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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3대 미스터리

[취재파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3대 미스터리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참 특이한 존재입니다. 2005년 49살의 나이에 MBC 부장이었던 그는 갑자기 사장이 되는 벼락출세를 했습니다. 한국 방송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이었습니다. 정치인으로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현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도의회, 기초의회, 기초자치단체가 온통 새누리당 일색인 가운데 나 홀로 야당 출신으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진두지휘하게 되는 영예까지 누렸습니다.   

최 지사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 성공을 거둔 요인으로는 타고난 친화력과 특유의 뚝심이 첫 손가락에 꼽힙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막중한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으로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습니다. 특히 평창 올림픽 준비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1. 북한은 되고 정선은 안 되고?

지난 1월 초 최문순 지사는 국내 언론사 2곳과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종목을 북한 지역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이 발언 이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대변인을 통해 "평화올림픽 등 상징성을 고려한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이었다"고 부랴부랴 해명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 문제가 불거지자 최지사는 반대만을 외쳤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양호 평창조직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년 2월 테스트이벤트를 치르기 위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 스노보드 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 스노보드 경기장을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재배치할 경우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당시)스노보드 경기장 예정 지역이었던 횡성군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현 시점에서 기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경기장 재배치 논의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 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게 테스트이벤트를 걱정하는 사람이 북한 개최를 왜 언급했으며 횡성군민을 그토록 의식하는 사람이 왜 평창에서 열릴 예정인 경기를 북한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했다면 올림픽 준비와 함께 강원도 행정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입이 가벼웠다고밖에 따로 평가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비롯해 최근 여러 현안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최문순 지사와의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는 어떤 인터뷰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2. 시간 없다며 허송세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갈등을 빚어온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 문제는 결국 최문순 지사 뜻대로 이전하지 않기로 그제(4일) 결정됐습니다. 문체부는 "변경할 경우 공사주체인 강원도가 도저히 내년 2월까지 테스트이벤트를 치를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원도는 그동안 시간이 절대 부족하니 경기장 변경을 하지 말자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7월 유치 성공 이후 강원도가 시간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014년 1월 강원도가 작성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보광 휘닉스파크 경기장을 보수하는 비용으로 총 205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었습니다. 2011년 유치 당시 생각했던 것과 별로 차이가 없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올림픽을 치르려면 총 790억의 보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에야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거의 4배 가까운 폭등입니다. 강원도가 유치 이후 3년 가까이 실제 공사비를 제대로 업데이트(반영)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강원도는 경기장 건설의 주체입니다. 이미 알려졌듯이 6개 신축 경기장 평균 공정률은 10%선에 불과합니다. 강원도가 정말 1분1초를 아깝게 생각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3.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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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지사는 지난해 가을 개-폐회식장 건설비 분담 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펼치며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절감하기 위해 싸웠던 금액 규모는 약 200억 원입니다. 재정 사정이 열악한 강원도는 그만큼 돈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스노보드 경기장 변경 문제에 관해서는 돈이 얼마나 절약되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반대만을 주장했습니다.

문체부의 주장에 따르면 하이원리조트로 변경할 경우 약 500억 원의 국민 세금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강원도의 부담도 대략 150억 원이나 줄어듭니다. 그런데도 변경 불가를 고집했습니다. 그럼 최문순 지사가 그토록 경기장 변경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치인으로서 표를 잃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강원도 사정에 정통한 문체부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강원도는 시군단위는 물론 동네별로도 '소(小)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도청 간부들마저 여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 지사가 여당 국회의원 및 시장 군수들에게 포위돼, 조금이라도 논란이 되는 정책은 추진하지 못하고 덮고 가자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여러 현안을 놓고 강원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문체부 관계자의 이 추측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쉽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최지사는 인터뷰를 거부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 사회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 됐습니다. 강원도와 문체부, 그리고 평창조직위가 지금처럼 해서는 실패는 명약관화입니다. 만약 실패했을 경우 그 책임에서 강원도와 최문순 지사가 결코 자유롭지 못하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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