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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식물도 혈통을 봐라

[취재파일] 온난화…식물도 혈통을 봐라
건강검진을 하면 꼭 묻는 것이 있다. 가족 가운데 당뇨나 고혈압 환자는 없는지, 암에 걸린 사람은 없는지, 조상들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질병과 관련된 집안의 역사를 보는 것이다. 질병이나 성격, 행동이 100%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적 특성과 성장 환경이 비슷할 경우 같은 질병이나 성격,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 식물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혈통을 이어받은 경우 질병뿐 아니라 특정 환경을 극복하고 자라는 것도 일정부분 닮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이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생태계, 생물의 군집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추정할 수 있는 실마리를 하나 찾아냈다(Wooliver et al., 2014). 연구팀은 유전적인 특성이 사람과 동물의 질병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이 기후변화에 반응하는 형태도 각 식물의 유전적 특성과 진화적인 배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호주 동남부에 위치한 타스마니아(Tasmania) 섬에 자생하는 토종 유칼립투스(Tasmanian Eucalyptus)와 주로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심는 유칼립투스(Symphyomyrtus) 등 두 종류의 유칼립투스에 대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을 때(420ppm)와 높을 때(700ppm), 토양 질소 농도가 낮을 때(3kg/ha/month)와 높을 때(30kg/ha/month), 그리고 두 종류의 유칼립투스를 각각 별도의 지역에 따로 심을 때와 같은 지역에 섞어 심을 때 생산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가정한 것이고 토양 질소 농도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비료 사용량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와 높은 토양 질소 농도는 21세기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토양의 질소 농도를 의미한다.

특히 서로 다른 두 종을 같은 지역에 섞어 심는 실험은 기후가 변하고 비료 사용량이 달라질 때 유전적 특성이나 진화적인 배경이 다른 두 종의 상호작용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생산성은 실험기간 동안 나무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나무를 베어서 바이오매스(biomass) 총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산출했다.

실험결과 한 가지 나무만 심든 아니면 유전적 특성이 다른 두 종의 나무를 섞어 심든 전반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토양의 질소 농도가 높을수록 나무가 많이 자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종 유칼립투스보다는 목재 생산용 유칼립투스(Symphyomyrtus)가 이산화탄소 농도와 토양 질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자라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가 변하고 토양 질소가 늘어나는 환경이 토종보다는 외래 침입종(invasive species)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유전적 특성이나 진화적인 배경이 다른 식물간의 상호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한 가지 종만 심을 경우 목재 생산용 유칼립투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고 토양 질소 농도가 높을 때 생산성이 127%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보다 배 정도 생산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토종 유칼립투스와 목재 생산용 유칼립투스를 함께 섞어 심을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토양 질소 농도가 높아지더라도 두 종류 모두 각각 따로 심을 때보다 자라는 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두 종류를 같이 심을 경우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영양분인 비료를 더 많이 주더라고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원하는 만큼의 목재를 생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온난화와 토양 영양분뿐만 아니라 식물간의 상호작용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종의 식물이라 하더라도 유전적 특성과 진화적인 배경에 따라 기후변화와 비료 사용, 그리고 다른 식물과 상호작용에 따라 자라는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나 토양 질소 농도 증가 모두 인간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 만큼 앞으로 생태계의 다양성이나 식물의 생산성, 나아가 지구 생태계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진다.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비료 사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작게는 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부터 크게는 미래 식물의 다양성이나 생태계 구성, 생산성을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식물이 이산화탄소 농도나 토양 질소에 어떻게 반응하고 또 환경이 변할 때 다른 종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 식물의 혈통부터 살펴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비록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은 혈통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Wooliver R, Senior JK, Schweiter JA. O'Reilly-Wapstra JM, Langley JA, et al.  2014: Evolutionary History and Novel Biotic Interactions Determine Plant Responses to Elevated CO2 and Nitrogen Fertilization, PLoS ONE 9(12): e114596. doi:101371/journal.pone.011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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