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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게 터졌다"…화 부른 대한항공 '전근대적 경영'

<앵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이런 말이 많았습니다. 대한항공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오너가 임직원 위에 군림하는 전근대적인 경영과 경직된 조직문화, 그리고 소통 부재로 속이 곪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분위기의 결과가 사건을 덮기에 급급해 거짓대응으로 일관한 거고 그게 화를 키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뉴스인 뉴스, 하현종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만든 첫 번째 패착은 대한항공의 사과문이었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두둔하며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거짓 해명을 늘어놓은 것은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폭언은 없었다, 폭행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곧바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잇단 악수의 배경에는 총수 일가에게 NO라고 말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깔려 있습니다.

이런 경영 방식 아래 임직원들은 직언과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윗사람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유종일/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조금이라도 윗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정보들은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차단되고 이런 문화가 돼 버리거든요.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경쟁력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봅니다.]

회사가 대신 나서 사과문을 내고, 조사실 근처 여자화장실의 청소를 요청하고, 조 전 부사장이 행여 추울까 조사실 앞에서 8시간 동안 승용차를 공회전시키는 모습은, 전근대적 조직 문화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정상적인 경로 대신 익명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이제는 정비 문제 같은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들까지 모조리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 문화는 결국 경영진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는 부메랑처럼 커다란 위기로 돌아옵니다.

지난해 영업직원의 막말 사태로 파문을 겪은 남양유업은 시가 총액이 반토막 났고 매출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 호/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 컨설턴트 : 설득이나 공감이 아닌 명령과 강압적인 문화는 단기적인 성과는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조직 내 소통을 이끄는 열린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박정삼, 화면제공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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