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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티크리트 전투가 이라크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월드리포트] 티크리트 전투가 이라크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3월 1일 이라크가 북서부에 있는 티크리트 탈환에 나섰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지난해 6월부터 장악한 지역입니다. 이라크 정부군 3만 명에 시아파 민병대, 수니파 무장조직도 투입됐습니다. 전투기와 헬기, 탱크까지 동원됐습니다. IS를 상대로 한 작전으로는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까지 나서서 작전 개시를 명령했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고 중요한 일전이라는 겁니다. (이 글은 3일에 쓴 글이라 전선 상황은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술 탈환작전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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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티크리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져 있습니다. 더 올라가면 이라크 제2 도시 모술이 나옵니다. 모술은 IS의 이라크 내 수도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미국은 4월이나 5월 중에 모술 탈환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2만 5천명의 병력이 동원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티크리트는 바그다드에서 모술로 이어지는 이라크의 1번 고속도로(우리나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라크 군 병력은 상당수가 바그다드와 그 외곽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라크 군이 모술을 치려면 티크리트를 지나야 합니다. 티크리트 공격은 모술 탈환작전의 예고편과 같습니다.

(물론 바그다드에서 모술로 가는 길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장악한 키르쿠크를 지나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에 손을 벌리기 싫어합니다. 쿠르드는 이라크의 부속된 종족으로 여길 뿐입니다. 쿠르드가 이미 모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협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라크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모술로 오는 길목인 하사카와 신자르는 쿠르드족이 절반이상 손에 쥔 상태입니다. 모술의 동쪽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에 티크리트를 차지하면 모술은 이라크 중부에서 오는 보급로가 막히면서 고립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티크리트를 얼마나 빨리 되찾느냐에 따라 모술 탈환 작전이 시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이라크만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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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전에 미군과 국제동맹군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공습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의 요청이 없었고 했습니다. 이라크는 아마도 자신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겁니다. 그 동안 이라크 정부군은 무기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IS가 모술에 쳐들어갔을 때 이라크 정부군은 수적우세에도 무기와 군복까지 버리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오죽하면 IS가 '적들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다"라고 평했을까요.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만 타간 '유령병사'가 5만 명이라는 발표대로 이라크 군은 온갖 부정과 부패, 무기력으로 가득한 오합지졸이란 평가를 듣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소총뿐이라는 쿠르드 민병대가 코바니에서 IS를 내쫓고 모술까지 압박하는 동안 미국이 건넨 첨단장비로 무장한 이라크 군이 IS한테 제대로 된 승리한 전투에 대한 소식은 저도 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라크군을 제대로 훈련시켜 모술 탈환에 지상작전을 수행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깁니다.

이라크는 "우리 군이 달라졌어요" 라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미군에 손을 벌리지 않고서 우리 힘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을 겁니다. 그래야, 앞으로 IS 격퇴 전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겁니다. 모술 탈환에 동원될 병력이 2만 5천명이라는데 티크리트에 3만 5천 명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이라크가 이번 작전을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 승부라고 여기는지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 티크리트는 '수니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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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크리트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가 됐던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입니다. 사담 후세인은 이슬람 수니파이고 그가 기용했던 당시 이라크의 강력한 군사세력도 모두 수니파입니다. 티크리트는 이라크 수니파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이슬람 종파 이야기를 여기서 하긴 힘들고요. 지금은 이슬람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IS는 수니파입니다. IS가 지난해 6월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가장 먼저 점령한 도시가 바로 티크리트입니다. 자신들의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수니'의 토양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슬람 수니파는 다 IS에 동조한다고 보시면 안 됩니다. IS가 수니파 극단주의자 집단이라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몰아내면서 이라크엔 시아파 주도의 정권이 들어섰고, 알 말리키 전 총리는 수니파를 철저히 배제하는 시아파 일색의 국정운영으로 종파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이 이라크의 안정과 통합을 위해선 알 말리키 총리부터 물러나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을까요.)

후세인 잔당인 수니파 세력은 핍박과 설움을 받게 됐고 (물론 이들도 권력을 쥐었을 때는 시아파를 철저히 탄압했습니다.) 결국, 시리아 내전을 통해 시아파를 향해 총을 들게 됐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IS에 가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세인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쳤던 티크리트는 지금도 현 시아파 정부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 종파갈등만 악화될까?
이라크 티크리트 공

이번 티크리트 탈환작전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군과 시아파·수니파 민병대가 연합해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하지만. 병력 수를 보면 사실상 시아파 일색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라크 정부군 (시아파)이 3만 명, 시아파 민병대 5천 명, 수니파 무장조직은 1천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니파를 작전에 참여시킨 게 구색 맞추기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벌써부터 이라크 정부군이 티크리트 탈환에 동참한 수니파 무장조직에게는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니파가 수니파 지역에서 수니파인 IS와 제대로 싸울 리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이라크 정부쪽에 가담한 수니파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이번 작전에 가세했습니다.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입니다. 이번 작전에 이란은 무인기와 대포를 지원하고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인 '쿠드스'를 지상전투에 참여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란은 시아파 정부인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2개 대대 2천 명의 쿠드스 부대를 바그다드에 주둔시켜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티크리트 전투가 '이라크' 대 'IS' 가 아닌 '시아파' 대 '수니파'의 대결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수니파인 IS는 티크리트를 장악할 당시 포로로 붙잡은 이라크 시아파 군경 수백 명을 처형했습니다. 이번엔 이라크 병력의 주를 이루는 시아파가 광기와 복수심에 사로잡혀 티크리트 수니파 주민들에 잔혹한 만행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군이 시아파가 주를 이루고 있다지만 그 안에는 분명 수니파도 섞여 있습니다. 시아파 병사가 전투의 성패보다 보복에 대한 일념으로 티크리트 전투에 임하는 반면 수니파 병사는 같은 수니파를 상대로 한 전투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다면 이라크 군의 전열은 통제를 잃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 정부군이 안에서 쪼개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04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현 상황까지 종합하면 이라크를 포화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가장 큰 이유는 종파간 갈등일 것입니다. 설마 몇 년에 걸쳐 IS를 괴멸한다 할 지 언정 종파간 화합이 없다면 이라크는 여전히 혼돈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시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라크 정부도 종파간 통합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는 듯합니다. 알아바디 총리는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명령하면서 "티크리트를 포함한 살라후딘 주의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 할 것이며 이라크 군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살라후딘 주를 해방시키자"고 강조했습니다. 티크리트 전투가 종파 분쟁으로 변질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라크 정부군이 티크리트 탈환 작전을 나름 무난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칫 티크리트 탈환이 장기화될 경우 고지를 점령하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술 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지 아니면 혼돈의 씨앗인 종파 갈등만 더 도드라질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이라크, 티크리트 공격…모술 탈환작전 첫 단추

▶ [슬라이드 포토] IS, 이라크 모술 유물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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