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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싱 박진아 판정 공정했나?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박진아-데비 준결승 동영상>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복싱에서 판정을 둘러싸고 있을 수 없는 추태가 벌어졌습니다. 여자  라이트급(60㎏) 준결승에서 한국의 박진아(25세)에게 진 인도의 라이슈람 사리타 데비는 1일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시상자가 그의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려 하자 훌쩍이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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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메달을 손에 쥐고 있던 그는 은메달을 차지한 박진아에게 다가가 자신의 메달을 목에 걸어줬습니다. 당황한 박진아는 동메달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데비는 박진아의 뺨에 입만 맞췄고 끝내 이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박진아는 3위 시상대에 동메달을 올려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자가 시상대 위에 놓인 동메달을 들고 소청실로 향했습니다. 소청실은 선수들의 항의를 받는 곳입니다. 공교롭게도 링에서 소청실로 향하는 길목에 이미 격앙된 인도 취재진 1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고 이들은 "한국인이 동메달마저 훔치려 한다"고 소리지르며 자원봉사자와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데비의 코치진은 9월 30일 준결승에서 박진아에게 0-3 판정으로 진 뒤 심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바 있습니다. 국제복싱연맹(AIBA)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판정에 불만이 있을 경우 경기 종료 30분 안에 경기 감독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비와 인도 코치진은 선학체육관에 파견 중인 AIBA 감독관을 상대로 이 같은 이의 제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도 측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데비가 우세한 경기를 했는데도 홈텃세에 의해 억울하게 졌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확인을 위해 저는 박진아-데비의 준결승 동영상을 여러차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순전히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데비가 약간 우세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를 어느 정도까지 봐야 하는 것입니다. 제3국에서 경기가 열렸으면 박진아 선수가 패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 장소는 한국의 인천입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한국 선수들은 해외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개최국의 텃세에 엄청나게 당해왔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이득을 본 적도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복싱 박시헌 선수는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내용에서 지고 결과에서 이겨 금메달을 땄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복싱 역사상 최악의 판정'이라며 연일 대대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박시헌 선수는 지금 한국 남자복싱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복싱은 5명의 부심이 매 라운드별로 채점한 뒤 편차가 큰 2명의 심판 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심판 3명의 점수를 채택해 승패를 가립니다. 박진아-데비 준결승에서 부심을 맡았던 5명은 이란,튀니지,이탈리아,브라질,폴란드  출신 심판이었습니다. 경기 채점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이 박진아 점수이고 오른쪽이 데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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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관점이 다소 다르겠지만 복싱 취재를 오랫동안 했던 제 생각으로는 1라운드와 4라운드는 크게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3라운드는 데비가 우세한 내용을 보였습니다. 데비의 펀치는 오픈성이 많았지만 일단 펀치를 내뻗은 수와 적중수에서 박진아를 능가했습니다. 2-3라운드에서 박진아는 여러차례 데비를 끌어안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논란의 초점은 거의 대등한 승부를 벌인 1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박진아가 모두 이긴 것으로 채점한 것입니다.

인도 데비 선수쪽에서는 명백히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제복싱연맹은 시상식에서 추태를 보인 데비 선수를 징계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심판들이 과연 공정한 판정을 내렸는지 먼저 조사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진아-데비 준결승의 판정이 정당했는지, 그리고 이 정도 홈 어드밴티지는 허용될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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