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새정치민주연합 상임위 보이콧…왜?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4.11.26 17: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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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새정치민주연합 상임위 보이콧…왜?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늘(26일) 오전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어제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새누리당이 깼다며 상임위 관련 부처 예산과 법안 심사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상임위 보이콧을 돌출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제 합의 잘 해놓고 밤새 무슨 급박한 일이 벌어졌기에 상임위까지 중단하냐'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 합의를 지켜본 국회 출입 기자들은 오늘의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했습니다. 누리과정 사업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를 지원하기로 합의하기는 했는데, 얼마를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누리과정 2015년 수요순증에 따른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교육부 예산을 증액편성한다"는 여야의 합의는 모호하기 그지 없습니다. 실제로 협상을 이끈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문을 읽자 마자, 지원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근본적으로 합의문을 읽는 여야의 '시각'이 다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수요순증'이라는 합의문의 표현은 순증액 5,233억 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사실상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꼭 이 금액만큼을 초등돌봄교실이나 방과후 학교 같은 우회지원 비목에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합의문에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교문위 단계에서는 예산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금액 역시, 예산안조정소위의 감액 심사를 마친 뒤 증액 가능한 예산 규모를 고려해 그 안에서 누리과정 우회지원 예산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상임위 보이콧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등 분주한 모습인 반면,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사태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야의 온도 차는 바로 국회선진화법의 예산,부수법안 자동부의 조항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여야가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이달 30일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안이 그대로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됩니다.

물론, 여야가 합의한다면 상정기일을 늦출 수 있지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기일과 관련해서는 '절대 합의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새해 예산안은 헌법에 명시된 회계년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누리과정 우회지원 합의 파기를 이유로 계속 상임위를 보이콧 할 경우,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정부원안이나 새누리당의 수정동의안으로 본회의에 올려져 처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야당의 상임위 보이콧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상임위 수석전문의원들을 소집해 수정동의안 작성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의 예산 자동부의 조항 아래서는 시간은 새누리당 편입니다.

특히, 오늘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예산안부수법안을 지정하면서 담뱃세 인상과 관련된 법안(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 지방세법 일부개정안,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포함시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인상 없는 담뱃세 인상'은 없다며 정부의 답뱃값 2천 원 인상 안에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세수부족과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사실상 법인세와 담뱃세 연계 처리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담뱃세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이 연계 카드는 써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습니다.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에 동의해줄리는 만무합니다.

결국, 무상보육(누리과정 국고지원) 실현과 부자 증세, 서민 증세 철회(법인세 인상, 담뱃세 인상 저지) 어느 것 하나 손에 쥐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때문에 어제의 느슨한 합의를 지적하는 당내의 비판적 목소리를 달래는 동시에 향후 예산전쟁과 법안처리에서의 결속력을 다지는 방편으로 상임위 보이콧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2월 2일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이 지나면,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시간은 새정치연합 편으로 돌아섭니다. 정기국회 내 민생, 경제법안 처리를 원하는 여당, 특히 공무원연금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새누리당이 그때 가서는 새정치연합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는 협치라는 점을 깨닫고 여야가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살피는 해량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