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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인데…방사되는 토종, 학대 받는 사육곰

<앵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올해로 10년째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반달무늬가 있지만, 토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생 쇠창살 속에 사는 곰이 1천 마리가 넘습니다. 사육 농가들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자 중성화 시술까지 하고 있습니다.

생생리포트,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이 세 마리의 곰은 이 철창 안에서 태어나 자란 사육 곰들입니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곰들은 대부분 이렇게 비좁은 철창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사육 곰 중에는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앞발을 모두 잃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다친 곰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곰들은 지리산에서 복원 중인 토종 반달가슴곰과 DNA만 다를 뿐, 가슴에 하얀색 무늬를 지닌 같은 반달가슴곰입니다.

같은 종인데도 토종은 자연 속에 방사되고 있고, 사육 곰들은 철창 속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1985년 대한뉴스 제1557호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 대체효과도 얻을 수 있는 사육 가능한 야생동물입니다.]

국내 사육 곰의 역사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부는 곰 수입을 허용하면서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곰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곰을 수입한 사육농가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3년 우리나라가 국제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의 수입과 수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곰을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내다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육 곰은 1천 마리로 불어났습니다.

[윤영덕/사육곰협회 총무(사육 농가) : 곰을 해결하려면 농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 살아야지, 곰이 사는 거지, 사람이 다 죽어가는데 무슨 곰을 살린다고.]

현행법상 사육 곰은 10년 이상 기르고 웅담 채취 목적일 때만 도축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료 값 등으로 한 마리당 연간 200만 원이 넘게 지출하는 사육농가 입장에선 10년간 곰을 키워도 본전을 뽑기 어렵습니다.

[김광수/사육곰협회 사무국장 : 한 마리당 2천~2천 500, 3천만 원 받아야 수익 타산이 맞는데, 외국에서는 800~1천만 원이면 1마리의 곰을 먹을 수 있다고.]

[김영자/곰 사육 농가 : 사료 값도 안 나오고. 아무것도 안 나오고. 먹이면 먹이는대로 손해죠. 사가는 사람이 있어야 팔든지 어떻게 하지, 그것도 아니고.]

이런 환경 속에서 사육 곰이 관리가 허술한 농가를 탈출하거나 등산객이나 관람객을 물어 다치게 하는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결국, 정부는 올해 극약처방을 내놨습니다.

전국의 사육 곰 1천 마리를 대상으로 중성화 시술을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어린 새끼들까지 중성화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모두 열 마리가 넘는 곰들이 부작용으로 죽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이지만, 더 버틸 재간이 없는 농가도 동의했습니다.

중성화 시술을 받은 농가는 1마리당 420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황인철/녹색연합 평화생태국장 : 이런 중성화 수술 같은 것들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세대를 거쳐서 계속 낳게 되면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문제는 중성화 시술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사육농가 입장에선 폐업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정부 지원금은 몇 년 치 사료 값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사육 곰을 정부가 수매하도록 하는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입장 차가 커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영식/사무관,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 사적수익 창출을 하기 위한 농가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문제는 농가에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희/곰 사육 농가 : 사육농가에서 그냥 물러서고 말 것 같아요? 그건 아니죠. 여기 뭐 공산국가도 아니고. 우리가 그렇다고 해서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라고.]

환경단체는 물론 정부와 해당 사육 곰 농가마저 곰 사육 폐지에 동의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사육 곰들은 오늘도 비좁은 철창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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