닷물을 도로에 뿌리면 벌금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얀 장화'를 신은 김동호 씨는 불을 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곧 이삿짐에 붙어 있던 불길이 금방 가라앉아 흰 수증기로 바뀌었습니다. 활활 타오르던 불을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모두 끈 것이지요.

전화번호를 남기지도 않고 홀연히 떠났던 '하얀 장화' 사나이 김동호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김동호/트럭 불 끈 활어차 기사 : 제 차는 활어차다 보니까 물이 있으니까 그 물로 끈 거였죠. 그냥 불 꺼야겠다는 그 생각뿐이었어요.]

김동호 씨는 불을 끄느라 활어차에 실었던 상당량의 물을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물질적 손해보다는, 누군가의 어려움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브스] 활어차
[김종희/김동호 씨 아내 : 제가 꽃가게를 하고 있는데, 거기 하얀 장화를 신고 오니까 제가 이미지 안 좋다고 신발 갈아 신고 오라고 맨날 구박했거든요. 근데 인터넷에 나온 것 보니까 거기에 하얀 장화 신은 남자가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앞으로 꽃가게에 하얀 장화 계속 신고 오라고… 멋있었어요.] 

인터넷으로 공개된 당시 영상에는 김동호 씨가 불길을 진압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동호 씨의 아내는 그런 남편의 하얀 장화가 아주 멋있어 보였다며 웃음 짓습니다.
[스브스] 활어차
내 일이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래서 점점 더 각박해진다는 요즘. 어쩌면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쉽게 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하얀 장화' 사나이의 선행. 내 것을 조금 잃는 일이 남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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