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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조물주 위에 건물주? 사라지는 대학로 극장가'

* 대담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한수진의 SBS 전망대] ▷ 한수진/사회자:
문화와 시사를 오가는 전방위 토크 시간 <문화공작소> 시간입니다.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볼까요?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대학로 연극계를 다뤄볼까 하는데요. 요즘 대학로 소극장들이 하나 둘씩 폐업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이죠, 대학로 연극인들이 상여를 메고 “소극장은 죽었다”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현재 대학로 소극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여를 메고 가는 퍼포먼스를 했을 정도라면, 위기의식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 상황이 어떻죠?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대학로에 순수 민간 극장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0여개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 1월에 상상아트홀의 두 개 관이 폐관을 했고요. 대학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극장도 문을 닫습니다. 대학로극장은 1987년 개관해 28년간 자리를 지켜왔어요. 현재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1984년 개관한 샘터파랑새극장, 1987년 문을 연 연우소극장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입니다. 이곳이 폐관을 하게 되면 소극장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학로극장은 대학로의 상징과 같은 곳이었잖아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가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어요. 3년 장기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창작극을 선보이며 대학로에 활력을 불어 넣었죠. 그래서 1994년 서울 정도 600년 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서울을 상징하는 문물 중 하나로 대학로극장과 공연에 대한 자료가 담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이 사라진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문을 닫는 이유가 뭐죠?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치솟는 임대료 때문입니다. 소극장을 찾는 관객은 점점 줄어서 운영은 어려워지는데, 임대료는 급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대학로극장의 건물주는 현재 월 340만 원인 임대료를 440만 원으로 100만 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겨우겨우 극장을 운영하는 소극장 입장에서는 아주 큰 금액이죠.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달 초에 끝난 연극 ‘관객모독’의 첫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이었다는 거죠. 이 돈으로 임대로 440만원을 내고, 배우들 출연료도 줘야 하는데 불가능하잖아요. 작품이 한번 안 되면 휘청이게 되고, 두 번 망하면 사채까지 써야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버티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겁니다. 대학로극장 외에도 8군데 정도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학로 임대료는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건가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소극장 측에서는 2004년 정부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이후로 급격히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지구로 지정은 됐지만, 연극계로 돌아오는 실질적인 혜택은 없었던 거죠. 지원제도는 부동산에 대한 조세 감면, 용적률 혜택, 융자지원 등이 있는데요, 이건 연극인이 아니라 건물주만 혜택을 보는 제도라는 겁니다. 그래서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서 공연장을 짓고요, 대학들도 들어와서 공연센터를 짓는 일이 벌어진 거죠.
 
▷ 한수진/사회자:
사실 대학로 이전에도 홍대에서도 임대로 문제 때문에 수많은 뮤지션들이 떠났잖아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의 산실로 만들어 놓으면 젊은이들이 모이게 되잖아요.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커피숍 등이 들어오게 되고, 임대료는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는 거죠. 돈 없는 인디밴드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홍대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거고요. 가로수길과 이태원 거리도 마찬가지죠. 개성이 있는 옷 가게나 카페, 클럽 등이 들어서서 사람들이 모이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립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말도 있어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대학로 소극장은 ‘창작의 산실’로 불리고 있는데요, 소극장이 계속 문을 닫게 되면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지겠네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창작이 예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내는 창작품이 대중과 만날 곳이 없어진다면, 창작을 하려고 하는 예술인은 더욱 줄어들겠죠. 배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은 거의 다가 연극배우 출신이에요. 충무로를 대표하는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 씨 등이 모두 대학로 출신입니다. 그리고 단적인 예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배우들도 대부분이 연극배우 출신입니다. 윤복인, 길해연, 박진영, 서정연, 김학선, 김정영, 전석찬, 이화룡, 백지원, 김호정, 장소연 씨 등이 연기를 무척 잘하거든요.
이분들의 호연이 시청률 상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의 기초와 기량을 쌓는 곳이 없어진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문화예술계에 큰 손실로 발생하겠죠.
 
▷ 한수진/사회자:
소극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대학로의 특성이 창작인데, 지금은 창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너무 열악해 졌어요. 80~90년대는 소극장의 실험적인 작품을 보려는 관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대기업이 세운 공연장에서 스타마케팅을 앞세운 작품을 보고 있거든요. 여기에 임대료까지 뛰면서 아예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책이 아니라, 창작을 하는 연극인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현재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연극인들이 피부로 와 닿기에는 여전히 적다는 지적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부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관객들이 소극장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있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받게 되죠. 바로 눈 앞에서 생생한 연기를 보다보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고요. 연극인들도 새로운 실험작으로 관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동안 ‘불 좀 꺼주세요’ ‘관객모독’ 같은 단골 레퍼토리는 자주 무대에 올라왔지만, 새로운 감흥과 문제의식을 주는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의 위기는 곧 한국 문화예술계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고요, 모든 주체들이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지금까지 마이데일리 곽명동 기자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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