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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네덜란드 번영의 비결은?

[취재파일] 네덜란드 번영의 비결은?
풍차와 튤립, 히딩크 축구 감독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남한 땅 절반도 안 되는 면적에 인구 1,700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7천 달러, 고용률 75.1%, 무역 규모 1조 달러가 넘는 세계 5위의 무역 대국입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거나 해발 1m의 저지대다보니 수 십 차례 홍수와 해일 등의 재난을 겪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 사람들은 수 백 년 간 범람하는 바닷물에 맞서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암스텔과 로테르 지역에 댐(dam)을 쌓아 도시가 암스텔담(암스텔+댐)과 로테르담(로테르+댐)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세상은 신이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이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네덜란드는 이런 역경과 재난들 속에서도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형평성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취파
● 자전거 타는 국회 상임위원장

네덜란드에 만난 한 하원 의원은 국회 국방상임위원장까지 겸하고 있지만 8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의사당 지하의 자전거 보관소에 갔을 때 눈에 띄는 것은 길게 늘어선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자전거들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자동차 관련 지원이 없습니다.

따라서 의원 대부분이 일반시민과 같이 자전거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혹시 자동차를 이용해도 운전은 직접 합니다.

의원 사무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사무실의 절반도 채 안 되다고 보좌관과 책상을 마주하고 함께 근무합니다.  검소하고 청빈하게 사는 것이 생활화된 이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같은 부정부패 사건은 상상조차 못합니다.

네덜란드 사회의 최대 부패 스캔들은 지난 2002년 페퍼 당시 내무장관이 로테르담 시장으로 재임하던 16년 동안 판공비 400여 만 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공공과 정치에 대한 부패인식지수는 177개국 중 8위로 말 그대로 투명한 사회입니다.(한국은 46위입니다)  이처럼 국가가 깨끗하다보니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습니다.

암스텔담 벼룩시장에서 만난 상인이나 시민들 대부분은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청렴하며 믿을만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을 보면 네덜란드의 정부 신뢰 수준은 13위로 미국(20위)이나 독일(22위)보다 높습니다.

이처럼 높은 정부 신뢰는 정부 정책지지로 이어져 네덜란드에서 10년 주기로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회집단의 요구에 대한 조정자로서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파

● 높은 시민 참여의 바탕에는 사회 투명성

네덜란드 사회 특징의 하나는 시민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한 노인 봉사 단체에는 20대에서 30대 초반 젊은이 12,000여 명이 자원 봉사자로 가입해 양로원 방문 같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민은 전생애에 걸쳐 사회, 문화, 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체에 가입합니다.

즉 노동조합, 경영자단체, 자원 봉사 단체, 스포츠 클럽, 사교 모임, 여성 단체 활동 등을 통해서 기부와 봉사, 준법정신, 관용과 배려 등을 실천해 높은 신뢰사회를 형성합니다.

이런 참여의 바탕에는 사회의 투명성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가 깨끗할수록 남을 도우려는 이타주의 성향과 사회 참여의사가 높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는 네덜란드의 공공성을 높였고 이는 네덜란드가 그동안 겪은 각종 재난과 사회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됐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네덜란드는 국토의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아 옛날부터 홍수와 해일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때문에 네덜란드 역사는 물에 맞서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홍수가 날 때를 대비하여 어린이들에게 반드시 수영을 가르칠 정도로 네덜란드인들은 홍수 피해에 민감합니다. 
취파
● 1953년 대홍수…재난 대비 60여 년간 델타 프로젝트 진행

특히 1953년의 대홍수 때는 1,835명이 희생되고 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국가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를 겪은 후 네덜란드 정부가 세운 계획이 60 여 년 동안 진행된 델타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통해 라인강과 뮤즈강 하류의 로테르담과 제이란드 등 델타 지역에 300여개의 구조물과 16,429km의 제방이 건설됐습니다.

이중 10개의 댐에는 수십 개의 갑문을 설치해 해일로 인한 범람을 막고 강물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너진 방조제 보수를 위해 수만 명의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높은 시민 역량을 발휘 했습니다.

이제 델타 프로젝트는 해일 등의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 변화 등 미래 위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대홍수 등 사회적 위기를 극복한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와 시민참여, 사회적 자본 등 공공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위기 극복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1980년대 초 당시 네덜란드는 물가와 임금 상승, 과도한 복지 지출 등으로 이른바 ‘네덜란드 병’ 이라는 경제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하지만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 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바세나르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어 정부가 재정과 세제로 이 협약을 지원한 결과, 네덜란드는 재정안정ㆍ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척박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수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투명한 정부와 사회가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고 공공성과 시민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온 것입니다.

결국 이번 취재를 통해서 네덜란드의 강한 공공성과 시민성이 사회적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취재파일] 한국 경제 침체 해결을 위한 비경제적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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