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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여성이 운전하면 아이를 못 가진다?

[월드리포트] 여성이 운전하면 아이를 못 가진다?
요즘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한 편의 유튜브 영상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검은 니캅으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밤길을 홀로 운전하는 장면입니다. 우리야 당연히 "그게 뭐 어떤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우디는 좀도 아니고 아주 많이 다릅니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한 나랍니다. 법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적용해 여성에겐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습니다. 국제 운전면허증도 소용없습니다. 만약 여성이 운전하다 적발되면 감옥과 재판까지는 아니지만 벌금을 물곤합니다. 심지어 아내의 운전을 허용한 남편에게도 벌금 25만원을 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여성이 홀로 그것도 어두운 밤길을 운전하다니... 사우디 사람들에게 가히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영상] 리야드 밤길을 운전하는 사우디 여성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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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옴 압둘 모쉔’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금요일 밤거리에서 홀로 운전하지만 아주 안전하다”면서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의 오빠나 남동생, 아버지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성이 배우고 일하며 사우디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이 시대에 운전을 못할 것도 없다”면서 “기회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쟁취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권 보장을 위한 개혁과 사회적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여성인권운동가들이 여성운전금지 ‘해방’? 을 요구하며 ‘10월 26일 운전(Oct 26. Drive)’ 라는 시위를 공포하면서 사우디 정부를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 ‘운전 시위’를 하루 전에 취소하면서 유야무야 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운전을 시도한 여성 14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10월 26일은 여전히 사우디 여성들에겐 인권신장 운동의 기념일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10월 26일이 다가오면서 여성의 자각을 촉구하는 동영상이 올라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럼 왜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것일까요? 굳이 따지자면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함마드는 여성의 ‘마음’는 남성의 것과 달라 ‘불안전’하다고 평했습니다. 무함마드의 언행록이라는 ‘순나’에 나온 내용으로 불안전하다는 건 여성이 생리를 하는 것을 말한 것으로 이 기간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한 것인데 이걸 후세의 사우디 율법학자들이 엉뚱하게 해석한 것이죠.

여성은 불안전하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판단하고 쉽게 흥분하다보면 운전할 때 더욱 사고 위험이 높다고 우긴 것이죠. 사실 1300년전에 만들어진 율법에서 여성이 운전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성의 활동권을 억누르고 싶은 보수 율법 학자들의 주장이겠죠. 그렇게 따지자면 예언자 무함마드의 아내도 요즘의 자동차와 다름없는 말과 낙타를 타고 다녔다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하여튼 여성 운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된 지난해 여성 운전권을 놓고 논란이 일자 사우디 최고의 보수 성직자로 존경?받는 ‘살레 알 로하이단’은 기가 막힌 해석을 내놨습니다. “여성이 운전하면 순환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돼 자궁의 위치가 변하면서 난소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아이를 낳기 힘들어 진다.” 그러기에 여성은 운전 해선 안 된다 라는 겁니다.

정말 ‘빵’ 터질 수 밖에 없는 황당한 해석에 이걸 빗댄 노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레게 음악의 거장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고쳐 만든 ‘No Woman No Drive’는 유 튜브에서 1천 2백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의 사회운동가이자 코미디언인 ‘헤샴 파퀴흐’가 개사하고 직접 부른 것인데 걸작?입니다.  

[영상] No Woman No Drive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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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압둘라 국왕도 여성 운전권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 어머니도 여성이고 누이도 여성이다” 라는 말로 여성인권의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우디 의회에 30석을 여성에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왕정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보수주의 율법을 깨고 개혁을 실행하기엔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없습니다.

사우디에서 여성인권도 마찬가집니다. 작고 힘없는 몸부림이 하나 둘 모이고 쌓여 언젠가 큰 물결을 이뤄낼 것입니다. 사막을 4륜구동 SUV에 몸을 맡긴 채 작렬하는 태양아래 넓디 넓은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길을 질주하는 사우디 여성의 모습을 보는 날도 그리 멀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매력 넘치는 장면입니다.

덤 :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 지난해 나온 워싱턴포스트 기사가 눈에 띄어 올립니다. 사우디가 3관왕이더군요.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황당한 법규 7가지>

1. 예멘 : 여성의 법정 증언은 남성과 함께 해야 효력 인정 (강간.명예훼손.절도. 남성 동성애에 관한 여성 증언 불가)

2. 예멘 : 여성은 남편의 허락없이 집 밖에 나올 수 없다 – 부모가 병으로 쓰러지는 응급상황 제외

3. 사우디 : 여성의 운전 금지

4. 사우디 : 여성 투표권 없음 ( 법개정으로 2015년부터는 여성도 투표 가능)

5. 사우디 + 모로코 : 강간당한 여성도 범죄혐의로 기소 가능 – 남성 동행자 없이 혼자 외출했거나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던 경우, 성폭행으로 임신해도 마찬가지

6. 인도 : 여성은 오토바이 탑승 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 여성의 화장과 헤어스타일 보호라는 정부의 해명이 압권

7. 에콰도르 : 정신지체가 심한 여성만 낙태 가능 – 성폭력으로 인한 낙태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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