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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도서정가제 앞두고 서점가는 단군 이래 최대 할인 중"

* 대담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조지현 기자

▷ 한수진/사회자:
다음 달 21일부터 도서 정가제가 시행됩니다. 말은 정가제인데요, ‘출판계의 단통법이다.’, 이런 우려도 나오고 있고 ‘대체 뭐가 달라지는 건지 혼란스럽다’, 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조지현 기자와 함께 궁금한 점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어서 오십시오.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자, 먼저, 정가제가 뭔가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정가제는 사실 이름은 정가제이지만 정확히는 ‘할인폭 제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정가제 라고 하면 표지에 붙은 정가 그대로 팔아야 하는 건데 이번 정가제는 그건 아니고요. 정가의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는 게 골자입니다. 현금 할인은 10%까지만 허용하고 추가로 정가의 5%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 주로 마일리지 적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총 15%로 할인혜택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확하게 말하면 ‘할인폭 제한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도입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될까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이거 대체 왜 하는 거냐.’ 궁금하실 겁니다. 책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해야 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책이 가격으로 경쟁하다보니까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 보다는 어떻게 하면 싸게 만들까에 집중하게 되고 가격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출판사나 중소오프라인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현실들을 타개하기 위해서 마련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나친 가격 경쟁, 할인경쟁 막겠다,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책 살 때마다 인터넷 서점 많이 이용하는데 표지책값 그대로 산적은 거의 없어요, 다 할인 받잖아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지금까지는 할인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출간 18개월을 기준으로 해서 18개월이 안 된 책은 신간, 18개월이 지난 책은 구간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래서 신간은 10% 금액 할인에 9%의 마일리지, 총 19%까지만 할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구간 즉, 18개월이 지난 책은 할인 폭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사실 때 책 옆에 ‘정가제 프리’ 라는 표시가 된 책들이 바로 이렇게 18개월이 지난 책들이었죠. 그리고 지금까지는 실용서로 분류되는 책들, 어학책이라든지, 인테리어 책, 요리, 운동 책, 이런 것들과 초등참고서는 18개월이 지나지 않아도 할인 폭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번 정가제는 이런 구분을 없애고 모든 책에 대해서 10% 할인, 5% 마일리지라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할인, 구분이 있었군요, 18개월이 기준이었군요.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 서점 모두 다 전례 없는 할인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네, 단군 이래 최대 할인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아마 요즘에 책 많이 사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50%할인은 기본이고 90% 할인까지 하는 책도 있다 보니까 1,000원 이하로 내려가는 980원, 이런 책까지 나왔습니다. 다음 달 21일 전에 출판사나 서점이나 재고를 최대한 털어내고 가자는 생각이 맞아떨어지면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소비자들도 최근 실시된 단통법 이후로 휴대전화 값이 분명히 싸질 거라고 정부는 말 했는데 전 국민이 비싸게 사게 된 경험을 하다보니까 도서 정가제도 결국 모두가 비싸게 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필요한 책을 빨리 사두자, 이런 심리로 이어져서 최근 인터넷 서점의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이렇게 전례 없는 할인이 되고 있는 건데요. 그러면요, 앞으로는 출간 18개월 이상 된 구간에 대해서 지금처럼 큰 폭의 할인은 불가능해지는 거예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네, 대신에 출간 된지 18개월 된 책들은 앞으로는 할인이 아니라 아예 가격을 다시 매기는 게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1만 원 짜리 책을 지금은 50% 할인해서 5천 원에 판다면 앞으로는 아예 정가를 5천 원으로 낮추어서 매기고 그 정가대로 파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 생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지금 이런 큰 틀만 정해놓은 상태고 세부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던데 무슨 이야기죠?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도서 정가제 큰 틀이 담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은 개정이 됐는데, 하위법령인 시행령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잠정안이 규제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는데 그 시행령 내용을 놓고 업계 이해 당사자들 간 의견차이가 꽤 있고요. 현재 문체부와 출판 단체들이 모여서 계속 회의를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해당사자마다 요구하는 게 다 달라서 의견차이가 있습니다.

쟁점 첫 번째는 판매자를 누구까지로 보느냐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외에 옥션이라든가 지마켓 같은 오픈 마켓들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게 서점 측의 요구입니다. 왜냐하면 서점만 정가제를 지키라고 하고 이런 오픈마켓은 풀어주면 정가제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문체부도, 오픈마켓을 판매자로 보겠다고 최근 추가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또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의 무료배송, 카드사 제휴할인, 이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여기에 온라인 서점들은 현재 각종 책 축제나 출판사 사옥에서 할인 행사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이렇게 각종 책 축제 때도 책을 싸게 살 수는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쟁점들이 여러 가지가 있네요. 그러면 지금 중고 거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중고 거래는 지금과 큰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운영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정가제는 처음 판매되는 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중고 책도 못 사게 되는 건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단지 출판사가 새 책을 기증도서처럼 뿌려가지고 중고 시장에 유통시키는 편법을 어떻게 막을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방책을 세워야 할 부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이 나오면요, 늘 그 법을 피해가는 편법이 등장하기 마련이잖아요, 머리 좋은 사람 참 많잖아요. 이번에는 그런 우려가 없습니까?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벌써부터 갖가지 방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먼저, 세트 판매인데요. 예를 들어서 10권짜리 대하소설을 1권씩 사면 1만 원 씩 10만 원이지만 10권 세트 가격을 7만원에 매겨서 판다,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거죠.
또 새 책을 중고시장으로, 앞서 말씀드렸듯 ‘새 책을 중고 시장으로 유통시켜서 변칙할인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이렇게 출판단체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만일 부당할인을 하다가 적발이 되어도 과태료가 건당 100만 원에 불과해서 이익이 과태료보다 클 경우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문체부가 과태료를 30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업계에서는, ‘1,000만 원 정도로 아예 아주 높게 올려야 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또 일각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미국은 책을 할인하지 않냐, 왜 우리만 이런 걸 하냐.’, 세계적인 추세는 정말 어떤가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제 주변에서도 이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정말로. 근데 정가제를 법률로 정해서 하는 나라는 현재 한국을 제외하고 보면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을 비롯해서 9개 나라입니다. 또 법은 아니지만 협약으로 실시해서 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과 덴마크, 노르웨이, 헝가리 등 4개 나라입니다. 모두 비영어권 국가들인데요. 할인을 일절 허용하지 않거나 5% 상한선을 두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프랑스는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서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5% 할인을 허용하고 온라인 서점은 무료 배송도 아예 할 수 없게, 일명 반 아마존 법을 만든 걸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호주 같은 영어권 국가들은 대부분 정가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영어권과 비영어권으로 나누어져 있네요. 11월 21일 이후 상황 어떻게 될지 업계 전망은 어떤가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혼란스러울 거다, 아직 뚜렷한 전망을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정가제 시행 이후에 평균 1권당 220원 정도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내게 될 것이다.’, 이런 예상치를 내놓았습니다.
그 11월 21일 이후의 전망이 엇갈리는데 먼저 긍정적인 쪽부터 보면요. 출판인협회 측은, ‘책값을 지금은 거품을 붙여서 매기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해서는 출판사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아마 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현재의 관행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거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또 가격할인전략에 대한 고민이 줄어드는 만큼 책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것 인가, 이런 본질적인 고민을 더 하게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전망으로는, ‘출판사들이 책값을 과연 얼마나 낮춰 매기겠냐, 낮춰 매길 필요가 아예 없지 않겠느냐, 오히려 거품은 빠지지 않고 책 구매만 더 줄어들지 않겠냐.’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하면 동네 서점이 진짜로 살아나고 독자들에게 더 좋은 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여전히 좀 의문은 남네요?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네, 그렇습니다. 동네서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동네서점이 진짜로 살아나려면 팔리는 책의 가격뿐만 아니라 책을 공급받는, 출판사에서 사오는 가격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동네서점들은 대형 온라인 서점보다 비싸게 책을 떼어 와야 합니다. 1만 원짜리 책을 예로 들자면 대형 서점은 4,500원~5,000원 정도의 공급을 받지만 동네 서점은 8,000원~8,500원에 공급을 받습니다. 이걸 업계에서는 ‘공급률’ 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렇게 공급률이 다르기 때문에 동네서점들은 같은 값에 팔아도 대형서점보다 이윤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까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게 되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동네서점들은 정가제 뿐 아니라 독일처럼 아예 공급률을 통일해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1월 21일 이후에 실제로 거품 빠진 책이 나오느냐, 가격의 거품이 빠지겠느냐, 이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가제는 했는데 책값 거품이 안 빠진다면 결국엔 소비자 부담만 커지는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또 제2의 단통법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 조지현 기자 /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네,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동네 서점도 정말 살아났으면 좋겠고요, 출판사들도 제대로 경쟁했으면 좋겠고, 책은 책대로 여전히 싸게 살 수 있으면 좋겠고, 아이고, 여러 가지가 많이 있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잘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SBS 보도국 문화과학부 조지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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