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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터뷰 싫다면서 입만 열면 '어록'

NFL 스타 린치의 '인터뷰 소동'

[취재파일] 인터뷰 싫다면서 입만 열면 '어록'
요즘 미국에서는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의 슈퍼스타 마숀 린치의 언행이 연일 화제를 몰고 있습니다. 슈퍼볼을 앞두고 가진 사흘 간의 미디어데이에서 남긴 그의 말 때문입니다. 린치는 평소 미디어와 인터뷰를 극도로 꺼려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디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만 달러의 벌금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NFL에는 선수들의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두고 위반하면 벌금을 부과합니다.)

NFL사무국은 이번 슈퍼볼 미디어데이를 앞두고는 마숀 린치를 특별히 지목하면서 "인터뷰에 불응하면 또 다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린치는 인터뷰에 교묘히 응하면서 기자들을 더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기 싫었던 짧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어록으로 회자되면서 미디어의 더 큰 관심을 받는 역설적인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하는 말마다 그야말로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미디어 기피증'을 넘어 '미디어 혐오증' 수준인데, 왠지 모를 매력이 담겨 있습니다.

DAY 1. "나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나왔습니다."

미디어데이 첫날, 린치는 4분 51초 동안 29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모든 질문에 한결 같이 "나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나왔습니다(I'm just here so I won't get fined)"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NFL사무국의 '벌금 협박'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억지로 하기는 하는데 자기식 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이 말은 하루 만에 유행어가 됐습니다. 미국 가수 케이티 페리는 "가장 좋아하는 풋볼 선수가 누구냐"는 TV리포터의 질문에 "나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나왔습니다"라고 대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DAY 2. "알면서…"

둘째 날 린치는 접근 방법을 살짝 바꿨습니다. 이번엔 거의 모든 질문에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고 있잖아요(You know why I'm here)"라고 답했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왔다고 어제 얘기했다는 뜻이죠. 한 마디로 "알면서…"입니다. 근육질의 강인한 외모와는 달리 위트가 넘치는 말입니다.

DAY3. "알아서 지어내세요."

셋째 날 린치는 질문은 거의 받지 않고 마치 준비한 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의 주위에 모인 200여 명의 기자들이 한심하다는 듯 쓴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매일 이곳에 와서 똑같은 걸 묻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려하는지 모릅니다. 나를 어떤 이미지로 만들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충분한 말을 하지 않을 거기 때문에 여러분이 알아서 뭐든 지어내세요." (For some reason y'all continue to come back and do the same thing that y'all did. I don't know what story y'all trying to get out of me. I don't know what image y'all trying to portray of me. But it doesn't matter what y'all think, what y'all say about me. y'all can go make up whatever y'all want to make up because I don't say enough for y'all to go and put anything out on me.)

3년 전 프로야구 신인선수 교육 때 '미디어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구별했었습니다.

유형 1. 무시형 : 말을 잘 하지만 인터뷰를 귀찮아 함. 미디어와 관계가 나쁨.
유형 2. 협조형 : 인터뷰 매너도 좋고, 말도 잘하는 유형. 미디어 친화적.
유형 3. 구애형 :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함. 묻지 않은 말에도 대답하고 자기 홍보.
유형 4. 도피형 : 내성적인 성격으로 카메라 공포증이 있는 유형. 말을 잘 못함.


이번 린치의 인터뷰소동을 보면서 유형을 하나 더 추가합니다.

유형 5. 지배형(또는 린치형) : 언론을 들었다 놨다함. 기자들을 대놓고 비난하며 '기레기'로 만듦. 인터뷰를 혐오하고 동문서답을 하지만, 말만 하면 어록. 그래서 가장 주목받는 인터뷰이.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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