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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녀사냥에 억울한 국산 무기들

[취재파일] 마녀사냥에 억울한 국산 무기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 즉 북한을 이롭게 하는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생겼을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방산 비리는 우리 군의 무기 체계를 약화시키는 일이니 이적이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의 방산 비리 담론은 전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마녀사냥도 이런 마녀사냥이 없습니다.

비리 고리에 엮인 무기들이야 방산 비리가 낳은 무기이겠지만 좀 부실하거나 고장난 무기들도 함께 방산 비리의 범주로 묶여 난도질 당하고 있습니다. 방산 비리와 부실 무기는 전혀 다른 건데도 말입니다.

비리가 있었으니 무기가 부실할 수도 있지만 국산화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들도 무차별적으로 방산 비리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방산 비리 척결을 부르짖으니 온 나라가 국산 무기 마녀사냥에 나선 꼴입니다.

● 억울한 국산 전차 K-2
K-2 전차
하나 하나 따져볼까요. 가장 최근에 보도됐던 국산 전차 K-2의 가속 성능부터 보겠습니다. 모 매체는 군이 국산 K-2 전차 가속성능에 대한 작전성능요구(ROC)를 8초에서 9초로 낮췄다며 맹비난했습니다. 전차의 가속성능이란 전차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32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적이 대전차 로켓을 쏘았을 때 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군은 당초 가속성능 ROC를 8초로 잡았다가 ‘9초 이내’로 완화시켰습니다.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의 가속성능 기록이 8초와 9초 사이를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기술로는 8초 벽을 깰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은 ROC를 낮췄습니다. 비리가 아닙니다. 우리 기술의 한계입니다.

그런데 이 매체는 30년 전 개발된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의 가속 성능은 6초이고, 20년 전 개발된 프랑스의 르클레르는 5초, 25년 전 등장한 미국 전차도 7초 내외라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그 전차들 가속 성능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틀렸습니다. 6초, 5초, 7초의 기록은 STALL START 방식의 기록입니다. 전차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액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엔진을 최고 출력상태인 3000rpm로 높인 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출발하는 방식입니다.

STALL START 방식으로 하면 국산 K-2의 가속 성능은 평균 6.18초입니다. 8초대로 나오는 K-2의 가속 성능 기록은 1200rpm에서 출발하는 IDLE START 방식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 군사 전문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2 같은 굼벵이 전차는 전투 시 북한의 AT-3 대전차 미사일 한 방에 한순간에 궤멸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라는 칭호를 이제 내려 놓으시지요.

● “자석 발사” 누명 쓴 K-11
K-11_640
국산 복합소총 K-11은 자석만 갖다대도 발사되는 엉터리 누명을 쓰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자석 갖다대도 발사되지 않습니다.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특전사의 신형 헬멧에 있는 자석에도 K-11이 오작동한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국방 기술품질연구원이 어느 날 K-11 제작업체에 초대형 전자기 발생장치를 가져오면서 사건은 시작됐습니다.

기품원은 뜬금없이 K-11에 그 전자기를 붙여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초강력 자기장이 발생하면 전자회로는 오작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다는 전자기파(EMP)탄이 터지면 사방 수십 km 지역 안의 모든 전자 회로가 타버리듯이 말입니다.

기품원의 황당한 실험에 K-11의 회로들은 당연히 오작동을 일으켰습니다.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은게 이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격발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세력들은 마치 격발된 것처럼 이야기를 꾸며 세상에 알렸습니다. 게다가 방산 비리라는 레테르까지 달고서요. 방산 비리 아닙니다. 기품원이 왜 초대형 자석을 K-11에 갖대 댔을까요? 물어봐도 알려주지를 않습니다.

● 방산 비리 40여 건 가운데 진짜 비리는 3건

최근 또 다른 매체는 이번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방산 비리가 40여건 적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리라고 말한 40여 건 가운데 방산 비리는 딱 3건입니다. 한 건은 해군의 그 유명한 통영함이고, 한 건은 K계열 장갑차의 서류 위변조, 다른 하나는 공군 전투기 시동장치 사건입니다. 비리 저지른 자들이야 엄정히 일벌백계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무기 고장, 무기 불량입니다. 고장과 불량 뒤에 비리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비리가 몇 개는 더 나오겠지요. 하지만 대다수는 비리라기 보다는 우리 방산 기술의 미성숙에 따른 실수들일 것입니다. 실수했다고 징계하고 사법처리하면 누가 개발하겠습니까.

비리를 척결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국산 무기 개발 전체를 무차별 폭격해서는 안됩니다. 자주국방, 수출증진 차원에서 국산 무기 개발을 정부가 독려했습니다. 없는 기술 습득해가며 지금까지 온 방산 업계입니다. 군피아들의 빼어난 암약에 비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국산 무기의 고장이 방산 비리와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이왕 방위 산업에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까지 관심을 갖게 됐으니 잘잘못은 따지되 교각살우(矯角殺牛)는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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