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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케아 한국 상륙…통할까?

[취재파일] 이케아 한국 상륙…통할까?
가구계의 공룡,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가 지난 18일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앞으로 이케아는 우리 유통 시장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6시간 정도 현장에 있었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희미하게나마 미래를 모색해볼까 합니다
그래픽_이케아오픈
● 개장 첫날 효과 톡톡히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한 8시 반 정도부터 사람들이 점점 몰리기 시작하더니 주말 놀이동산의 잘 나가는 놀이기구 앞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벌어지더군요. 20명씩 끊어서 손님들을 계속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지만 남은 줄은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손님들 사이에선 불평, 불만이 나왔지만 이케아는 매장 내 혼잡과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장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이케아 직원들은 태극기와 스웨덴 국기를 흔들며 말 그대로 ‘격하게’ 환영을 해주더군요. 그들의 환호와 미소가 궁극적으로는 손님들의 지갑을 향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손님 대접 하나는 제대로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층 가구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인파에 입이 벌어졌습니다. 방과 거실, 사무실처럼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뒤에 그곳에 맞는 가구를 아기자기하게 배치해놓은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단순히 구경만 하고 지나가는 전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만져보고 들어보는 등 체험을 하게 한 것도 괜찮은 방식이었고요. 주말 서울 강남의 백화점 할인판매 기간에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개장 첫날 효과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케아 광명
● 관심은 끌었는데…통할까?

이케아를 찾은 손님들이 여기저기서 ‘괜찮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그 많은 손님의 생각을 제가 다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이케아가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었다는 점입니다.

이케아는 기본적으로 DIY(Do it Yourself: 네가 직접 조립하세요)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완전체 가구를 골라 주소를 불러주고 결재하면 끝나는 일반 가구 시장의 유통 구조와는 달리 대부분 가구가 조립형이라는 게 큰 차이점입니다. 다시 말해 2층 전시장에서 조립된 가구를 골라 1층 ‘셀프 서브’라는 곳에서 분리된 형태의 부품 모둠을 찾아 캐리어에 담은 뒤 자신이 직접 가져가서 조립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배송과 조립 대행 서비스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것도 해주긴 해줍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배송해주고 조립해주면 가격에다가 배송비, 조립비를 추가로 받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가격 거품을 뺐다는 이케아의 가구는 국내 가구업체의 가구보다 정말 싸긴 싼 걸까요?

구체적으로 예를 한번 들어보겠는데요, 고려하셔야 할 부분은 100% 동일 상품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자, 원목으로 된 이케아 4인용 식탁이 14만 9천 원입니다. 비슷한 질의 제품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 경우 한 23만 원은 줘야 하고요. 물론 온라인에서는 20만 원 안팎으로도 살 수 있습니다만 그건 직접 본 게 아니라 비교 선상에 올려놓지 않겠습니다.

제품 자체 가격만 놓고 보면 이케아가 8만 원 정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배송료(최소 비용이 2만 9천 원)와 조립비(최소 비용이 4만 원)를 추가할 경우 가격은 21만 8천 원까지 올라갑니다. 한 1만 원 정도밖에 싸지 않은 셈이죠. 소파도 비교해드리고 싶은데 이건 제품의 종류와 질이 정말 다양해서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다만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거주하는 고객이 이케아에서 12만 원짜리 2인용 비(非)가죽 소파를 사면서 배송과 조립까지 다 맡긴다면 최대 배송료 19만 원에 최대 조립비용(이 부분은 이케아 측에서 끝내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까지 더해 31만 원+@가 되겠네요. 이건 좀 배보다 배꼽이 큰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두셔야 할 부분은 아직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섬 지역엔 배송이 안 되고요, 일단 조립한 뒤에는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케아의 한반도 상륙으로 당장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국내 가구업체 상당수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할인 경쟁에 들어갔다는 건데요, 반대로 업체 측은 더 시린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 담론이 가구업계까지 확대돼 국내 가구시장 보호법(가칭)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이케아 매장 안의 식당도 주목할 부분인데요. 김치 볶음밥 2천 원, 불고기 덮밥 3천9백 원, 그밖에 다양한 메뉴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준비돼 있습니다. 한 끼 식사가 보통 6천 원 이상 하는 우리 대형마트 식당가와 비교하면 착한 가격이죠. 그래서 이케아에 단순히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당장 광명가구 거리만 문제가 아니라 이케아 주변 식당가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죠. 이케아라는 공룡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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