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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가족의 처참한 교통사고…고의 사고?

[월드리포트] 일가족의 처참한 교통사고…고의 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 5번 고속도로 부근에서 주차한 채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트레일러 운전사는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진동을 느꼈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트레일러 뒤를 들이받았던 것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뒤로 가보니 승용차 앞 부분은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트레일러 뒤 범퍼 아래로 들어가 있었고 그 안에는 세 명이 피를 흘린 채 누워 있었습니다. 9.11에 신고했지만 이미 세 사람은 숨진 상태였습니다. 숨진 사람은 46살 앨런 딘 에드워드와 9살 된 아들 에릭, 그리고 5살 딸 앨로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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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 처리를 맡았던 고속도로 순찰대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고 차량이 트레일러 뒤를 들이받을 때까지 바퀴 자국(skid mark)이 도로에 나 있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운전자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트레일러를 들이받을 때까지 브레이크를 한 번도 밟지 않았다는 얘기죠.” 경찰의 설명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새벽 1시였습니다. 운전자인 에드워드가 졸음 운전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일 졸음 운전을 했다면 진행 방향으로 봐서 도로 옆 펜스로 돌진했어야 해요. 그런데, 중간에 한번 핸들을 돌린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의로 트레일러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이 사고는 곧바로 로스앤젤레스 경찰 강력계로 이첩됐습니다.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전환됐고 수사가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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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에드워드의 집을 수색한 끝에 에어백 센서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에드워드가 차를 몰고 나가기 전에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도록 센서를 떼어 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사고 당시 9살 아들은 운전석 옆 조수석에, 그리고 5살 딸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둘 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모든 정황 증거를 종합해볼 때 에드워드가 고의적으로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에 고속으로 추돌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 두 자녀마저도 함께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의 설명입니다. 현지 언론이 에드워드의 전처소생의 딸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그 딸은 매우 냉정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 추돌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고의적일 거예요. 아버지는 성격이 매우 강압적이었어요. 저를 대할 때 그랬거든요. 그래서 아버지는 저를 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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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에드워드가 이혼 수속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두 아이의 양육권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두 아이를 어머니가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매주 금요일에만 남편이자 아이들 아버지인 에드워드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에드워드는 평소와 똑같이 금요일에 집에 찾아와 밝은 표정으로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월요일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에 아이들 납치 신고까지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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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아버지에 의해서 아이들이 납치됐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친구들은 GoFundMe (기금 모금을 위한 자선 웹) 에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문까지 올렸습니다. “이기적인 아버지가 에릭과 앨로나를 어머니로부터 빼앗아 갔어요. 두 애를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세요”  
 
납치됐다고 생각했던 두 자녀가 추돌 사고로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는 울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럴 바에야, 에드워드가 차라리 애들을 납치해서 외국으로 달아났으면 하고 바랐어요. 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애들을 데리고 저세상으로 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왜 에드워드가 그날 고의 사고를 내고 두 자녀와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일까 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들 양육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던 것일까요?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아내에게 아이들마저도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에드워드는 사고를 내기 전 술을 먹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술도 먹지 않은 맨정신에서 가장 비참하고도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두 자녀와 함께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뭘까요? 집에서 발견된 에어백 센서만 보더라도 갑자기 욱해서 저지른 짓이 아닌데, 왜 굳이 그렇게 참혹한 방법을 택했던 걸까요? 아이들을 빼앗기기보다는 참혹한 모습을 보여줘 이혼 수속 중인 아내에게 복수하려 했던 것일까요? 영원히 풀릴 수 없는 의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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