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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올림픽은 3인 4각 경기

[취재파일] 평창올림픽은 3인 4각 경기
 강원도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시점은 지난 2011년 7월7일 새벽이었습니다. 개회식이 2018년 2월9일에 열리기 때문에 평창의 올림픽 준비기간은 모두 2,409일입니다. 2,409일을 반으로 나누면 내일, 즉 10월 23일이 딱 중간에 해당됩니다. 내일이 되면 이미 지난 시간과 앞으로 남은 시간이 똑같아집니다. 쉽게 말해 전반전이 끝나고 이제 막 후반전이 시작하려는 것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의 전반전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습니다. 여러 차례 제기된 각종 논란으로 경기장 건설을 비롯한 제반 중요 사항에서 상당한 차질을 빚었습니다. 만약 후반전 양상도 전반전처럼 되면 성공적인 개최는 물건너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처럼 대한민국 도약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1. '강원도 올림픽'에서 벗어나라

 평창 동계올림픽은 분명 강원도의 행사입니다. 하지만 강원도만의 행사는 아닙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전체 예산의 70%이상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원도는 한푼의 경비라도 절감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경시하거나 폄훼해서는 안됩니다. 경비는 가급적 줄이는 게 최선이고 각종 건축물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2.  평창조직위가 중심 잡아라 

 지금까지 갈등을 빚은 두 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돈을 쥐고 있는 정부와 실제 공사를 맡고 있는 강원도간의 의견 충돌이 핵심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강원도 지사가 야당 소속이어서 불필요한 오해까지 발생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구조상 정부와 야당 지사가 이끄는 강원도 사이의 주도권 다툼과 알력이 자체적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3자'격인 평창 조직위가 중심을 잡고 갈등 해결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리고 문체부와 강원도도 객관적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조직위의 절충안을 가능한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3. 인사 제도 바꿔라  

 평창 조직위가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힘이 부여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인사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현재 조직위에 파견된 중앙부처 공무원과 강원도 공무원의 인사고과는 조직위원장이 아니라 원소속 기관장이 합니다. 게다가 이들 공무원은 파견 수당을 받는다는 등의 이유로 인사고과에서 대부분 낮은 등급을 받아 연금과 승진에서 불이익이 크다고 합니다. 일할 맛이 나기는커녕 하루빨리 조직위를 떠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디테일'에서 무너졌던 가장 큰 요인이 인천 조직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잦은 교체였습니다. 평창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올림픽 준비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달 들어 전국 곳곳에서는 각종 운동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운동회 프로그램 가운데 '3인4각' 경기가 있습니다. 3명 중 중간에 있는 사람의 좌우 다리를 옆에 있는 사람의 다리와 함께 묶습니다. 그러면 다리가 마치 4개처럼 보입니다. 이런 상태로 3명이 함께 달릴 때 어느 한쪽의 균형이 깨지거나 보조가 맞지 않으면 바로 쓰러집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이와 다를바 없습니다.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평창조직위 세 주체가 마치 한몸처럼 호흡을 맞춰 나가야 합니다. 조양호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부터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조직위가 삼위일체가 되어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답을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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