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올림픽도 '긴급'으로 치르나?

[취재파일] 올림픽도 '긴급'으로 치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이 점입가경입니다. 동계올림픽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강원도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토목공사를 '긴급입찰' 방식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규석 강원도 동계올림픽 추진본부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테스트 이벤트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할 때 시간이 너무 촉박해 토목과 건축을 분리 발주하기로 했다"며 "토목 공사의 경우 현행법상 2개 업체 이상일 경우 최대 2억 원 이하, 1개 업체이면 2천만 원 이하 금액만 수의계약이 가능해 지방계약법상의 '긴급입찰'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긴급입찰' 방식대로 하면 사업자 선정까지 최대 20일밖에 걸리지 않아 약 50일 정도의 공기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성을 다해 신중히 지어도 모자랄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마저 한마디로 '초치기'로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은 이렇습니다.

 강원도 강릉에 들어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당초 올해 3월에 착공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정부와 평창조직위, 강원도는 물론 국회 동계올림픽 특위도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뒤늦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사후 재활용과 경비 절감을 감안해 기존 설계를 변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도는 처음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하지만 돈을 쥐고 있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까운 시간이 많이 흐른 끝에 설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설계를 바꾸려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6개월이 또 그냥 지나갑니다. 그래서 강원도와 조직위는 시간을 벌기 위해 기초적인 토목 공사를 일단 먼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토목 공사 사업자 선정 방식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은 공개 입찰이지만 이럴 경우 최소 68일이나 걸립니다. 수의 계약이 거론됐지만 법을 명백히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있는 '긴급입찰' 조항을 활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긴급입찰'은 말 그대로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만 적용되는 수단입니다. 강원도는 최대한 빨리 사업자를 선정한 뒤 대지 조성, 파내기, 깎아내기, 되메우기 등 부지 정지공사를 펼칠 계획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2018평창동계올림픽 신설 빙상경기장 관련 협조 요청'을 강원도에 보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284억 원 등 빙상경기장 공사비 775억 원 삭감을 통보했는데 강원도는 부실공사를 우려해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원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신축 경기장을 사전에 제대로 점검하려면 2017년 2월까지 테스트 이벤트를 치러야 한다. 사실상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재설계 요구도 모자라 공사비마저 20%나 깎이면 부실공사가 불가피하다. 돈과 시간이 턱없이 모두 부족한 마당에 좋은 경기장이 지어지겠는가?" 문체부와 강원도는 오는 21일 강릉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사비 삭감에 대한 '끝장 토론'을 펼칠 예정이지만 양측의 의견차가 워낙 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돈'을 갖고 있는 문체부와 '건설 주체'인 강원도 사이에 낀 평창 조직위원회는 양측의 갈등을 조정할 실질적인 힘과 뾰족한 묘책이 없어 난감한 입장입니다.

 조양호 위원장은 개폐회식 장소 변경 논란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재설계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싸울 시간도 없습니다. 21일 강릉에서 열리는 합동토론회가 모든 불협화음의 마침표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