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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인데요" 문 두드리자…불신 커진 사회

'2015년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앵커>

배려의 바탕은 신뢰,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지 못하는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거나 배려하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SBS 연중 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3일)은 우리 사회에서 배려의 기본인 신뢰가 얼마나 부족한지 살펴봤습니다.

보도에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37살 서희원 씨는 남을 좀체 믿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 낯선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고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한 이후 타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습니다.

[서희원 : (사기당한 액수가) 1,500만 원 이상이죠. 후회하고 있어요, 많이.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죠. 1,500만 원이 아니라 15만 원도.]  

폭행과 배신의 악몽은 타인에 대한 경계감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용을 우려해 신용카드는 쓰지 않고 현금은 집 안 곳곳에 나눠서 보관합니다.

[(지갑) 공개는 안 되는데 이러면 또다시 옮겨놔야 하는데. 곳곳에 숨겨 놓죠, 항상. 이렇게.]

[손석한/신경정신과 전문의 :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치지 않을까, 이런 염려와 불신이 가득 찬 거죠. 배려를 한다는 것 자체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서 씨의 사례가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제가 3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이웃 주민들에게 공구를 빌려보겠습니다.

[아파트 주민 : (7층 주민인데 공구 좀 빌리러 왔습니다.) 없어요. (드라이버 같은 거 없으세요?) 없어요. 여기에 공구가 왜 있어요. 공구 저희 없어요.]

문을 두드린 54가구 가운데 인기척이 있는 집은 21곳, 이 중 절반이 넘는 13집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경비실에 신고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경비원 : (누가) 문 열어달라고 뭐 빌리러 왔다고 돌아다닌다고 확인하라고 (신고 해서 왔어요).]   

세계 가치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인 신뢰도는 최하위권, 이마저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서로가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배려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우리 사회가 익명 사회가 되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감과 불신이 커졌다며 이웃에 대한 믿음 회복이 배려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홍종수,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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