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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① 편법에 편법…제주대 로스쿨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제주대 로스쿨, 파행적 학사운영

[취재파일] ① 편법에 편법…제주대 로스쿨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무단 결석한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주려던 한 로스쿨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의 축소판입니다.
이익만 볼 수 있으면 원칙은 깨도 된다는 발상입니다. 법을 다룰 자격증을 따려고 법과 원칙을 어긴 셈이어서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2014년 12월 18일 SBS8뉴스 김성준 앵커 클로징 멘트 (클릭)

앵커가 짧게, 하지만 정확히 표현했습니다. 제주대 로스쿨의 파행적인 학사 운영의 본질은 해당 기관이 앞으로 법을 다루게 될 예비 법조인들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1) 편법에 편법...제주대 로스쿨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2)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 무색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제주대 로스쿨)이 지난 2014학년도 2학기 내내 수업에 불참해 학사운영 규정상 유급을 시켜야 할 학생들을 졸업예정자 명단에 올려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SBS 뉴스 보도(2014.12.18.)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 학기 내내 결석해도 졸업 '이상한 로스쿨'…왜?) 교육부의 1차 진상 조사 결과 확인된 것만 2명인데, 비슷한 사례의 학생들이 7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대 로스쿨의 한 학년 입시 정원이 40명이니, 3학년 전체 학생의 1/4이 유급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 학교가 알고도 방조?…학생들 "교수가 처음부터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보도가 되게 된 계기부터가 학교의 '비양심적인 대응'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한 가운데엔 제주대 로스쿨 3학년 원생인 최모 씨가 있습니다. 최씨는 현재 제주대 로스쿨과 관련해 잇단 진정을 접수하느라 교육부가 있는 세종시와 제주를 오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씨는 제주대 로스쿨 사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입니다. 지난해 11월, 유급대상인 원생들이 졸업예정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정상적으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대부분 학기 내내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던 동기들이 졸업예정자 명단에 오르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애초에 그들이 졸업을 포기해서 수업에 안 들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학사운영 규정에 따르면 '학생은 학기당 총 수업시간수의 4분의 3 이상을 출석해야 하며 이에 미달한 교과목의 학업성적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교수는 매시간 학생의 출석을 점검해야 하며 해당 학년 2과목 이상 F학점을 받은 학생은 유급처리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발견된 강의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강의마다 수업에 한 번도 안 들어왔던 학생들이 모두 졸업예정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 최씨가 대표로 해당 교수들과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학교는 해당 학생들을 데리고 계획에도 없는 보강을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유급시키는 대신 지난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단 2주 안에 몰아서 보충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은 겁니다. 이미 기말고사까지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교수들은 학교 외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비밀번호 키까지 설치한 조그만 세미나실에 해당 원생들은 문을 걸어잠그고 자습을 했습니다. 강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취재를 하는 동안 만난 학생들 대부분 저에게 "학교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수들이 2학기 첫 강의날, "출석을 체크하지 않겠다. 내 강의를 듣지 않아도 좋다. 각자 개인적인 공부가 급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개인적인 공부는 바로 그제(1/9) 종료한 법무부 주관 제 4회 변호사시험을 말합니다. 문제가 된 학생들도 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교수들이 수업에 안 들어와도 좋다고 말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겁니다. '교수가 안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안 들어간 건데, 왜 문제가 되는가?' 반문하며 기자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학원장 승인도 없이 보강 실시…문제가 되자 예정에도 없던 계절학기 개설?

보도가 나간 후,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현장조사를 실시해 해당 원생들이 학점을 부여받을 수 있는 최소 출석일수가 부족했고, 보강도 대학원장의 사전 승인 없이 실시된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는 강의"라며 제주대 로스쿨에 '기관 경고'를 내렸습니다. 보강이 임시방편이었고, 실효성도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해당 원생들의 유급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로스쿨 측이 보강이 인정되지 않자 아예 '계절학기'를 개설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관련 기사 : 제주대 로스쿨, 부랴부랴 계절학기…학생 소집 소동) 그것도 당장 1월 12일부터 시작될 계절학기를 1월 9일에 공지했습니다. 1월 10일과 11일 양일은 토,일 주말입니다. 그러니까 학생들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계절학기 공지를 금요일에나 알게 된 셈입니다. 제가 아는 한 대한민국의 어떤 대학교도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또 놀라운 건, 개설한 모든 강의가 문제가 돼 교육부의 경고조치를 받았던 바로 그 강의들이라는 점입니다. 학교는 해당 원생들을 유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자 같은 강의를 계절학기를 통해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똑같은 강의를 계절학기에 개설할 테니 들으라'고 알려왔다고 합니다.

같은 표현을 안 쓰려 했는데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없어 한번 더 사용하겠습니다. '정말 더 놀라운' 건, 제주대 로스쿨이 개원 이래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계절학기를 개설해 본 적 없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성적과 수업일수 등 고민이 있는 학생들이 여러 차례 학교에 계절학기 개설에 대해 요구해 왔다고 합니다. 바로 지지난 학기에도 이런 요구가 있었지만 학교는 그때마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원천적으로 개설이 불가능했던 계절학기 강의가, 갑자기 4개나 개설된 겁니다. 계절학기가 개설된 적 없으니, 원생들 대부분 방학 동안 실무실습을 나가거나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는 등 계획했던 일정을 진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해당 교수들은 '지금 학교가 문 닫게 생겼는데 그런 게 대수인가? 당장 학교로 와서 앉아 있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학교는 또, 이번에 개설된 계절학기 강의 모두 수강료가 '0원'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학점이 인정되는 강의를 돈을 안 받고 '에프터 서비스'하겠노라 공언한 겁니다. 일부 교수는 지방에서 계절학기를 듣기 위해 학교에 와야 하는 학생들에겐 비행기 삯과 기숙사비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답니다. '왜 같은 강의를 또 들어야 하나? 듣지 않겠다'고 말한 원생들에겐 'F를 주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이런 사실을 다룬 SBS8뉴스 보도 이후, 제주대 로스쿨 전체 감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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