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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형(火刑)

[취재파일] 화형(火刑)
이슬람 국가(IS)가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화형한 뒤 SNS에서는 화형을 정당화하는 해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의 유일신 알라의 사도인 무함마드의 예언과 언행을 모아놓은 '하디스'에는 "불로 벌하는 것은 하나님만이 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슬람의 신 알라만이 불의 형벌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확대 해석해 무함마드가 신을 대신해 불의 형벌을 내릴 수 있고, 또 그의 뒤를 잇는 칼리프가 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IS는 칼리프를 자처하기 때문에 화형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슬람 내에서 무함마드의 말은 일반적으로 불의 형벌은 신만이 행할 수 있을 만큼 금기시하는 형벌이라는 뜻으로 전해져 온다. 그래서 이슬람 국가들도 이번 요르단 조종사의 화형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가장 모욕적이고 극악한 처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형을 가장 끔직한 처형 방법이이라는고 여기는 건 동서양이 공통적이다. 동양에서는 화형의 한 종류로 팽형(烹刑)이 있었다. 끓은 물에 넣어 삶아 죽이는 극형 중의 극형이다. 중국 한나라 유방의 책사 역이기와 전국시대 제나라의 탐관오리 아대부가 팽형으로 죽었다고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에서도 팽형이 전해져 오고 있지만, 실제로 행해졌다는 기록은 없고, 조선시대에 사회적·상징적으로 양반의 명예를 죽이는 형식적 형벌로 행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을 교회에 모아놓고 문을 잠근 뒤 총격을 가하고 교회에 불을 질러 산 사람 마저 모두 죽인 1919년 일제의 제암리 교회 양민 학살 사건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에게 아픔의 상처를 주고 있는 잔인한 역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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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으로 가면, 과거 화형의 사례는 많이 찾을 수 있다. 15세기 프랑스의 여전사 잔다르크가 마녀로 몰려 19살의 나이에 산 채로 화형됐듯이 서양에서는 주로 종교와 관련해 화형이 집행돼 왔다. 카톨릭에서는 이단자를 화형으로 처형하는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18세기 후반까지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마녀로 몰린 여성을 불에 태워 죽였다. 또 14세기 이단으로 몰린 템플기사단(성전기사단), 15세기 교회의 부패상을 폭로한 체코의 종교 개혁자 얀 후스 등이 화형으로 죽임을 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도 화형은 단두대로 상징되는 참수형과 함께 대표적인 사형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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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처형이 화형이고, 이를 보는 사람도 가장 끔찍하게 느끼는 것이 화형이다. 그래서 화형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처형제도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락적 요소까지 부여했던 중세의 마녀 화형식이나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기 위한 이단자 화형식은 단순히 이들을 처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행해져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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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요르단 조종사 화형이 전 세계에 IS에 대한 공포감을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IS에 등을 돌리고 그들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에 토를 달지 않을 조짐이다. IS가 됐든 그들의 공격자가 됐든 인간의 생명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건 광기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음이다. 21세기 지구촌에서 참수도 모자라 화형을 본다는 게 가슴 아픈 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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