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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왜 엄마는 어린 세 자녀를 살해하려 했나?

[월드리포트] 왜 엄마는 어린 세 자녀를 살해하려 했나?
지난주 토요일 밤, 미국 워싱턴주 의 911에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요. 치료가 필요한 거 같아요." 911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집 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6개월 된 쌍둥이 아기들은 1층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목에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층 침실 침대 위에는 두 살배기 여자 아이가 모포를 덮은 채 쓰러져 있었는데 주변에 온통 피가 말라 응어리져 있었습니다. 세 아이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아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세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월드리포트_박병일특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그날 밤 사건은 술과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됐습니다. 토마스와 크리스티나 부부는 영화를 보면서 큰 잔으로 와인을 두 잔 넘게 마셨습니다. 특히 부인 크리스티나는 꽤 많이 취했는지 말을 흐릴 정도였습니다. 

영화가 끝날 즈음 크리스티나는 아이들을 2층에 있는 침실로 옮겨가 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크리스티나는 속옷 바람으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오더니 비명 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남편 토마스가 2층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세 아이가 침대에 누워 목에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우선 급히 쌍둥이부터 안고 1층으로 내려와 소파에 뉘인 뒤 응급 처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크리스티나가 아이들을 재우러 2층 침실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는데, 아이들이 제대로 잠들지 않고 울면서 보채니까 흉기로 아이들을 목을 그었던 겁니다. 여기까지가 남편 토마스가 경찰에서 한 진술 내용입니다.

 
월드리포트_박병일특
하지만, 부인 크리스티나의 진술은 남편의 진술과 약간 다릅니다. 영화를 다 본 뒤에 크리스티나가 애들을 2층 침실로 데려갔다는 남편 토마스의 주장과 달리, 크리스티나는 영화를 보는 도중에 애들을 2층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쌍둥이 갓난아기들이 너무 울어대는 통에 두 애를 데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는데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겁니다.

부부의 미묘한 진술 차이가 왜 중요한가 하면, 범행이 어디서 이뤄졌느냐에 따라 남편이 동조 내지는 방관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주장대로라면 부인이 자기도 모르게 2층에서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고, 부인의 주장대로라면 1층에서 범행을 했기 때문에 남편도 최소한 부인의 애들 학대를 방조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남편 토마스는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봐선 남편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리포트_박병일특
남편의 방조 여부를 떠나서 가장 궁금한 의문, 크리스티나는 왜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런 몹쓸 짓을 했던 걸까요? 크리스티나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을 돌보느라 매우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이들을 돌보지를 않았고 그 순간 울고 보채기만 하는 아이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만일 아이들이 없어진다면 집 전체가 조용할 것이고 그러면 남편에게도 좋을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아이들 돌보는 일을 전혀 돕지 않는 남편이 미웠다면서, 정작 남편을 위해서 아이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인데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입니다.
월드리포트_박병일특
그런데, 크리스티나를 잘 아는 이웃들은 그녀가 매우 상냥하고 활력 넘치는 엄마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웃인 티파니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전 도저히 그녀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도대체 어떤 스트레스가 그녀가 그런 짓을 저지르게 만든 걸까요?"

다른 이웃 램지는 크리스티나가 첫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매우 사교적이고 발랄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두 쌍둥이를 낳은 이후부터는 뭔가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듯한 상실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합니다.
  
월드리포트_박병일특
남편 토마스 역시도 부인인 크리스티나가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산후 우울증 (Postpartum Depression)에 시달려 약을 복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리스티나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계속 울면서 당시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했습니다. 그녀 말대로 어떤 우울증이나 강박감이 그녀를 그런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끌었는지 알 수 없으나 엄마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도저히 넘어선 안될 선을 넘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녀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300만 달러 우리 돈 33억 원의 보석금을 내야 풀려날 수 있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의 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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