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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배려, 역지사지를 넘어서 역지감지를 하는 것"

* 대담 :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

▷ 한수진/사회자:

배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이 배려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타인에 대한 배려야말로 함께 잘 사는 길이자 성숙한 사회를 위한 토대이기도 하죠. 저희 SBS는 2015년 한 해 캠페인 주제를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로 정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서도요, 매주 월요일 이 시간 바로 이 주제로 지혜를 모아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인데요. 성공회대학교 김찬우 교수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찬우 교수는 지난 해 ‘모멸감’이라는 책으로 배려 없는 사회의 문제들을 조명한 바가 있습니다. 김찬우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른 아침 고맙습니다. 사전 찾아보니까요, ‘배려’라는 말뜻.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서 배려심이 부족한 것으로 봐야 하는 걸까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어떻게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요. 두 가지 비교가 가능할 것 같아요.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과 예전에 비해서 어떠냐 이렇게 둘로 나눠볼 수 있을 텐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건 정말 어떤 나라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이른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물론 당연히 많이 거칠죠. 근데 또 어떤 나라를 가보면 우리 사회가 정말 좋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거기도 너무 힘든 게 많습니다.

배려를 전혀 하지 않고. 예를 들어서 자동차 경적이 빵빵 울리는 걸 생각해 보면 미국 뉴욕만 하더라도 같은 미국이지만 굉장히 거기는 또 매너가 없고 그런 걸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하나로 딱 잘라서 우리가 낮다 높다 얘기하기 어려운데 다만 경제 수준에 비해서는 배려가 낮다 이건 거의 일치하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예전에 비해서 좋아진 건 약간 있지만 나빠진 면이 점점 많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 사람들이 훨씬 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런 게 많아진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예전에 비해서도 배려심이 많이 부족해지는 게 아닌가.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 그런 게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게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를 들어서 이건 아무래도 도시의 공간적 상황과 연결이 될 텐데 자동차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자기 길 가기 바쁘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 보면 보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훨씬 더 줄어들고 전철 같은 걸 타고 내릴 때 저도 매일 전철을 탑니다만 일상적으로 느끼는 짜증이 거기에서 오지요.

분명히 내릴 사람이 있는데도 막 밀치고 들어오고 그런 것이라든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지적하는 것 중에 하나가 길거리 가다가 탁 부딪혔는데 전혀 사과하지 않는다든지, 우리끼리는 그게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또 문 열고 닫을 때 저절로 닫히는 문 같은 경우에 뒷사람 위해서 잡아주는 게 당연할 텐데 그런 게 전혀 그렇지 않고, 그 정도까지는 우리끼리도 그나마 괜찮을지 모르는데 한국인끼리도 참기 어려운 건 참 많죠.

큰 소리로 떠들거나 싸운다든지 아니면 남자들 같은 경우에 아침에 정말 저도 좀 불쾌한데 가래침 크게 소리 내서 뱉고 이렇게 가는 사람들 있죠. 옆에 누가 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게 참 많습니다.

또 하나 공공장소에서 이런 걸 많이 지적해야 될 텐데 배려라는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적당히 관심을 꺼주는 것도 배려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날 안 봤으면 좋겠다 하는데 계속 보고 있는 거. 장애인이라든지 외모가 좀 다르다든지 아니면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앉았을 때 그냥 무심코 이렇게 쳐다봅니다. 근데 그 사람이 얼마나 그걸 불편해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이런 것도 배려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예. 참 말씀하시는 내용 하나하나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은 좀 전반적으로 배려심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 아마 동의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잘 아는 사람 사이에서도 배려가 부족해서 문제 많이 생기지 않나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 그렇습니다. 가족들 사이에 상처 많이 주고받죠. 물론 거기에는 무심코 주고받는 상처가 있고요, 정말 작심하고 악의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하는 그런 게 있습니다. 두 가지 다 아울러서 집안에 생기는 문제도 많고 직장인들 사이에 직장 상사와 부하 사이에도 있을 수 있고 최근에 문제가 되는 감정노동, 갑질 이런 것도 있지만 그런 건 약간 모르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요. 자주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그런 배려없음, 이게 쌓이다 보면 점점 악순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게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친한 사람이고 가족이고 직장의 동료인데 왜 그럴까. 거기에는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분노조절장애’ 이런 말 많이 나오고요. 또 학생들이 ‘짜증’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처럼 뭔가 마음속에 응어리 같은 게 잔뜩 깃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정말 그러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 순간순간 감정이 팍 공격적으로 나가는 그런 게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이게 근데 갖다 보면 더 심해지고 무감해지고 공감력이 떨어지고 짜증이 나고, 다른 사람에게 모멸감을 받고 이러면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저 사람이 지금 나의 이런 행동이나 말로 인해서 어떤 느낌을 가질까에 대한 그런 섬세함이 완전히 줄어드는 거죠. 그러다 보면 그냥 다른 사람 하던 대로 하고 자기가 당할 때는 그렇게 싫은 건데 다른 사람한테 그대로 하는 이런 것이 자주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깊은 응어리 같은 건 어떻게 해서 또 생기게 된 걸까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우리 사회에서 너무 빠른 변화가 있다 보니까 자기가 생각하는 기대치에 비해서 현실의 자기 모습이 도대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이런 게 참 많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회가 이렇게 경제 성장하면서 개인이 어느 정도 스스로 자기의 삶을 꾸려가는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 이런 게 좀 성립이 돼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굉장히 과민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나온 말이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됐지 않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예.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그러니까 자기의 존엄이라는 것. 그것을 스스로 챙기기보다는 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깍듯하게 받들어주는가 이런 것이 중요하다 보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것이 잘 되지 않고, 거기서 오는 불만 같은 게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거친 언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그리고요.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서 공동체적 정서라고 할까요? 그런 게 많이 좀 희박해진 거죠?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를 들어서 가방 같은 거 들어주는 거 있죠? 버스에서 이런 것도 이제 하지 않고 그나마 시민적인 예의는 아닐지 몰라도 공동체적 정서와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목욕탕에서 때 밀어준다든지 우산 받쳐준다든지 이런 걸 이제 거의 하지 않게 됐는데 그런 것과 관련이 되고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 마을이 갑자기 사라진 것.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동네에 아는 이웃이나 어른이 있으면 늘 그분들에 대해서 일정 정도 긴장을 갖고 살게 되고 그것이 도덕적 규제로 작용을 하는데 도시 개발 속에서 갑자기 그런 것이 확 사라졌죠.
그러니까 그냥 안하무인, 안중에 없는 거죠. 타인이. 그런 식의 삶을 특히 아이들이 살아가는 게 걱정이 돼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한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봤는데 첫 번째는 규제를 하는 것. 예를 들어서 최근에 길거리 흡연 같은 거 많이 강하게 규제하면서 줄어들었습니다. 또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는 것도 방송사의 캠페인이 계기가 됐지만 예전에 비해선 많이 지켜지거든요. 이런 식으로 이미 있는 질서를 잘 지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그건 한계가 있죠. 결국 사람들이 감수성을 갖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배려’라는 말 자체가 ‘배’자가 나눈다는 거고 ‘려’가 염려, 생각을 나누는 건데 마음에 자기밖에 없으니까 안 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좋은 기분을 자기 안에 많이 갖고 있고 이걸 나누는 관계, 이런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기를 배려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거든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를 배려하지 않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고 있고요. 자기 삶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그런 일들을 해야 될 텐데 예를 들어서 햇볕을 쬐면서 산책을 한다든지 좋은 음악을 듣는다든지 마음이 맞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환대의 공간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결국 지금 우리 사회가 적대적 관계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이 적대적 관계를 안전한 관계 이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작은 만남들, 그런 공간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규제시스템 만으로는 사실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는 말씀이시고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좀 필요하다 일단. 그리고 그 마음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채워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역지사지’라는 말 흔히 하는데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 ‘역지사지’라는 말 많이 하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요새는 ‘역지감지’라는 말까지 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역지감지’요?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생각 가지고는 안 되고 느껴야 된다. 더 나아가서 ‘역지행지’란 말도 하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행동도 한다. 거기까지 나가는 것.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봐요. 나와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아무래도 자기의 행동을 좀 다르게 할 수 있고 조심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역지사지에서 그치면 안 되겠네요. 역지감지, 역지행지까지 나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찬호 교수/성공회대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와 함께 배려 있는 대한민국을 위한 지혜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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