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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은 단지 피해자일까? '5가지 미스터리'

[취재파일] 박태환은 단지 피해자일까? '5가지 미스터리'
한국이 낳은 최고의 수영스타 박태환이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제(27일)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4년 7월 29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위치한 병원에서 ‘네비도 주사’를 맞았는데 이 주사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들어있어 지난해 9월초 도핑 테스트에 적발됐다는 것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상시 금지약물로 규정돼 있는 것으로 근육강화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6일 박태환 측이 해명 자료를 내놓았고 27일 검찰이 수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1. 박태환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정말 몰랐을까?

테스토스테론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사실상 같은 말입니다. ‘금지약물 1호’로 불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성분이 박태환의 몸속에서 적발됐다는 것은 여간 충격적인 일이 아닙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을 빠르게 만들고 근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고 있어 육상, 수영, 사이클에 많이 이용됩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슈퍼스타들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주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한 사례가 허다합니다.

스포츠 사상 최고의 빅 이벤트로 불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은 9초79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숙명의 라이벌 미국의 칼 루이스를 꺾었습니다. 하지만 3일 뒤 금지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이 드러나 금메달과 함께 모든 기록이 박탈된 채 육상계를 떠났습니다. 고환암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평가되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메이저리그의 대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독이 든 사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국제수영연맹(FINA)이 박태환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됐다고 판정한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테스토스테론 과다 검출. 둘째: 대사물질 외인성(外因性) 유입. 즉 테스토스테론이 복용에 의해서건 아니면 주사에 의해서건 외부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어제 검찰 발표와 정확히 일치됩니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을 주사로 맞았을 경우 이것이 몸에 들어가 분해되면 대사물질의 추출물이 검출된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몸 안에서 형성되는 것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금지약물을 먹었거나 주사로 맞았다는 ‘티’가 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2가지가 검출됐다면 결국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성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99.9%라고 합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적발될 경우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금지약물 중의 금지약물입니다. 그런데도 인천아시안게임을 2달 앞두고 이 성분이 들어가 있는 일명 ‘네비도 주사’를 맞았습니다.

도핑 테스트에 적발되면 최소한 2년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세계적인 수영스타가 자기 몸에 어떤 주사를 놓는지도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네비도’라는 약품을 보면 겉에 ‘테스토스테론’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박태환은 물론 그를 돕는 사람들이 정말 한 번도 보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2. 박태환은 왜 ‘네비도 주사’를 맞았을까?

박태환 측이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모 병원으로부터 무료로 카이로프랙틱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습니다. 박태환 선수는 평상시 금지약물과 도핑테스트에 극도로 민감한 편이어서, 당시에도 박태환 선수가 카이로프랙틱을 마치고 나서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할 때, 해당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박태환이 무슨 목적으로 주사를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이 분야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네비도 주사’를 맞지는 않았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통증을 치료하려면 통상 ‘코티존’이라는 다른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도핑 테스트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때는 ‘실수’로 봐줄 수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은 비윤리적 또는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 심각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또 정말 치료를 할 생각이었다면 'TUE'(Therapeutic use exemptions), 즉 ‘치료 목적의 금지약물 복용 예외 적용’을 활용하면 되는데 박태환은 이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박태환이 무엇 때문에 ‘네비도 주사’를 맞았는지, 또 박태환이 정말 해당 주사의 성분을 수차 확인하고 맞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3. 박태환은 ‘네비도 주사’를 몇 번 맞았을까?

박태환 측의 해명자료를 보면 문제의 주사를 총 몇 번이나 맞았는지에 대해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3년 12월과 2014년 7월 두 차례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사를 몇 번 맞아야 도핑테스트에 걸리는지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3-4회를 투여해야 양성반응이 나온다는 견해도 있고 단 1번의 투약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통상 ‘네비도 주사’가 1회 처방만 하고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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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병원 의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줄 정말 몰랐을까?

서울중앙지검의 발표에 따르면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놓은 병원 의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박태환의 몸을 관리하는 담당 의사가 ‘금지약물 1호’를 몰랐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축구 심판이 ‘오프사이드 룰’을 몰랐다고 하면 납득이 되겠습니까?

또 ‘네비도 주사’를 놓은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병원 의사는 검찰 조사에서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 투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설득력이 무척 떨어지는 해명입니다. ‘네비도 주사’는 발기부전 등 남성 갱년기 치료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박태환은 25살 청년입니다. 만약 이 병원 의사가 정말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모르고 남성호르몬을 투여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박태환은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자신의 몸을 왜 이런 의사에게 맡겼는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한체육회에는 금지약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있습니다 .또 한국반도핑기구(KADA)도 있습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 주변에 널리 있었는데도 왜 도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에게 주사를 맞았는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5.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왜 적발되지 않았을까?

박태환이 마지막으로 주사를 맞은 시점은 2014년 7월 29일입니다. 그리고 9월 초 도핑 검사가 불시에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에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습니다. 9월 초 도핑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온 반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의 체내 잔존 기간에 따라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체질과 금지약물 투여량에 따라 30일 내에 없어지기도 하고 50일 내에 없어지기도 하는데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가 엄격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어제 보도자료에서 “모든 도핑 테스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태환은 오는 2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참석합니다. 의사의 잘못으로 자신이 피해자가 된 점을 강조할 계획이지만 중징계를 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는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박태환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금지약물인지 모르는 의사가 ‘네비도 주사’를 자신에게 놓았다고 말할 경우 국제 스포츠계가 한국의 수준을 어떻게 볼지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지난해 이용대에 이어 한국 스포츠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다시 한 번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통렬한 반성을 해야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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