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난타당한 K-11 복합소총…국산무기를 위한 변명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5.01.27 10:05 수정 2015.01.27 10: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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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기, 이스라엘 무기, 독일 무기에 비하면 유감스럽지만 아직 국산 무기 수준은 미미합니다. 그들은 스텔스 전투기, 무인 우주왕복선, 정찰 위성,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날리고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띄웁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이런 빼어난 무기들을 못 만듭니다. 순수하게 우리 손으로 미들급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국산 무기는 그들과 격차를 좁히며 점점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발간된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국산 무기 수출액은 2005년 2억 달러 남짓이었지만 2008년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2011년 23억 달러, 2013년 34억 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수출액은 36억 달러였고 올해는 40억 달러 돌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20배 성장했습니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큰 돈은 아닐지 몰라도 늦은 시작과 미국, 러시아 위주로 짜여진 세계 무기시장의 판도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성과입니다. 무기 내수시장이 뻔해서 국내 방산기업의 가동률은 60%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영업이익률은 종종 제조업 평균을 추월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군사 대국의 허드렛 기술을 베끼고 훔쳐봐서 총 한자루, 지프차 만들면서 시작된 국산 무기 제조업이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덩치 큰 무기도 생산합니다. 기술 국산화율도 높아졌습니다. 비록 전시 작전 통제권도 없는 나라이지만 소총, 전차, 장갑차, 작은 전투기, 미사일까지 국산화를 해놨으니 미국의 무기들을 무조건 사줘야 필요도 없습니다. 자주국방의 마지막 전선을 국산 무기들이 지켜주고 있습니다. 국산 무기가 필요한 한 이유입니다.
취파
● 개발 중 결함은 병가지상사

그럼에도 국산 무기를 바라보는 우리네 인심은 팍팍합니다. 어제(26일)는 국산 복합형 소총 K-11이 혼쭐났습니다. 사격통제장치에 균열이 발생한 총이 1정 발견됐고 또 1정에서는 사격통제장치가 소총 몸체에서 떨어지는 결함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해 9월에 발견된 결함인데 4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은폐했다”며 맹폭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K-11은 양산이 안 된 소총입니다. 양산하기 위해 시험 평가중인 소총입니다. 개발 중에 발생한 결함입니다. 따라서 부패도 비리도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 F-35도 툭하면 결함이 발생해 비행이 중단되곤 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소프트웨어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F-35는 K-11에 비할 무기가 아니지만 어떤 무기든 개발 중에는 결함이 발생하는 법이고 그런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험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시험 평가를 통해 모든 결함을 잡은 뒤에야 양산하고 전력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개발 중에 결함이 발생한 적 없는 무기는 없습니다. 결함은 예고되지 않기 때문에 결함이 발생하면 양산 계획은 연기되기 마련입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또 개발 중에 발생한 결함은 외부에 널리 알릴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공개하는 것이 난센스입니다. 이 다음에 양산을 하게 되면 그때 옛날 얘기하듯 털어놓으면 될 일입니다. 비판은 개발 중에 실패가 발생했을 때가 아니라 개발을 실패했을 때 해야 맞습니다.
취파
● 국산 무기를 위한 변명

국산 무기를 옹호하고 개발을 장려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이 됐습니다. 국산 무기 옹호하는 기사엔 대뜸 방산업체의 금품 로비, 향응 받았느냐는 댓글들이 달립니다. 미국제, 독일제 무기에는 전에 없이 열광합니다. 방산비리 광풍이 부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국산 무기를 버려야 할까요? 무기 없이 버틸 수 없는 처지이니 우리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처럼 외국 무기만 잔뜩 수입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럴 돈 없습니다. 좀 어설퍼도 우리 손으로 무기 만들어 나라 지켜야 하는 운명입니다.

미국제와 독일제가 성인이라면 국산 무기는 유치원생 정도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아무리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해도 시간을 두고 국산 무기가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작은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은 국산 무기가 미국제, 독일제에 많이 뒤지지만 지금처럼 흔들지 말고 가만히 두면 머잖아 제법 따라 붙을 것입니다. 비리는 가혹하게 처단해야겠지만 개발 중에 발생한 실패에도 이렇게 돌을 던지면 국산 무기는 이 땅에 설 자리가 없습니다. 


▶ K-11 소총 결함 작년 9월 발견…공개 안 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